 
코로나에 빼앗긴 교정에도 봄이 만연하다
지난 주에 오랜만에 캠퍼스를 방문해보니 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만개하기 시작했다. 이상화 시인이 <빼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절규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진달래가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흐드러져 있지만 모습이 차라리 처연하게 보였다. 빼앗긴 교정에 핀 진달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다 찾아 온 봄조차 빼앗기는 것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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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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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호미를 쥐여 다오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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