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에게 민주화를 허하라.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참 리더로서의 성품과 정서를 갖춘 리더십을 지칭한다. 우리 조직을 대표하는 여러 리더가 있을 때 이중 우리를 참으로 대표할 수 있는 <the only one>의 리더를 선정하라면 누구를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리더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리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채워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적 질문이기도 하다.

진성리더의 반대는 가짜리더가 아니라 유사리더(pseudo leader)다. 유사리더라는 말의 어원은 유사 휘발유에서 파생했다. 유사리더는 리더십 스킬에서는 진성리더와 차이가 없어도 리더로서의 본질을 상실한 사람이다. 유사리더는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와 도움을 받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이다. 겉포장은 리더처럼 보이지만 포장을 뜯어보면 진짜 리더와는 차이가 있다. 이들이 포장과 속이 다른 이유는 겉으로는 리더처럼 행세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이익을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유사리더는 조직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충돌하면 반드시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이 사익을 추구하는 속마음이 들키는 순간 구성원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진정성을 연기한다. 유사리더의 생존전략은 연기이다. 연기가 발각되는 순간 유사리더로서 생명은 끝난다.

사기꾼과 유사리더

유사리더는 겉으로는 멀쩡한 리더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속셈을 더 챙겼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익을 챙기지만 나쁜 리더는 아닌 것처럼 연기한다. 이들이 사욕이 앞선다는 것을 들키면 구성원들이 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줄 동기가 사라지므로 이들은 진성리더보다 더 좋은 리더로 보이기 위해 진정성을 연기한다. 문제는 연기가 들키지 않는 동안 조직의 자원은 이들의 이득을 증진시키는 쪽으로 왜곡되기 시작한다. 결국 조직이 버텨낼 수 없는 순간까지 이런 왜곡된 구조는 강화된다. 유사리더가 무서운 이유는 자신과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의 이득을 극대화 시키는 쪽으로 부분 최적화 시켜 조직전체의 최적화를 왜곡한다. 이런 리더들이 조직을 장악할수록 조직의 목적은 사라지고 목적과 상관없는 가짜 일들이 많아진다.

사기꾼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사기의 대상에게 완벽한 사람처럼 진정성을 연기해야한다. 사기꾼만큼 사기 직전까지 신뢰롭고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성실하고 믿음직스럽고 진실한 사람이라는 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 사기꾼에게 먹이가 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유사리더는 사기꾼처럼 한번 크게 사기를 치고 달아나는 우매한 전략을 쓰지 않는다. 유사리더가 구사하는 전략은 가늘고 길게 승부하는 장기전이다. 이들은 조직에 빨대를 박아놓고 남들이 눈치 채지 않게 조금씩 흡입한다. 이들이 빨대를 박아놓고 조직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동안 조직의 자원은 조직의 사명을 위해서 최적화 되지 못하고 이들과 이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이익을 더 살려내는 쪽으로 부분 최적화된다. 조직이 이들의 부분최적화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적폐가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메스를 들지 않는다면 이들은 연기력으로 생존한다. 하지만 유사리더도 사기꾼처럼 자신의 연기가 발각되는 순간 몰락한다. 사기꾼은 사기대상이 한두 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성공률도 한두 번으로 끝나지만 유사리더는 조직전체의 자원을 왜곡해 적폐를 축적함으로 결국 조직을 붕괴시킨다. 따지고 보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피해자가 된다.

