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승님들이 다 어디로 사라지셨을까?
벌거숭이 임금님 신드롬

어렸을 때는 많는 큰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큰 스승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경향을 반영하듯 지금 어린이들은 큰 스승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 못 미치는 낮은 자기이해력을 풍자하는 우화들을 더 많이 듣고 자란다.

스승님들이 사라진 현상은 시대적 문제일까?

큰 스승이 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구가하는 대부분 높은 분들은 이 지위에 오르는 큰 스승이 되기 위해서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열쇠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바로 자기이해력이라는 열쇠다. 심지어 큰 지위에 취해 큰 스승의 열쇠인 자기 이해력이 사려졌다는 것을 자신만 모르고 산다.

높은 사람들이 자기 이해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보이면 이들은 주변사람들의 뒷담화에 오르기 시작한다. 뒷담화는 힘이 있는 사람 주변으로 피드백이 끊어졌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없어서 주변사람들끼리 고양이의 못된 점에 대한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경우다. 피드백 받아야 할 대상과의 피드백의 순환루프가 끊어져 버려 피드백을 제공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끼리만 내용을 공유하는 경우가 뒷담화다.

우리 시대에 큰 스승이 사라진 이유는 벌거숭이 임금님 신드롬과 무관하지 않다. 벌거숭이 임금님은 큰 스승으로 가는 철도에서 탈선한 자기이해력이 떨어지는 높은 분을 상징한다. 임금님들은 통상 자신이 벌거숭이인지를 모르고 산다.

이전에는 목사님과 스님들 중에 큰 스승들이 많았다. 젊었을 때 총명하기로 세상을 놀라게 해 큰 스승이 될 것으로 촉망받던 목회자들도 교회가 커지고 나이가 들고 명성이 생기면 큰 스승이 아니라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전락한다. 많은 신도들이 신처럼 떠받들어가며 매일 해주는 긍정적 피드백에 파뭍혀 어느 순간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었는데 이 벌거숭이 모습을 모르고 있던 외부사람들에 알려져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일본인들로부터 추앙받는 큰 스승들은 대부분 경영자들이다. 경영자들은 대부분 구성원을 시대를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키워내는 큰 스승의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는 영역이다. 한국에도 유일한 박사와 같은 분이 계시기는 했지만 지금 시대 경영자들은 인재를 길러내는 것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치어서 중요한 사명을 잊고 산다. 안타갑게도 대한민국의 경영자들은 큰 스승의 풀에서 제외된 대표적 직군이 되었다. 사실 본인만 모르고 있지 경영자들 대부분은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경영자 정도되면 이들에게 잘보이려고 정치적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에 의한 아첨 섞인 긍정적 피드백으로 인의 장막이 만들어진다. 경영자의 주변 사람들은 경영자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 어느 순간 자신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맞는 말을 하는 신의 수준이 된 것처럼 착각한다.

요즈음 리더십 연구에서 리더들의 자기이해력은 가장 뜨거운 이슈다. 글로벌에서 경영자급의 리더십은 다 자기이해력에 대한 훈련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CEO로 영입할 때는 회사에서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넘어서 가장 공들여 점검하는 영역이 자기이해능력이다. 경영자의 자기이해는 자기 스스로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묘사한 셀프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의 환경으로부터의 피드백과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경영자가 자기이해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현실적 감각이 떨어지고 참혹한 세상에 엉뚱한 결정으로 조직을 참사에 이르게 한다.

옛날 현명한 임금님들은 스스로가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암행어사를 임명하거나 평복으로 갈아입고 스스로 암행에 나서기도 했다. 참혹하다고 할 정도로 정확한 자기이해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역사적으로 현명한 군주는 자기이해력이 뛰어난 사람을 지칭한다.

코칭 피드백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해보면 일관되게 나오는 연구결과가 하나 있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자기평가(self-appraisal)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에 대한 내 자신의 평가와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나 자신에 대해 평가한 값의 차이인 성찰평가(reflected appraisal) 값이다. 자기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경우는 자신의 내면의 깨끗한 거울을 가진 경우이고 성찰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것은 깨끗한 외적거울을 가진 경우이다. 평소 명상, 요가 등을 많이 한 사람들은 내면의 깨끗한 거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요가나 명상이 자기이해의 다른 큰 한 쪽에 해당하는 외면의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주지는 못한다. 리더로서 중요한 자기이해는 성찰을 통한 자기인식 거울에 의해서도 결정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본 거울에 의해서 결정된다. 자기이해의 더 중요한 부분인 다른 사람이 제공해준 피드백 거울에 대한 논의가 리더십에서는 더 중요한 문제임에도 많은 인문학 프랙티스에서는 자기성찰만 되면 자기이해가 해결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자기성찰이 자기이해의 30%정도를 결정한다면 70%는 다른 사람들을 통한 피드백 거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지의 성찰평가(reflected appraisal)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 마디로 성찰평가는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 능력이다.

우리시대에는 이전처럼 왜 큰 스승이 보이지 않을까의 질문에 대한 나의 진단은 높은 지위에 버금가는 자기이해력을 숙성시키 못했다는 점이다. 이 둘을 같이 숙성시키는 것이 아마도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는지 모른다. 큰 스승에 대한 진리는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자기이해력이 떨어진다면 아마도 큰 스승의 철도에서는 탈선한 것이다. 큰 스승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 스승력이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자기 이해능력이 기초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나이가 든다고 다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기성찰과 자기이해를 통해 더 현명해지는 분들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전락해 꼰대 소리를 듣는다. 젊은이들로부터 뒷담화를 듣고 있다면 스승의 길을 벗어나 이미 벌거숭이 임금님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된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대로 스승과 제자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는 스승이고 누구에게는 제자이다. 이런 유연한 스승과 제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자신에 대한 이해능력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훌륭한 스승이고 훌륭한 제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