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연설에서 문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칭했다고 나라가 난리다. 한 마디로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연설을 마치고 연호하는 자한당 의원들에게 두 손을 번쩍 드는 나경원 의원 모습이 마치 개선장군의 모습이다.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놓고 여당은 국가원수 모독죄를 거론하고 나섰다. 유신시대로 회귀하겠다는 것도 아닐텐데 이렇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여당도 정치적 여유가 없이 끌려다니는 모습이 안스럽다. 여당이 제대로된 방향을 상실하니 나경원 의원의 작전에 완벽히 말려드는 모습이다.
경제나 사회가 돌아가는 거시적 지표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L자 저성장 불경기가 심화되어 더 이상 성장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성장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미래에 대한 불안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청년과 노인, 여성과 남성, 태극기 부대와 진보 등 모든 사회계층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운명을 공유하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같이 협업하는 파트너가 아니다. 정해진 파이를 가지고 누가 더 많이 먹는지를 가지고 싸우고 아전투구하는 경쟁자이자 적으로 전락했다. 서로 머리를 맛대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에 서로 등을 돌리고 대척하고 있는 모습이 대한민국 위기의 현주소이다.
지금보다 더 한 치 앞 돌파구조차 보이지 않던 일제 강점기에 김구선생이 보였던 나라에 대한 미래와 이 미래를 위해 정치가들이 몰입해야 할 사명에 대해서 했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김구선생은 온 국민의 염원이던 나라가 독립이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은 독립된 나라의 문지기라도 영광스럽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목적을 바로 세우고 이 목적에 몰입하는 사명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돌파구에 대한 혁신의 물꼬는 김구선생이 공언한 사명에 대한 몰입에서 시작되었다. 역으로 사명을 잃는 순간 지금 국회의원들에게서 목격하듯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짖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김구선생에게는 일제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시대적 아포리아에서 벗어나는 절대절명의 문제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아포리아를 벗어나는 유일한 실마리는 통일까지는 못가더라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서로가 성장의 동력의 물꼬를 다시 마련하는데 있다. 김구선생이 독립을 위해서 문지기를 자처하고 나섰듯이 대한민국과 북한이 시대착오적 이념논쟁을 벗어나 미래의 번성을 위한 성장의 물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문대통령은 김정은의 <대변인> 뿐 아니라 이보다 더 심각한 역할도 자발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국이득만 챙기는 실리주의자 트럼프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상 관계개선은 현란한 협상전략이 지배하는 말잔치로 끝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일 말고는 한국과 북한이 관계를 개선해 성장의 물꼬를 마련하는데 1도의 관심도 없다. 트럼프가 장악한 미국은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그 친근한 미국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 기자의 기사를 인용해가며 공세를 펴는 나경원 의원은 자신이 미국사람인지 한국인인지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심지어 북한조차도 더 이상 개념하지 않을 죽은 이념인 좌파 우파의 덫에 국민들을 몰아놓고 정치놀음으로 월급을 챙기는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대표적 적패라고 본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꽉 막힌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최고의 장애물이다.
풍전등화 앞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국가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사라진 이념의 허상을 쫒아 치고 박고 싸우는 형국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는 인기있는 싸움짱을 가리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시대는 바야흐로 초연결 디지털 혁명의 시대이다. 시대착오적 이념의 허상에서 벗어나서 국가의 진정한 미래를 고민해야 사람들이 누가 싸움짱이 될 것인지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기 한이 없을 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가 국가의 미래에 대한 개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공이 사명과 비전을 상실하면 배는 항상 산으로 올라가 있다.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국회는 자신의 배가 산으로 가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구의 대변인이나 어떤 특정세력의 이득을 넘어서 국가의 미래와 이를 위한 사명에 대해 몰입하는 국민들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특히 다가올 선거에서는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일에 몰입하다 사명을 상실한 국회의원들을 실질적으로 걸러내는 혁명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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