최근에 많은 유사리더들이 초연결시대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이미 사라졌음에도 이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연기하는 삶을 지속하다가 무너져 내린다. 자발적으로 커밍아웃하는 유사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씩 길게 생존한다는 초심을 잃어버리는 순간 과욕을 부리다가 연기가 털려 나온다. 안희정, 이명박, 양진호도 연기가 발각되어 털려나왔고, 양승태, 김유정, 김학의, 유병우 등 한 때 잘 나가다 피고인으로 전락한 법조인들도 연기가 발각되어 털려나왔다. 숙명여고 쌍둥이 부모, 갑질의 대명사 대한항공 가족들 등등 요즈음 사회에 폭탄을 던지는 모든 사람들은 초연결시대가 도래한 줄도 모르고 연기하다 연기가 탄로 난 사람들이다. 연기력이 바닥에 이른 사람들이거나 과욕이 넘쳤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사익에 눈이 멀어 과도하게 연기하다 발각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유사리더는 사명이 사라진 조직에 기생한다. 사명이 살아 있어서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자원들을 최적화 시키고 있는 조직에서의 유사리더는 상상할 수 없다. 조직에 유사리더가 많아졌다면 다 조직이 어느 순간 사명을 상실하고 생존형 조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조직이 생존하는 것과 개인이 생존하는 것과의 경계가 없어진 조직에서 득세한다. 최적화를 위해 민감하게 경영을 평가하고 성과로 피드백 받아야 하는 민간기업보다 사명을 잃은 공기업에 이런 유사리더들이 많다.

유사리더는 점진적이고 서서히 조직을 왜곡시켜 조직을 서서히 붕괴시킨다는 점에서 이들이 조직에 가져오는 폐해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사기꾼들보다 크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이 유사리더라는 사실을 모르고 유사리더십을 행사한다. 자신도 모르게 유사리더의 행보에 뛰어드는 리더들을 돌려 세우지 못한다면 조직은 장기적으로 서서히 삶아 죽는 개구리가 될 운명이다.

벌거숭이 임금님

유사리더가 조직에서 생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의 맥락과는 상관없는 잘못된 리더십을 벤치마킹 해왔기 때문이다. 아래 술꾼의 논리가 조직에 리더십을 도입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이다.

술꾼이 집 앞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 술꾼은 자신이 술에 만취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집 옆 가로등 밑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해서 물어본다.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술꾼의 대답,
"열쇠를 찾고 있지요."
나그네가 같이 찾아보다 열쇠가 발견되지 않자 다시 묻는다.
"열쇠가 보이지 않는데 확실히 여기서 잃어버리셨나요?"
술꾼 왈,
"아니요 집 앞에서 잃어버렸는데요."
나그네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는지요?"
술꾼이 대답한다.
"그런 이상한 질문을 왜 하는가요?" 
"여기가 밝고 찾기 좋잖아요.“

대부분 조직에서 리더십에 대한 열쇠를 자신의 집에서 잃어버리고 이것에 대한 해답을 엉뚱한 곳에서 벤치마킹 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유는 이곳이 다른 곳보다 밝다는 이유 때문이다.

리더십 벤치마킹은 조직의 리더들을 술꾼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우리 조직에 맞는 리더십을 벤치마킹을 통해서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리더들을 술꾼으로 만들었다. 리더십 열쇠를 자신이 잃어버린 집 앞에서 찾지 않고 단지 밝다는 이유로 선진관행에서 찾았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공한 리더십에 대한 무조건적 벤치마킹은 리더십을 디커플링 시켰다. 디커플링이란 새롭게 도입된 리더십 스타일이 조직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폐기처분되고 대신 옛날의 버려졌던 리더십 관행이 다시 암암리에 사용되는 현상이다. 보이는 국면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채용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옛날 방식으로 리더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무늬는 채용된 리더십이고 속은 옛날 리더십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새롭게 도입된 리더십은 포장으로 전락해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폐기처분된다. 폐기처분되면 금방 이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리더십이 다시 벤치마킹되어 리더들에게 강요되지만 이 강력한 리더십의 운명도 비슷하다. 벤치마킹을 통해 리더십 디커플링이 심해지면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나, 말로 일을 하는 사람, 이런 자신의 문제를 숨기기 위해 변명이 많아지는 사람, 겉만 화려하게 포장하는 유사리더들이 등극한다. 한 마디로 연기 잘 하는 리더가 조직의 리더십을 장악한다. 조직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성공했다는 이유 때문에 도입된 모든 리더십은 리더들에게 한 번도 리더십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조직의 리더들을 모두 유사리더로 전락시켰다.

