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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왜 자살율이 높을까?
사회역학 분야의 선구적 학자로 알려진 리처드 윌킨드에 따르면 평등개념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자살율이 높고 불평등 개념이 구조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폭력이 더 많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아쉽게도 이 두 가지가 다 해당되는 국가처럼 보인다.
한국사람들의 이념적 지향은 평등을 강조하는 것 맞다. 이념적으로는 국가나 학교에서는 누구나 다 노력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한국사람들의 운명은 대입시험 사법고시 등 기회가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시험에 의해서 모든 것이 좌우된다. 우리나라만큼 삶이 이런 평등을 가장한 시험과 여기서 얻어진 성적에 의해서 결정되는 나라는 없다. 사실 평등하다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면 같은 시험을 운에 의해서 못볼 수도 있으므로 여러번 볼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지만 우리 나라는 이것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기회가 균등한데 자신이 성취를 못하면 이에 대한 잘못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귀속된다. 결국 여기서 느끼는 좌절감이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것이다.
한국은 평등에 대한 이데올로기도 높은 반면 현실화된 불평등 지수도 상당히 높은 국가이다. 양극화로 인한 소득불평등이 견인차이지만 체감하는 불평등은 소득에 그치지 않는다. 지위나 권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부유한 사람만큼 돈이 없다는 것에 대해 현실적 불평등을 느낀다. 돈만 많은 사람들은 권력에 대해 불평등하다고 느낀다. 자신이 가진 것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 성향이 모두가 불평등에 대해 체험하게 하고 결국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규정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평등에 대한 체험은 윌킨스의 예측처럼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총기나 마약 등의 비교적 잘 규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기나 마약을 이용한 폭력으로 빠지지는 않아도 한국사람들은 기초적 질서를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도 이런 경향은 폭력의 대체재쯤 되는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