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자에 대한 환대 I
어디까지 가능할까?
우리 사회의 무너진 환대를 복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한 기업과 힘을 합쳐 <타자에 대한 환대(가칭)>의 저술작업을 시작했다.
첫 인터뷰이로 만나뵙게된 분이 <조병국> 홀트부속병원 명예원장이시다. 평양출신으로 1958 연세의대에 입학해서 소아과 의사가 되었다. 시립아동병원과 홀트부속병원에서 50년 동안 고아들과 버려진 아이들의 주치의와 엄마가 되어 이들을 진심으로 환대하는 삶을 사셨다. 올해 90이지만 인터뷰 내내 기억력이 참 비상하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 말미에 당신께서 소아과 의사가 될 수 있게 한 것은 당신이 머리좋고 잘나서가 아니라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재능이 선물이 아니라 세상에 갚고 떠나야 할 빚이라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으셨다. 이 생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갚고 떠나기 위해 정년퇴직 후에도 다른 병원에 비해 턱없이 보수조건이 열악한 홀트아동복지병원 원장 자리가 채워지지 못하면 대타 원장으로 18년간을 더 일했다.
환대의 시작은 타자를 타자로 인정하고 타자의 목소리를 역지사지라는 핑게로 자신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히 말 못하는 유아와 어린이들이 겪는 아픔을 포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들의 얼굴을 눈물의 안경을 끼고 직시할 수 있을 때이다.
세상에 대한 책무를 완성하고 마지막 노후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평온해보였다. 소아과 의사로 살게해준 신에 대한 감사와 50여년 동안 이 은혜에 대한 빚을 갚는 책무를 완성했기 때문에 지금은 언제던지 훌훌털고 세상을 하직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선생님 마지막 여생에 여유를 주는 것으로 보였다.
인터뷰 내내 온몸이 따뜻한 이불로 덮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조병국 명예원장의 희생에도 결국 살리지 못해 먼저간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승에서의 고통의 옷을 벗고 천국에서 조병국선생님을 환대해가며 해맑게 웃고 있는 웃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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