진성리더십은 자신의 토양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디자인할 수 있는 권리를 리더십의 실무자인 리더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리더가 자신이 처한 환경과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성리더십은 지금까지 리더십을 벤치마킹하고 베껴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 우리를 해방시킨 것이다. 새롭게 성공한 리더십이 나타날 때마다 따라 배우지만 평생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한다. 벤치마킹한 리더십이 조직에 뿌리내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감을 잡을 즈음이면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해 우리의 혼을 빼어 놓는다. 벤치마킹을 통한 리더십 역량의 습득은 조직의 모든 리더를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리더십에 관해 유행의 첨단을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모두가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리더십의 실무자들인 리더들에게 위양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더십 민주화 운동이다. 진성리더십은 리더들을 대상으로 벤치마킹한 리더십을 리더들에게 떠 먹여주는 행위를 강력하게 거부한다. 리더십의 민주화 선언은 리더의 길을 선택하고 이 선택에 따라 자신의 리더십의 스타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자신의 맥락과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리더십의 실무자인 리더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리더십에 대한 일인칭 스토리

사람과 사물의 핵심적 차이는 사물의 경우는 목적이라는 본질이 먼저 정해지고 그 다음에 존재가 태어나는 반면 사람의 경우는 존재의 이유인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탄생에 의해서 존재가 먼저 태어나고 그 목적과 본질은 나중에 정해진다. 사람은 먼저 생물학적 존재로 세상에 던져지고 자신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는 자신 스스로가 알아서 주체적으로 완성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존재의 배는 죽음을 향해서 계속 항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물과는 달리 사람들에게는 두 번의 탄생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한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는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깨달은 탄생이다.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지어진 이유를 깨달은 삶은 제 2의 탄생이다. 자신의 삶의 이유인 목적을 발견하는 순간 존재의 빈 배에는 목적이 실려지기 시작하고 이 목적이 실현될수록 죽음으로 향하는 배의 속도는 실존의 무게 때문에 늦추어진다. 존재에 대응하는 실존이란 존재의 빈 배에 목적이라는 본질이 채워지기 시작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 삶의 목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죽음의 순간을 맞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죽음 앞에서도 사람들에게 기억으로 넘겨줄 삶에 대한 스토리가 없어서 죽음과 동시에 허무하게 소실되는 삶을 산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미래는 내 삶의 목적에 대한 메모리가 다른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서 이들의 삶의 스토리로 재구성되어짐에 의해서이다. 생물학적 DNA가 아닌 나의 삶의 목적이 담긴 메모리인 밈(meme)이 생물학적으로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 채용되어 유전되는 것이다. 나로 인해 만들어지는 미래는 밈(Meme)을 통해서 죽음이후에도 후세에게 전해진다. 내 삶의 목적이 담긴 메모리(Meme)가 후세 사람들의 삶의 플롯으로 채용되지 못한다면 내가 유전시킨 미래는 없다.

존재이유인 목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도 완성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의 삶은 존재하지만 미래에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의 목적지가 없다. 목적에 대한 정체성이 없는 배는 방향을 잃고 삶의 바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표류하다가 죽음 앞에 서게 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임제선사의 가르침도 목적을 발견해 자신의 배를 운행하는 선장이 되어 줄 것을 명하고 있다. "이르는 곳에서 주인이 되어 살면 거기서 하는 모든 일이 진실로 서게 된다." 남의 써준 삼인칭의 삶에서 벗어나 일인칭 주인공의 삶을 복원해서 이를 구현하는 삶을 살 때 삶 자체가 진실로 드러난다는 가르침이다. 진실한 삶이란 스스로가 작가가 되어 대본을 써내는 일인칭의 삶을 구현하는 것이다. 일인칭 대본대로 사는 삶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자연과학적 진리는 깨달을 수 있어도 인간으로서 실존하는 삶의 진실은 깨닫지 못한다.

