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규제란 목적에 정해진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허락하는 혁신의 기법이다. 나중에 규제해야 할 대상이 생기면 이것을 규제의 목록에 첨가한다. 반대로 파지티브 규제란 허락된 목록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다 금지하는 규제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혁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파지티브 규제는 사람들을 혁신이란 이름으로 혁신의 감옥에 가둔다. 겉으로는 혁신하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하지말라고 이야기하는 이율배반의 패러다임이다. 법의 테두리에서 혁신하라는 주장은 법의 감옥소에 혁신자를 가두는 행위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후 성과를 본 혁신의 사례로 화장품 산업의 예를 들 수 있다. 화장품 산업의 규제방식은 원래 파지티브 규제였다. 정부가 화장품 원료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정해주고 기업들은 이 원료의 범위에서 새로운 화장품을 만들어야 했다. 새로운 원료를 사용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야야 했다. 2012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 사용하지 말야야 하는 배합 중심으로 규제했다. 이후 국내 화장품 생산액은 27% 종사자는 32%로 증가했다.
장점이 이렇게 뚜렸함에도 왜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혁신을 독려하지 못하는 것일까?
통제의 딜레마 때문이다. 네거티브 규제에 반대하는 관료들은 문제가 생기면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하지만 법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위험한 생각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간행위에 대한 규제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 침해가 예상될 때 양심에 따라 이런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자율적으로 지킴에 의해 완성된다. 문제는 이런 자율적 규제의 기초가 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와 철학이 부재이다. 혁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이 있어도 규제를 감독하는 사람들이 이런 믿음이 없다면 법을 통해 올가미를 쒸우는 것이 가장 확실한 통제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남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중 가장 기초적인 범위가 법이다. 법이 요구하는 범위보다 남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엄격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법을 넘어서 원칙을 강조한다. 이 원칙보다 더 좁은 범위에서 상대에 대한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가치는 원칙보다 더 안쪽에 위치한 동심원이다. 이 가치들은 자체로 목적이라기 보다는 존재이유라는 사명을 구현하기 위해서 수단으로 존재한다. 이 동심원의 가장 중심에는 목적과 사명이 있다. 이 규제의다양한 방식 중 법은 타율적 규제이고 나머지는 자율적 규제방식을 구성한다. 목적과 사명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원칙을 어기거나 법을 어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자율적 규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나 관료들이 네거티브 규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율적 규제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이런 사명과 가치에 대한 믿음에 따라 살아 본적이 없는 것도 한 이유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법에 따라 타율적으로 통제해야 제대로 통제 된다고 믿고 자신들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혁신에 대해서 모르는 법률가들이 혁신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밥그릇의 문제 때문에 자율적 통제 가능성성을 절대적으로 배격한다.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혁신을 독려할 수는 없을까?
혁신에 대한 사명과 목적의 진실성을 두고 이런 프로젝트를 지원할지를 결정하는 평가시스템이 도입되고 이것이 실현되는지를 평가하여 지원 지속성이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남들에게 잠재적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혁신의 결과물을 사전에 알고 있는데 숨겼다면 이들에 대해 징벌적 손해를 청구하는 법령들이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익제보와 같은 사회적 통제 시스템을 가동해 비윤리적 방식으로는 절대로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타율적 규제 시스템이 지배적인 한국상황에서 혁신가들은 혁신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법과의 숨박꼭질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 남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미리 알아도 법의 징벌적 요소가 미약한 것을 이용해 자신의 결과를 숨긴다.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 법과의 숨박꼭질에 몰두한다. 초심으로 가지고 있던 혁신에 대한 마음은 뒷전이 된다.
최근 규제연구센터가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한국이 냄비 속 개구리가 되었는지를 조사했다. 전문가들은 88.1%가 그렇다에 응답했다. 냄비 속을 탈출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63.3%가 1~3년, 27.1%가 4~5년이라고 답했고, “이미 시간이 만료됐다”는 답변도 5.6%였다.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을 기사회생시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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