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물 분류 및 제목 :  2014년 8월 3일, 맑음
   ▒  글작성인 : 윤정구    작성일자 : 14-08-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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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일, 맑음

주말을 이용해 Ithaca를 방문한 제자 가족과 피그닉에 나섰다. 근처 Winery에서 점심을 먹고 Up State New York의 대표적인 계곡 중 하나인 Wakins Glenn 계곡에서  하이킹에 나섰다. 이타카는 시의 구호가 "Ithaca is gorges"라고 붙일 만큼 멋진 계곡 (gorges)들이 많다. 날씨가 눈이 시리도록 너무 청명했다. 여행 내내 제자도 좋은 논문을 많이 출간해서 좋은 학교에 임용이 될 수 있도록 기도했다. 내 주위에는 나보다 능력이 출중한 훌륭한 제자들 천지다. 능력이 미천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 이런 축복을  지속적으로 허락하시는 하나님에게는 무슨 중대한 계획이 있으실 것이다.

미국에 돌아가서 여름마다 동료들과 같이 연구를 하고 돌아오는 루틴이 올해로 17년째로 들어섰다. 연구년을 포함해서 한 해도 쉬지 않고 여름마다 갔으니 내가 생각해도 연구에 대한 열정은 있는 것 같다. 학교 보직을 맡아 학교에서는 허락할 수 없다고 해도 사표를 낼 작정을 하고 무작정 나오기도 했다. 한번도 식구들과 같이 간 적이 없어서 따로 여름 휴가를 낼 수 없으니 식구들의 불만은 천정부지이지만 지금은 식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는 것 같다. 이제는 아내가 먼저 올해 여름에는 언제 떠나느냐고 먼저 물어올 정도다. 오랫동안 측은할 정도로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다 그 목적의 순수성을 이해해주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미국의 대학원생과 동료교수들도 나의 여름여행을 Summer Research Pilgrimage [여름 연구 순례여행]아라고 고상하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미국에서의 내 생활은 대학원 때의 그 생활의 재현이다.

그간 연구에 열정을 쏟은 만큼 기대하는 큰 연구성과는 없었다. 연구성과는 꾸준히 해야지 짧은 기간 반짝한다고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잘하지는 못해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 연구를 택한 17년의 삶이 자랑스럽다. 삶의 사명이라고 받아들이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어처럼 내 연구의 고향에 돌아가는 일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Ithaca에서 17년째 Summer Research Pilgrimage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