성경에서도 비슷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마테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여행을 떠나는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인들에게 큰 돈을 맡기고 떠나는데 결과적으로 한 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손실이 두려워 땅에다 묻었다가 한 달란트를 고스란히 돌려주었고 다섯 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장사를 해서 두 배로 주인에게 돌려주었을 때 주인은 한 달란트를 돌려준 하인을 꾸짖고 열 달란트를 남긴 하인을 칭찬한다. 한 달란트를 고스란히 돌려준 하인은 그냥 하인으로서의 삶을 산 사람이고 두 배로 돌려준 하인은 하인이지만 자신 스스로 일인칭 스토리를 쓰고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산 하인이다. 기독교에서의 삶도 그냥 성서에 있는 대로의 삶을 충실히 산다면 한 달란트를 묻었다가 고스란히 돌려주는 하인의 삼인칭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서의 삶을 플롯으로 삼아 자신이 일인칭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 여기서 만든 변화를 다시 세상과 하나님께 돌려주는 크리스천들이 진성 크리스천들이다. 소위 선데이 크리스천이란 성경말씀을 열심히 따르지만 결국에는 한 달란트만 주인에게 돌려주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삶에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이 존재에 삶의 목적이 일인칭으로 채워져서 이 목적이 천명한대로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삶의 본질이 지향하는 일인칭 목적지가 없다면 삶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준거가 없다.

소크라테스 이후로 모든 철학은 일인칭으로 이 삶의 본질인 목적을 찾아서 자신이 스스로 일인칭 주인이 되어 존재를 완성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이다. 이 존재의 완성이 제대로 마무리되어 내 삶의 목적이 더 충실해지는 상태를 철학자들은 수월성(excellence)이라고 불렀다. 수월성은 우리가 알듯이 역량이 늘어나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목적을 깨달아 스스로의 품성을 완성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궁극적 행복(eudemonic happiness)은 이 존재가 점점 목적이라는 본질로 채워짐에 대한 체험이다. 목적을 발견해서 내 몸속에 일인칭으로 내재화 하지 못한다면 몸이라는 존재의 탄생은 있었어도 인간으로의 인간다운 주체적 삶의 탄생을 맞본 것은 아니다. 존재는 텅 빈 배일뿐이다. 몸은 에너지 덩어리로 존재해도 인간으로의 나는 실존하지 않는 부조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목적에 대한 주체적인 일인칭 스토리가 없다면 부조리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한 조직의 리더가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대한 주체적 사명의 스토리가 없는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진성리더는 조직이 삼인칭으로 강요하는 리더십에서 벗어나서 리더로서 자신만의 사명에 대한 일인칭 스토리를 쓴다. 회사가 써 준 리더십 스토리에 따라서 맹목적으로 삼인칭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리더십 대본에 따라서 연기하는 유사리더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진성리더는 리더로서 주체성이 복원된 일인칭의 삶을 구현해 구성원을 임파워시키고 이들과 함께 수월성과 행복을 실현시킬 수 있는 변화를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리더십교육의 고질적 문제는 리더의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리더들을 어린이 취급하고 이들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만들어서 행사해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것에서 파생했다. 리더들에 대한 임파워먼트를 거부해가며 정작 리더들에게는 리더로서 무거운 책임과 성과만을 요구해왔다. 리더들을 어린이 취급해가며 검증되지도 않은 리더십을 억지로 주입시켜놓고 리더십 교육이 끝나 이제는 어른이 되었으니 리더로서 책임을 지고 성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대부분 회사에서 리더십 교육은 노상강도 짓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더를 물에 빠트려놓고 리더를 구해주었으니 이들에게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적반하장 교육이 대한민국의 리더십 교육의 실체였다.

변화와 맥락

벤치마킹한 리더십에 답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입시킨 잘못된 또 하나의 잘못된 믿음은 리더십을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좋은 리더십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준다. 하지만 리더십은 그자체로 조직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리더는 좋은 리더십 스타일을 가진 것을 넘어 이 리더십으로 더 나은 변화를 완성하는 것으로 존재이유를 드러낸다. 리더십 스킬이나 훈련에서 A+ 점수를 받았어도 이것을 통해 변화를 완성해나가지 못하면 리더로서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을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어도 변화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리더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진성리더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통해 변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스타일을 발아 시키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안다. 토양이 산성화 되어 있을 때는 아무리 좋은 리더십 스타일도 토양이 스스로 뱉어낸다는 것을 안다. 리더로서 주체적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드는 것만큼 진성리더들이 공들이는 것은 산성화된 토양을 비옥한 토양인 맥락으로 바꾸는 일이다. 진성리더는 맥락에 치중한다. 아무리 좋은 씨앗의 리더십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도 리더가 맥락을 못 만든다면 씨앗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변화는 물 건너간 일이 된다. 진성리더십이 상황이론의 가정을 크게 문제 삼는 이유가 바로 상황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맞춰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도록 명령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자신의 의도를 상황에 성공적으로 개입시켜 객관적 상황이 리더에게 유리한 주관적 상황으로 바뀐 것을 맥락이다.

