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우리를 춤추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가축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맹목적 진실로 받이들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는 전문 코치훈련을 받으신 분들도 이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할런지는 몰라도 과연 사람도 춤추게 할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을 고래에게 했던대로 춤추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고래화를 전제로 한다. 고래처럼 칭찬으로 춤추게한 댓가는 인간의 가축화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주장은 행동주의에서 자극과 반응 원리에 따라 동물을 훈련시킬 때 쓰던 전략이다. 행동주의 전제는 보상과 상벌로 생각하는 힘을 거세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생각을 통제할 수 없는 노이즈로 생각해서 블랙박스로 간주하고 이 블랙박스가 제기하는 노이즈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기제를 찾아내는데 주력했다. 이들이 찾아낸 기제는 자극에서 요구한대로 반응하면 그대로 보상을 하고 그렇지 못하면 벌을 주는 원리다. 칭찬은 돈이 안드는 가장 강력한 보상기제이다.
동물을 훈련시키기 위해 썼던 원리를 인간에게 적용하면 인간의 가축화가 진행된다. 인간이 가축화되면 인간에게서 생각을 통한 주체적 선택의 개연성이 거세되고 대신 어떤 자극이 오면 생각없이 자동적으로 유도된 결과대로 행동을 하게된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상태로 변화는 것이 생각이 없이 행동하는 기계로 변했을 때이다. 가축화를 위한 칭찬은 인간에게 생각의 개입없이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가축화된 칭찬은 칭찬을 받기 위해 실수하지 않는 방법에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같은 성공에 같은 수준의 여러번의 칭찬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이것을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상화 효과도 있다. 더 강도가 높은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더 많이 더 쎄게의 게임>에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또한 어느 정도 칭찬을 받았을 경우 칭찬을 못받는 상황이 오면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할 가능성도 높다. 성공한 결과에 집중하는 칭찬은 사람들을 승자와 패자의 프래임으로 갈라놓는다.
성공한 결과에 집중하는 칭찬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된 모형이 칭찬의 원인을 찾아서 하는 칭찬이다. 칭찬을 하려면 좋은 결과를 산출한 원인을 찾아서 칭찬의 원인과 결과 모형을 완성하고 이 완결된 시나리오 형태로 칭찬할 것을 권고하는 경향들이 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너는 무엇에 집중해서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은 것같다"라고 칭찬하는 방식이다. 원인을 찾아서 칭찬하는 방식이 결과만 놓고 칭찬하는 방식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인간에게 답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거세시키는 또 다른 방식이다. 생각의 개입을 배제하고 어떤 원인과 결과가 연결된 특정한 성공모형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세상이 바뀌어 이전의 성공모형이 작동이 안 된다면 주체적 생각의 전환을 통해 다시 학습해야 하는데 생각하는 힘이 거세되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칭찬의 핵심은 칭찬을 통해 어떤 요인을 강화시킬 것인가 핵심이다. 결과만을 강화하거나 원인을 강화하는 것 모두 결국 생각하는 힘을 거세시키는데 공헌했다면 칭찬을 통해 어떤 요인을 강화해야 할 것인가? 진성코치라면 어떻게 할까?
원인과 좋은 결과를 연결시키는 것을 넘어서 이것이 미래의 자랑스런 자신으로 태어나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강화시켜주는 칭찬이 최고의 칭찬이다. 예를 들어 "X라는 원인에 집중해서 노력한 결과 Y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정말 잘 한 일이야. 그런데 더 자랑스러운 것은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네가 이전에 약속했던 너의 정체성에 대한 존재이유를 명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라는 시나리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칭찬은 고래에게는 쓸 수 없는 전략이다. 인간을 고래와 같은 수준으로 가정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다.
최고의 칭찬은 과거의 성공에 대한 좋은 평가를 넘어서 이 좋은 평가가 미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강화시킬 수 있을 때이다. 최고의 칭찬은 생각하는 힘을 강화시키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학습하려는 동기를 강화시킬 수 있을 때이다. 과거 성공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겠지만 자부심은 자신에게 약속한 미래의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이 실제로 실현될 때 가장 크게 느낀다. 자부심은 다른 일반적 정서와 구별되는 윤리적 감정이다. 만족, 흥미, 행복 등과 같은 일반적 정서와 자부심 중 선택하라면 모든 인간은 일반적 정서보다는 자부심이라는 윤리적 정서를 선택한다. 윤리적 정서는 조직와 인간의 존재이유를 구현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이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에게 어떤 때 가장 행복하고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었는지 물어볼 떄가 있다. 이들 대부분의 공통된 대답은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어려운 일을 자신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성공적으로 완수했는데 이것을 지켜보던 존경하던 상사가 자신을 칭찬해주었을 때라고 대답한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믿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례를 예로들어 직장인들이 칭찬받기 위해 일한다고 주장한다. 칭찬이 외재적 보상으로 작용해서 이들을 일에 몰입시킨 것이 아니라 이들을 흥분 시켰던 것은 자신이 자신 선택과 노력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어른으로서 성장했다는 자부심에 대한 강화가 이들을 춤추게 만든 것이다. 상사는 객관적인 눈으로 이런 자부심에 타당성을 인정해줘 불에 기름을 부은 사람이다. 그것도 자신이 존경하는 진정성이 있는 상사가 인정했다는 점이 큰 요인이다.
상사가 칭찬을 통해 강화시킨 것은 성공적 결과를 넘어서 당신도 당신의 주체적 생각과 선택에 의해서 일을 통해 당신을 성장시키고 그럼을 통해 조직가치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에서 열망하던 상태에 대한 이 객관적 사실 인정이 제대로 된 칭찬의 백미가 된 것이다.
고래로 취급되어 싸구려 칭찬에 중독되어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빼앗긴 인간은 삶의 의미가 거세당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칭찬과 상벌이 없으면 주체적으로 일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칭찬으로 완벽하게 가축화된 것이다. 인간을 진정으로 춤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칭찬이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강화시킬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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