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글로벌에서 CEO를 선발할 때 가장 중시하는 능력으로 자기이해(self awareness) 능력을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이유는 이들이 시간의 사막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비전과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장님이었다가 어느 날 기적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볼 수 있는 능력인 비전을 회복한 후 맹인은 무엇을 가장 먼저 보고 싶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고 싶어하는 것은 자기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눈을 뜨고 있어도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이미 비전을 상실한 것이다.
CEO가 자기를 볼 수 있는 자기이해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식견이 뛰어나도 비전을 잃은 장님이다. 자기이해 능력이 없다는 것은 비전은 고사하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분간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런 장님에게 회사를 맡길 글로벌 회사는 없다. 결국 글로벌 회사에서 HR의 과제는 아무리 능력과 경험이 뛰어나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눈뜬 장님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고 고민거리다.
비전은 자기 자신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흐름 속에서 길을 잃고 있지 않을 수 있는 목적과 사명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시간 속에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나침반을 잃어버려 자신의 살아 온 과거도 잊고 자신이 찾아가야할 미래의 끈을 놓친 사람들에게 펼쳐지는 장면이 사막 속 신기루이다. 신기루를 쫓을수록 그나마 가졌던 비전도 다 잃게 된다.
비전을 잃는 사람들이 찾는 것이 이카루스의 날개이다. 이카루스는 자신의 날개가 밀납으로 봉해졌음에도 이것을 잊어버리고 탐욕을 못 이기고 태양을 향해 솟아 오른다. 탐욕 때문에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눈이 멀었다. 비전을 상실했음에도 탐욕 때문에 태양을 향해 계속날아 오르게되고 결국 밀납이 태양에 녹아내려 완전히 추락한다. 결국 탐욕이 자신의 눈을 멀게한 것이다. 탐욕이 비전상실의 주범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괘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렸지만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은 반드시 이카루스의 날개를 단다.
원래 의미의 비전은 자신의 삶의 목적을 각성하고 목적의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개념화 했을 때 못보던 세상의 기회와 장애를 보게되는 것이 비전의 뜻이다. 좋은 목적에 대한 믿음과 철학의 눈을 획득했을 때 보지 못하던 기회의 세상을 보게되는 것이 비전이다. 다시 말해 비전의 원래 의미는 목적에 대한 믿음과 철학으로 보게된 새로운 세상이다. 목적은 비전을 볼 수 있게 하는 안경이다. 목적을 잃는 순간 사람들은 탐욕의 노예가 되어 이카루스의 날개를 찾는다. 목적을 잃는 순간 자아가 탐욕으로 부풀려지고 있음에도 자신만 알아차리지 못한다. 눈이 있어도 이렇게 부풀려진 자신을 보지 못하는 장님으로 전락한다.
목적과 사명을 상실해서 결국 비전을 상실한 회사들도 이카루스 날개를 찾아나선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몆년 후 매출 얼마를 달성하겠다는 것을 비전으로 주장한다. 직원들 누구도 이 비전을 믿지 않는다. 신기루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전은 자신의 탐욕적인 목표를 확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의 목적지에 서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 사람이나 회사가 지금의 목적과 목표간 갭을 줄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만 생성된다. 이미 목적과 사명을 상실한 회사에서 숫자로 제시된 비전은 회사의 탐욕의 크기일 뿐 다른 고상한 의미는 없다. 이런 비전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사막의 신기루로 발견한 오아시스일 뿐이다.
이미 비전을 상실한 회사에는 자칭 이카루스 날개를 단 선지자들이 많이 나타나서 비전을 이야기하지만 이들의 비전은 모두 자신의 욕망을 교묘히 포장한 것들이다. 이들에 의해 회사가 장악되면 회사는 이들의 정치력에 놀아나기 시작해 비전이 회복 불가능한 회사로 전락한다.
비전의 문제는 개인과 회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도 비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진행되는 갈등을 보며 드는 생각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가 비전을 잃은 나라일까라는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일본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지난 20년간 비전을 잃고 헤매이던 나라이다. 일본은 비전을 잃은 나라지만 그렇다고 한국은 비전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일본이 비전을 상실한 이유가 시간 속에서 과거의 치욕을 지우려는 노력이 한몫을 했다면 한국도 자신의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잘 알고 있는 나라일까? 과거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기억 속에서 지워지면 치매환자가 되어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새롭게 배우는 것이 불가능 할 때는 현재 알려진 것을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그냥 무의미하게 반복한다. 시지프스의 돌굴리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모르면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미래의 좌표도 제대로 잡아낼 수 없다. 마치 과거를 잃은 치매환자에게 미래를 위해 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왜 20년간 길을 잃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것은 국가의 자기이해력의 수준이다. 일본이 경제적으로는 대국인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들만 모르는 것같다.
그렇다고 한국은 과거의 잘못과 어려움을 미래의 목적에 대한 각성으로 극복할 수 있게 과거, 현재, 미래가 끈을 놓지지 않고 있는 나라일까? 지금 한국에서 돌아가는 행태를 보면 한국도 시간의 사막 속에서 길을 잃었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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