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과는 선택의 문제이고 당장 살아남는 것에 치중하다보면 항상 단기적 성과만을 챙길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단기적 성과가 없다면 장기적 성과는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둘을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성과에 대해 근원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을 결합시키는 차별적 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성과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초보운전자와 숙련된 운전자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초보 운전자와 숙련된 운전자간에는 숙명적인 차이가 있다. 초보자들은 운전을 할 때 시야를 멀리 두지 못한다. 하지만 숙련된 운전자의 시야는 초보운전자의 시야보다 멀리에 고정되어 있다. 초보 운전자들은 시야를 가까운 곳에 두고 운전을 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나타나는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운전대가 불안해지고 결국 사고를 내고 만다. 숙련된 운전자는 시선을 멀리 고정시키고 운전을 하기 때문에 운전대가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먼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프레임하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스캔한다. 그러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돌발적 자극에도 최대한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같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고 한다.
세상사람들은 눈 앞의 것만을 보기 때문에 배멀미를 느끼는 것이다. 수백킬로 앞을 보고 항해를 한다면 항해는 물결처럼 평온한 여정일 것이다. 나는 그런식으로 오늘을 지켜보고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사고낼 걱정을 하지 않는다.
호시우보(虎視牛步) 우보천리(牛步千里) 라는 속담이 있다. 장기적 목적에 대해서는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놓치지 않고 항상 강력한 포스와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注視)하지만 지금 당장 일하는 방식은 소처럼 우직하게 뚜벅뚜벅 걷다보면 천리를 간다라는 말이다. 모든 성과는 단기적 성과를 통해서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단기적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 중 장기적 시각을 놓지지 않는 사람들만이 이 둘의 성과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속담이다.
조직에서 성과를 지향하는 리더들도 같은 운명이다. 성과는 단기적 성과를 통해서만 달성된다는 것에 경도되어 장기적 시각을 놓치고 단기적 성과에만 올인하는 사람들은 장기적 성과의 낙오자로 전락한다.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과가 통합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성과는 반드시 단기적 성과를 통해서만 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장기적 시야를 놓치면 장기적 성과는 불가능하다. 단기적 성과가 많다고 장기적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 성과가 일관된 경로를 따라서 연결되어지고 축적되어질 때 장기적 성과가 도출된다. 회전그네를 지속적으로 돌리다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무게 때문에 가속도가 붙는 시점이 장기적 성과가 도출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부터는 모든 단기적 성과들이 그대로 장기적 성과로 발현된다. 이처럼 장기적 성과는 장기성과로 이어지는 길(Path)에 맞춰 단기성과들이 축적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길 혹은 회전그네의 지향점을 잃지 않아야 단기적 성과들이 엮어져서 장기적 성과를 만들어 낸다. 고성과자들의 공통점은 장기 단기를 나누기보다 시야는 항상 장기적 믁적에 대한 시각에 고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행동은 당장 할 수 있는 것,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 지금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가며 이들 단기적 성과의 연결과 축적에 포커스를 맞춘다.
성과는 오직 단기적 성과를 통해서만 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단기적 성과를 하나 하나 분절적이고 미시적으로 취급해 더하는 개념으로 장기성과를 생각하면 절대로 장기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다. 성과 고수들은 단기적 성과와 단기적 성과를 목적이라는 실로 정렬시키고 목적을 염두에 두고 축적시킨다. 장기적 목적에 대한 지향점을 잃는다면 단기적 성과는 산발적 단기적 성과로 끝나 시지프스의 돌굴리기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장기적 성과는 단기적 성과가 지향점을 가지고 연결되고 축적되어질 경우에만 가능해진다.
장기적 성과는 적분의 결과이다. 이 특정한 적분에 도달하기 위해 미분에 해당되는 단기적 성과의 방향성과 가속도가 장기성과의 적분에 맞춰 최적화 되어야 한다. 적분에 대한 생각없이 단기적 성과를 미분적으로만 고려한다면 장기적 성과는 물건너간 것이다. 적분은 일의 목적적 가치에 집중할 때만 모습을 나타낸다. 철학과 목적의식 없이 장기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명에 들어가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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