1968년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971년 7월 조선사업계획서를 만들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외자확보는 불가능했다. 현대는 당시 영국 최고의 은행이던 바클레이 은행에 510억 원에 이르는 차관을 요청했지만 바클레이 측은 현대의 조선 능력과 기술수준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정주영 회장은 낙심하지 않고 차가운 현실을 바꿀 우회 전략을 구사했다. 1971년 9월 고 정주영 회장은 바클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 ‘애플도어’의 롱바텀 회장을 찾아간다. 사업계획서를 들려주었지만 롱바텀 회장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정 회장은 재빨리 지갑에서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펴보였다.

“우리는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습니다.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서 있었는데, 산업화가 늦어져서 아이디어가 녹슬었을 뿐이오. 한번 시작하면 잠재력이 분출될 것이오.”

롱바텀 회장은 현대건설 등을 직접 둘러본 뒤 추천서를 써서 바클레이에 건넸다. 현대조선은 조선업 세계 1위가 되었다.

상황은 1963년 8월 28일이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권탄압이 극에 달했다. 킹 목사는 흑백 차별 반대 운동에 대한 전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워싱턴 DC 대행진에 참가한다. 1960년대와 70년대 초 워싱턴에서는 여러 가지 행진이 벌어졌으나 1963년 8월의 행진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워싱턴 광장에서 여러 연사들이 등장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킹 목사가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상황은 급변했다. 사람들은 킹 목사의 연설을 듣고서야 동요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촉발된 다양한 저항은 1964년 존슨 대통령이 인권법에 서명하게 만들었다. 이 인권법은 1965년에 투표권법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런 운동들이 이어져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

정주영 회장과 킹 목사의 공통점은 맥락을 만드는 일에 성공한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롱바텀 회장이 이순신 장군이 세계 해군의 역사에서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존경하고 있다는 상황을 이용했다. 여기에 500원 지폐의 거북선 그림을 동원해 자신의 의도(Text)를 롱바텀 회장의 마음에 끼워 넣어서 맥락(Context)으로 바꿨다. 맥락(Context)이란 리더의 의도를 담고 있는 텍스트(Text)가 서로 공유된 것을 의미한다. 정주영 회장의 텍스트(Text)가 맥락(Context)으로 전환되는 순간 현대조선의 운명도 바뀌었다. 킹 목사도 마찬가지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킹 목사의 의도가 담긴 텍스트(Text)가 청중들 마음속에 끼워 넣어져 맥락으로 전환되자 인권운동의 다양한 기적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리더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은 자신이 가진 의도에 대한 텍스트를 이 의도를 구현하는 일에 기여할 구성원들의 마음에 끼워 넣어 맥락화 하는 능력이다. 이처럼 맥락이란 차갑고 산성화된 상황에 리더의 의도를 개입시켜 리더의 의도가 공유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의도가 개입된 상황은 더 이상 옛날의 차가운 상황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 상대의 차가웠던 마음에 내 텍스트가 개입해서 차가운 마음이 뜨거운 마음으로 바뀌게 만든 것이다. 맥락이 만들어져 마음이 뜨거워져야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 텍스트에서 시작해서 맥락으로 전환되었다가 변화로 전환된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했어도 이것을 비즈니스로 전환시키지 못한 사람들은 기술이란 텍스트만 있었지 이 기술이 발아되는 맥락으로 전환시키지 못한 사람들이다. 리더들에게 주어진 차가운 상황은 어디까지나 시작점이다. 이 차가운 상황에 리더가 자신의 의도를 개입시켜 상황을 맥락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변화는 물 건너간 것이다. 맥락을 만들지 못하고 자신의 텍스트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리더의 행위는 갑질일뿐이다. 이 점에서 진성리더에게 가장 큰 금기사항은 자신의 의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십자군 전쟁이다.

