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성장이 경제성장과와 반드시 괘를 같이 하는 것일까? 오래 전에 저성장기조로 돌아선 유럽에서의 교회와 같은 수순을 밟는 것일까? 저성장기에는 고성장기만큼 믿음이 더 필요한 시기일텐데 왜 역으로 믿음이 쇠퇴하고 있을까? 저성장 기조로 돌아섬과 함께 신앙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한국기독교가 그간 잘못된 기복신앙으로 성장한 것은 아닐까? 한국교회는 쇄락을 극복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근원적 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인가?

이런 주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분이 팀 켈러(Thmothy Keller) 목사와 그가 세운 리디머 장로교회 (Redeemer Presbyterian Church)에 관한 사례이다. 이 교회는 일요예배에 5천명 정도의 신도가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대형교회에 비교해서는 말이 안 되는 숫자이지만 미국교회가 뉴욕 중심에서 이 정도 참석인원을 동원한다는 것은 특이한 케이스이다.

팀 켈러 목사는 1989년 부터 뉴욕에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도시선교를 시작했다. 켈러 목사는 교회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저술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2017년에 담임목사직을 내려놨다. 리디머 교회는 일종의 플랫폼이고 도시 곳곳에 100여개의 작은 교회들이 플랫폼의 모쥴로 연합하고 있다. 100여개의 작은 교회가 뉴욕인들의 삶자체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켈러 목사가 주창하는 도시선교의 핵심은 신앙은 교회 안에서 성숙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직장과 비즈니스 속에 배태되어 이 현장의 장면들에서 변화를 일으킬 때에만 번성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교회의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초연결사회의 플랫폼과 신크로 되는 방식이고 신앙이 삶과 분리되어 교회 안에 갇혀서 죽어나가는 것을 경계한다. 설교의 주 대상이 신앙심에서 가장 회의적인 집단인 뉴욕의 젊은 직장인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금의 교회를 완성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다.

팀 켈러목사는 어떻게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에서 물질만능주의이 첨병인 젊은 직장인들을 교회로 불러들일 수 있었을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내가 내리는 해석은 탈맥락화를 통해 성경을 공진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팀 켈러 목사의 탁월성은 사회변화과정에서 맥락 (Contex)t이 진화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것을 교회에 접목해서 성공시킨 일이다. 맥락(Context)이란 말그대로 텍스트(Text)와 텍스트(Text)가 씨줄과 날줄로 결합해서 그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중심 스토리로 쓰이게 된 것이다. 성경도 따지고 보면 성경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말씀인 복음이라는 텍스트와 그 당시 말씀을 전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텍스트가 씨줄과 날줄로 결합되어서 성경으로 기록된 것이다. 성경에 현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노예, 여성, 성소수자들에 대한 비하가 들어가 있는 것은 성경의 복음과 불리된 그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날줄의 텍스트의 문제이다. 많은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의 맥락 속에서 하나님 말씀인 복음을 이들의 시대적 날줄로부터 분리해내지 못하고 그냥 성경전체를 글자그대로 통째로 받아들여서 해석하고 이 해석을 삶에 강요한다. 성경에서 전하는 복음의 씨줄의 텍스트과 시대적 상황이라는 날줄의 텍스트를 분리해내지 못하면 날줄은 교묘한 방식으로 우상화를 조장한다.

팀 켈러 목사의 통찰은 성경 속에 담겨 있는 복음을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쓰여졌던 그당시 시대적 상황이 담긴 날줄을 분리해서 탈맥락화시키고 대신 지금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맞는 날줄을 다시 입혀서 복음을 새로운 맥락으로 재맥락화 해 성경을 공진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 대형교회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목회자들이 지금 현시대에 대해 통찰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현상도 따지고 보면 성경에서 복음을 분리해내 시대에 맞게 탈맥락화 시키고 이것을 시대의 텍스트에 맞춰 다시 재맥락화 하는 일에 성공을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옷을 새 텍스트로 가미해서 새로운 맥락(Context)를 만들어내 복음을 살려내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복음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새 토양이 제공될 때 살아서 공진화한다. 공진화 하지 못한 모든 맥락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탈맥락화를 통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토양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믿음은 죽은 믿음으로 전락한다. 죽은 믿음은 삶에 진실된 울림을 창출하지 못한다. 젊었을 때는 이런 새로운 맥락(CONTEXT)의 문맥과 문법을 만드는데 성공해서 교회를 중흥시켰는지 모르나 결국 이런 세속적 성공에 취해 자신들이 만든 성장의 텍스트(Text)만을 우상화시켜서 결국 복음을 자신들의 믿음의 감옥 속에 갇히게 만든 것이다. 이런 원로 목회자들이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구국기도회이다. 믿음의 감옥에 갇혀 구원받야야 할 당사자가 자신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무릅꿇고 드리는 구국기도는 자신의 신앙의 문제를 감추기 위한 연기일 뿐이다.

나는 팀켈러목사의 최근 성소수자들에 대한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분이 복음을 살려낸 탈맥락화와 재 맥락화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의 교회들도 충분히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