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은 매일 햇빛만 비치는 곳이다. 습기가 존재하지 않고 남은 습기조차 햇빛에 날아가는 동안 토양이 품은 영양가들은 유실되고 수증기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토양은 미세한 모래로 잘게 쪼개진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365일 행복하게 태양만 밝게 비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삶은 점점 사막화 과정을 거쳐 무미건조해지고 삭막해질 것이다. 천국은 지옥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고 지옥은 천국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인간 세상이 의미가 있는 것는 천국과 지옥이 같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옥이 전제되지 않은 천국은 햇빛만 내리쬐는 사막에 불과할 뿐이다. 완벽한 천국이나 완벽한 지옥은 종교의 개념 상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바레뜨의 희극 <오! 오늘도 행복했어요>를 보면 주인공은 스스로 사막화를 자초해 모래 구덩이에 빠져 목까지 모래가 차오르름에도 오늘도 행복했어요를 외치고 죽어간다. 이 죽음은 행복전도사로 알려졌던 최윤희 부부의 충격적 자살을 상기시킨다.
사막화를 막는 유일한 길은 온전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온전함이란 내 삶에 아픔이 담겨있으면 그것조차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삶이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 시간과 열정을 쏟는 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눈물에도 시간을 내주는 삶이 온전한 삶이다. 인간에게 진정한 성숙은 자신의 아픔과 고통의 원천을 이해하고 이것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데 있다.
긍정심리학이나 강점경영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지금 자신이 가진 강점과 햇빛만을 강조해 인간을 사막화시킨다. 햇빛에 해당하는 결과중심적 사고가 황금만능주의와 성과만능주의로 인간을 패배시킨 것처럼 인간의 고통과 눈물의 원천을 무시한 강점과 긍정은 인간의 삶을 급속하게 사막화시킬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강점을 앞세울 필요는 있지만 이것이 인간의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성숙은 인간의 고통과 눈물의 원천을 이해해서 이것을 해결해줄 때만 저절로 찾아온다.
왜 황금만능주의가 생겼을까? 인간의 고통의 원천을 무시하고 진정으로 성장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인간에게 눈부신 햇빛만 요구했기 때문이다. 행복만을 파랑새처럼 쫒아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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