진성리더십은 리더가 상황에 적응하는 상황이론이 아니라 상황을 맥락으로 만들어 주체적으로 변화를 일구어내는 맥락이론이다. 진성리더십으로 무장했다하더라도 이것이 발아되어 과일나무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토양인 맥락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리더십은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다. 맥락을 만들지 못한 리더십에 대한 시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끝난다. 진성리더십은 리더가 스킬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 변화관리 등을 통해 상황을 맥락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상황이 맥락으로 바뀌지 못한다면 주도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나팔소리

리더십 학자들 사이에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리더십 학자의 머리 숫자만큼의 다른 리더십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리더십 르네상스 속에 감춰진 어두운 면인 리더십의 극심한 혼돈상황을 이야기한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이런 리더십의 혼동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학자나 리더십 개발자들이 자신이 최고의 효과적 리더십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나서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다 남들의 것을 벤치마킹이란 이름으로 베낀 것들이다. 포장만 달리하고 여기에 자기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찾아낸 몇 가지 비법만 제대로 훈련하면 리더십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만병통치약으로 광고하지만 더 세련된 약장수가 나타나면 꼬리를 내린다.

소위 잘 나간다는 성공한 리더들의 겉모습만을 베끼는 수준인 리더십 벤치마킹은 리더십 혼란만을 더욱 가중시켰다. 리더십을 배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이것저것 리더십 유행의 첨단을 따라서 해보지만 결국은 자신을 리더십의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고 자신을 유사리더로 만들어 비극적 종말을 맺는다. 이들이 한 일은 진짜 리더십에 대한 갈증만 키운 것이다.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의 논의가 시작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유사리더들이 판치는 리더십의 르네상스 속에 숨겨 있는 고질적 무질서와 리더십 혼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리더십이라고 알고 있는 리더십에서 남들에게 베껴온 요소들을 차 떼고 포 떼듯이 다 떼어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리더십의 근원적 본질은 무엇인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남들에게 배워온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다 되돌려주었을 때 자신에게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면 결국 자신은 리더십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리더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리더십의 근원적 본질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리더십의 혼동과 무질서는 가중된다. 리더십으로 자신만의 리더십 내러티브를 만들 수도 자신만의 변화의 역사를 쓸 수도 없다. 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본질을 찾아내 이것을 플롯으로 삼아 자신만의 the only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고 이 리더십으로 변화를 성공시켜 이 리더십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

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극심한 혼동 속에서도 리더가 일인칭으로의 주체성을 회복해 리더십의 본질적 질서를 조직해내는 리더십의 새로운 문법이다. 리더십 학자들이나 개발자들이 주장하듯이 리더십의 무질서는 남들의 리더십 스킬을 벤치마킹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들에게 효과적이었다는 삼인칭 리더십을 배우는 순간 리더십은 더 깊은 혼동과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게 되어 있다. 삼인칭 리더십이란 남들이 써준 리더십 대본을 연기하는 것이다. 또한 리더십이란 자신만의 일인칭 스타일이 토양과 매치가 되는지가 핵심인데 다른 토양에서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을 자신의 토양에 도입할 때는 부작용만 가중된다. 신체 기관을 이식하는데 이 기관이 자신의 혈핵형이나 몸에 어떤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점검하지 않고 겉보기에 튼튼하고 좋다고 무조건 이식했을 때 생기는 엄청난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 마디로 리더십의 벤치마킹 시대가 가고 리더가 자신만의 진성리더십 모형을 찾아서 리더십을 스스로 디자인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의 민주화 시대가 왔다. 이제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리더십의 실무자들인 리더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1월 20일에 있었던 취임연설에서 “횃불은 새로운 세대에게 넘겨졌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 응답해 많은 미국 시민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작든 크든 자신만의 주체적 스토리를 창출해서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 지금의 한국에서 요구되는 상황도 비슷하다. 민주화를 일궈낸 시대 횃불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다시 기존의 병들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서 넘어가고 있다. 역사적 전환점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주자들은 시대를 어지럽히는 유사리더의 피리소리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성리더의 나팔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