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에서는 정년퇴임 후 새로운 청년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인 <흰머리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다. 최근 나훈아 콘서트로 대한민국에서 <흰머리 청년>에 다시 울림이 생겼다. 무대에 선 나훈아는 백발이 성성한 흰머리 청년의 상징이었다. 콘서트에 올려진 노래들도 대부분 흘러간 18번이 아니라 신곡들이었다.

세상에 대한 마음의 안테나가 작동해서이 안테나를 통해 울림을 만들고 있다면 누구나 청년이다. 나이가 청년임에도 이런 울림이 멈춰섰다면 젊은 꼰데로 불린다. 흰머리 청년이 많아진다면 밀레니얼과 노인과의 세대차이는 더 이상 우리에게 사회적 편견과 장애로 작용하지 못한다. 나훈아 콘서트는 세대간 차이가 없어지는 삶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폈다.

부모의 준수한 외모, 머리, 재산, 철학의 유전자 복권금을 타서 의사 변호사, 교수, 판 검사가되어 승승장구하는 듯해 보이는 삶은 엄격하게 말하면 자신이 만든 삶은 아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종속된 삶을 살았던 단계에서 자신이 삶의 주인공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50대 중 후반 사람들을 <흰머리 청년>이라고 칭한다. <백발청춘>이 죽음에 임박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의 이야기라면 <흰머리 청년>은 흰머리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흰머리 청년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중년의 위기를 경험한다. 유전자 복권의 후광이 사라지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성취한 것도 없는데 회사에서 정년퇴임의 압력은 거세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을 알았더라면 명문대학에 들어가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자명한 사실은 유전자 복권에 의지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그 동안의 삶 동안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세우지 못했던 책임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회사의 임원으로 정년퇴임한 친구를 만났을 때 이 친구로부터 들은 일성도 <흰머리 청년>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해도 누구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노예생활은 일 순위로 거절하겠다"라는 것이었다.

<흰머리 청년>은 육체적으로는 쇠퇴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울만의 이야기하는 진짜 청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회복해보겠다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써준 대본대로 사는 연기자의 삶에서 스스로가 대본도 쓰고 이 대본의 주인공도 되는 삶을 복원한 사람들이 흰머리 청춘이다.

요즈음은 회사 임원급에 있거나 회사의 최고의 직급에 있는 분들에게 "지금처럼 성과를 내서 1-2년 임기를 더 연장하는 삶"과 "앞으로 살 50년의 삶을 준비하기위해 지금까지의 삶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의 뿌리를 성숙시키는 삶" 중에서 어떤 삶을 선택하시겠는지의 질문을 자주 드려본다. 흰머리 청년 인생을 살아 보자는 삶의 반전에 관한 이야기에 충격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다.

누구나 <흰머리 청년>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흰머리 노인>으로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머리만 검게 염색한다고 다 청년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머리를 염색하고도 청년의 길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흰머리 청년>을 연기하는 삶이 될 것이다.

결국 50대 후반의 삶을 결정할 <흰머리 청년>에 대한 선택이 죽는 순간에 <백발청년>으로 삶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