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엄한 정체성 질문을 받아야 하는 곳은 사회 전체적으로 편재해있다. 신자들은 자신의 교회에 대해 이게 교회냐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게 유치원이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고등교육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게 대학이냐라는 정체성 질문을 던진다. 이게 검찰이냐? 이게 법관이냐? 이게 국회의원이냐 등등 이들이 제기한 정체성 질문은 목적과 사명을 잃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단기적 성과에 올인하던 제도나 조직들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정체성 질문이 준엄한 것은 이 정체성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얻었을 경우 이 새로운 정의에 따라서 그 영역이 내재적 질서를 구성해나가는 사회적 변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질서는 국가가 나서서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정체성 때문에 고통을 느끼던 사람들이 준엄한 정체성 질문을 자기 조직적으로 준엄한 정체성 질문을 던지고 이 던진 정체성 질문에 대한 토의와 합의를 통해 건강한 질서가 내재적이고 상향적으로 시작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방용훈 가족을 방영한 PD 수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자칭 타칭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은 리더에 대한 준엄한 정체성 질문을 잊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이 기자질문에 대응하는 응답의 태도와 방식과 내용을 보면 사회지도층으로 혹은 리더로의 시대에 맞지 않는 정체성의 옷을 입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준엄한 정체성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풍부한 자원도 있지만 이 자원들을 제대로 운용하는 리더들의 역량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잘못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시작했어도 이 자원들은 밑빠진 독에 불과하다. 리더에 대한 정체성 질문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다.

전통적인 리더십은 다 상황이론이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여기에 맞는 리더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토양이라면 리더는 씨앗이다. 토양에 맞는 씨앗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리더십에 대한 정체성 질문을 던지도록 리더십 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토양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훈련해야 할 역량에 모든 것을 걸었다. 상황이 바뀌면 이 상황에 맞는 역량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토양에 맞춰 자신의 역량으 준비하지 못한 리더들은 자동적으로 퇴출 당한다. 상황이론 리더십은 이렇게 분주하게 자신도 잃고 살아야 하는 리더들의 고통에 한번도 제대로 된 관심을 보여준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세상에 족적을 남긴 리더들은 이런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리더십 정체성 질문과는 다른 정체성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설사 나에게 주어진 토양이 비롯 비옥하지 않다하더라도 이 토양에 우리 모두가 염원하고 있는 목적과 사명을 심어서 열매가 풍성한 과수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나는 리더로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이들이 던진 정체성 질문이었다. 리더십은 그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리더십의 존재이유는 목적을 실현시켜서 변화를 완성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뛰어난 모든 리더는 목적에 대한 서번트일 뿐이다. 목적에 대한 서번트인 리더가 먼저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잘못됨의 시작이다.

나는 어떤 목적을 위해 서번트의 역할을 수행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토양은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적절한 토양인가? 토양이 아니라면 이 토양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동행으로 도움을 요구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제대로 된 정체성 질문이다.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리더십의 근원적 변화를 위해 우리 중 이런 진짜(authentic) 리더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준엄한 정체성 질문에서 리더십의 변화를 시작하자는 운동이다. 한 마디로 진성리더십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대한민국 리더십의 근원적 변화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