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물 분류 및 제목 :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며
   ▒  글작성인 : 윤정구    작성일자 : 18-12-14 13:45
조회 : 56  

어머님의 임종을 지켜보며:
살아 있음에 대해

이번 주 월요일 어머니께서 영면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워낙 시골촌부로 조용하게 사시던 분이어서 평소 어머니와 자주 교류하던 분들 중심으로 조용히 작별하실 수 있도록 고향 마을에 장지를 정했습니다. 슬픔을 나눌 기회를 평소 어머니와 인연이 있으셨던 분들에게 먼저 돌려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향의 친인척과 어머님 친구, 어머님 지인분들에게만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희 경영대학에도 학장님께만 알려드리고 교수님들이 오가시는 번거로움을 피해드리려고 장지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으나 행정메일이 오가는 중 착오로 발인전 장지가 공개되어서 저의 학교 제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제자들과 가까운 다른 지인 분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같습니다. 어머님을 아시던 고향 분들을 중심으로 작은 장례식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제 불찰로 혼선이 생겨서 결과적으로 연락을 받지 못하신 더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한 마음입니다.

86세의 여생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사신 어머님은 살아생전 세상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없으셨을겁니다. 아마도 직접적으로는 세상에 아주 작은 영향도 미치지 못하셨을겁니다. 하지만 저를 통해서는 간접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일을 하셨을거라는 생각입니다. 어머님에 대한 어렸을 때의 기억과 성장하는 과정에서 남겨주신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어떤 때는 아름답고 어떤 때는 가슴아린 기억으로 뿌리내려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향동네의 어르신들이 꽃상여를 직접 메고 30년 앞서 가신 아버님과의 합장을 위해 무덤까지 운구를 해주셨는데 이 상여꾼들을 이끄는 요령잡이가 불러대는 만가를 듣고 깜짝 놀랬습니다. 탬포만 조금 빠르게 한다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불러대는 랩을 듣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고인의 삶의 이야기를 기억해내어 즉석에서 랩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방탄소년단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어머님 고향마을에서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이분들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어머니에 대한 만가를 들어가며 장례를 치루기로 한 결정이 어머님에게도 좋은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님 상여의 요령잡이가 쓰던 종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이 종은 앞으로 살아 있는 저와 저의 가족들에게 더 많은 어머님의 살아생전 만가를 들려줄 것입니다.

저희 어머님은 말기암이었음에도 고인의 생전유언처럼 연명치료없이 임종 마지막 순간까지 집에서 누님과 여동생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시며 편안하게 영면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효부상을 받으셨을 정도로 효심이 지극하셨는데 이런 효심이 누님과 여동생에게도 전수되어 임종 순간까지 더 큰 효심을 선물로 되돌려 받으셨습니다.

금요일에 삼우제를 마쳤으니 어머님도 지금은 이승에서의 고통과 회한을 다 내려놓으시고 아버님과 행복한 해후를 즐기시고 계실 것입니다.

토요일인 오늘은 늦게 일어나 차 한잔을 마셔가며 저희 진성리더십 도반들이 최근 출간하신 자서전 <보통사람들의 진북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자서전 이야기를 통해 죽음은 삶 이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둘은 항상 서로 교차해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나도 내 사후에 어떤 자전적 이야기를 내 제자들 기억 속에 남겨주어야 할지를 행복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가셨지만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 기억 속에 살아 남아서 계속 저에게 말씀을 걸고 오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떠나도 아마도 저는 제자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서 제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을 것입니다. 자서전에 참여하신 도반들의 삶의 스토리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남아서 영혼의 종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어머님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넘겨주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살아 있음의 임무는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이들에게 천국을 만들어 주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장례식 내내 함께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18월 9월 22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