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분들이 WLB라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맞추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RVB도 WLB와 비슷하게 현실reality 세계와 가상 virtuality 세계의 균형 balance을 맞춘 삶을 이야기합니다. 이 용어는 아직 제 머리 속에서 상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개념일 겁니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발전으로 장자가 나비의 꿈에서 제시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가 불분명해지는 혼합현실인 호접몽 세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현실, 증강현실, 증강가상, 가상이 섞여 나타나는 혼합현실이 우리 삶의 주변에 깊숙히 스며들어와 있습니다. 5G가 실용화 되면서 혼합현실은 우리 삶 속에 깊숙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츠 경기를 보면 여러 대의 카메라를 편집해서 실시간 상황이 증강현실로 생생하게 표현됩니다. 날씨를 방송하는 아나운서는 가상의 스튜디오에서 날씨라는 현실을 중계합니다. 증강가상 현실입니다.
문제는 가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가상이 되는 세계가 심화되면 가상 세계를 자신의 또 다른 현실의 도피처로 삼고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게임중독에 빠져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경고 메시지가 됩니다. 따라서 가상현실이 주는 신선한 체험을 현실의 삶과 통합시킬 수 있는 능력인 RVB는 무궁무진한 미로같은 혼합현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막아내는 핵심적 기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법은 모두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현실의 정체성과 가상의 정체성이 균형을 이루는 삶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 지가 관건입니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모피어스가 무엇이 진실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피어스처럼 현실과 가상의 균형을 잃고 가상의 정체성에 올인하고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도박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센터와 비슷한 센터들이 이 혼합현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센터도 설립될 것입니다. 가상과 현실이 한 인간에 내재화 되어 충돌을 일으키며 우리를 분절시키는 매트릭스의 영화에서 제기한 세상이 우리가 직면한 세상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사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기존의 해법에 대해서 근원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결론은 지금 대부분 회사에서 하는 방식대로 그냥 물리적으로 시간을 쪼개는 개념을 통해서는 절대로 일과 삶의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아무리 역동적으로 쪼개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일과 삶의 진정한 균형을 보이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직장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이 통합된 사람들 뿐입니다.
분절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무리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내주어도 이들은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WLB를 위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사냥감을 쫒는 맹수처럼 집중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근무시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쉽게 천사같은 남편이나 아내로 변신하지 못합니다. 직장에서의 가져온 정체성의 잔상이 남아 있는 한 가정에서 요구하는 정체성으로 쉽게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직장에서의 치열한 정체성을 식혀가며 가정의 정체성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디톡스 시간이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보였던 정체성의 스위치가 집으로 돌아오면 가정의 정체성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증강현실과 증강가상을 통해 삶의 영역이 확장되면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이 두 현실이 제시하는 정체성이 분절된 사람들이고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이 두 현실 간의 정체성이 통합된 사람들입니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주인공 네오가 자신이 그임을 믿지 않는 순간 끊임없이 가상세계의 에이전트인 앤더슨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신이 자신임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한 우리는 혼합현실의 미로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미래의 모든 사업은 가상현실이든 진짜 현실이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주는 사업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특히 각종 산업이 이 현실의 한 부분을 무리하게 확장하는데 올인할 것입니다. 제가 이곳저곳의 지면을 통해서 초연결 디지털 사회에서 모든 산업은 정체성 사업으로 수렴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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