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란 팀이 자신만의 항해지도를 가지고 항해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싸우고 있을 때 이 사투를 의미 있게 관리하는 행위이다. 이런 위기 상황의 공통점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둘째,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풍랑을 통해서 항해지도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자원을 잃어 버렸고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행동방식을 좌우하던 패러다임이 전혀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점이다.

위기에는 강요된 위기 (enforced crisis), 자발적 위기 (voluntary crisis), 구성된 위기 (enacted crisis)를 들 수 있다. 강요된 위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환경의 변화로 위기를 맡게 된 경우이다. Johnson & Johnson의 정신병자가 자사의 진통제인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첨가하여 고객들이 사망했던 사건을 들 수 있다. 자발적 위기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잘못된 지도에 근거해 배를 이끌어 가다가 막다른 지점에 이른 자신들이 자초한 위기이다. 파멸하는 순간까지 환경이 요구하는 변화에 둔감해 있다고 없어져 버린 팀이나 다른 팀에 통합되어 버린 팀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구성된 위기는 지금 당장은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위기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앞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체질개설을 하는 작업이다. 변화관리의 일환으로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회사들은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J&J 은 1982년 누군가가 타이레놀 병에 시안화물을 넣어 시카고 지역에서 7명의 사망자를 낸 타이네롤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시카고 지역을 넘어서서 즉각 전 미국 시장의 타이네롤을 회수했고 전 국민에게 위험을 알렸으며 이런 일을 하는데 모두 1억 달러의 비용과 2500명의 인력을 동원했다. 타이네롤 사건이 있은 며칠 후 브리스톨 마이어스도 유사한 사건을 겪었다. 덴버 지역에서 누군가가 Excedrin이라는 브리스틀 마이어스의 제품에 독극물을 넣었다. 이 때 브리스틀 마이어스는 J&J이 전국에서 약을 회수했던 것과는 달리 콜로라도 지역에서만 약을 회수했고 소비자들에 대한 경고도 하지 않았다. 브리스톨 마이어스의 스스로 자신을 마지막까지 콩 한 조각까지도 세어보는 주의 깊은 경영자라고 공언하고 다녔던 회장 Richard Gelb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엑세드린 사건은 브리스틀 마이어스의 수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1990년 초 Sears의 회장인 Edward Brennan은 조직의 성과에 문제가 생기자 소매상들의 운영을 통한 매출과 이익을 강조하는 촉진활동으로 성과를 거두려고 노력하였다. 예를 들어 Sears Tire & Auto Center의 조직구성원들 보상은 고객이 맡긴 자동차의 수리 대수와 이를 통한 매출액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매출수수료, 매출할당제 그리고 수리유형에 따른 평가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에 대한 차별적 보상 등과 같은 긍정적 강화가 자동차수리와 매출의 증진에 활용되었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일 조직구성원들이 충분한 매출을 올리지 못했을 경우 해고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종업원들로선 이런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벼랑으로 내몰린 종업원의 입장에선 살아남기 위해 고객에게 높은 수준의 수리품질을 제공하는 것은 뒷전이 되었다.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보다 매출실적에 모든 고가와 연봉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Sears는 부진해진 매출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과와 보상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자동차 수리 매출을 늘리도록 하였다. 이러한 Sears의 평가와 보상시스템은 많은 잡음을 낳게 되었다. 특히 Sears의 고객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일례로 California 사는 Ruth Hernandez는 그녀가 Sears Tire & Auto Center에 타이어를 구매하러 갔을 때 자동차수리공은 그녀 차의 지지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해 추가로 $419를 요구하였다. Hernandez는 터무니없는 수리가격에 의심이 가서 다른 수리점에 가서 수리 가를 다시 산정해달라고 요청하게 되었는데 이 때 수리공으로 부터 그녀 차의 지지대는 아직 멀쩡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화가 나서 Sears에 와서 항의를 했는데 시어스의 수리공은 자신이 실수로 잘못 가격을 산정한 것 같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 이와 유사한 고객들의 불만과 항의가 California 고객부서에 의해 접수되기 시작했고 법원으로부터 Sears의 Tire & Auto의 불필요한 자동차 수리부과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결과 유사한 사례가 New Jersey, Florida 그리고 Alabama의 Sears Tire & Auto에서도 발견되었다. Sears는 고객이 제기한 Auto Center에서 일어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하여 적어도 10여건의 소송에 직면하였다. 문제는 Sears 자동차 부분의 공장에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라는 비전문에 전시되어 있었다,

1913년 8월 3일 Stefanson이 이끄는 캐나다 탐험대가 캐나다 최북단 해안과 북극점 사이에 있는 얼어붙은 북극지역을 탐험하기 위해서 출발했다. 1914년 12월 5일 Shackleton 경이 이끄는 영국의 남극대륙 횡단 탐험대가 남빙양에 있는 South Georgia 섬에서 돛을 올렸다. 이 탐험대의 목적은 최초로 남극대륙을 육로로 횡단하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북쪽의 탐험선 칼럭호와 남쪽의 탐험선 인듀어런스 모두 단단한 빙벽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리고 빙벽에 갇힌 두 배의 승무원들은 곧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두 탐험의 결과 그리고 두 리더가 직면한 난관에 대처한 방법은 그들이 탐험하려고 했던 양극만큼이나 달랐다. 북쪽의 칼럭호 승무원들은 고립되었던 수개월 만에 완전히 이기적인 전혀 다른 사람들로 변해 버렸다. 거짓말하고 속이고, 도둑질하는 일들이 일상적인 행위가 되어 버렸다. 팀의 붕괴는 결국 비극적 결과를 초래해, 11명의 승무원들이 북극의 황무지에서 죽음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남쪽 인듀어런스 호의 경우는 완전히 달랐다. 섀클턴의 탐험대 역시 똑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얼음에 둘러싸여 추위에 떨며 식량과 보급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옥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그의 대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거의 모든 면에서 칼럭 호 승무원의 행동과 정반대였다. 거기에는 거짓말, 속임수, 약육강식의 이기심 대신 팀워크, 희생정신,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격려가 있었다. 그들은 인듀어런스 호가 칼럭호와 정반대의 극지방에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팀이던 조직이던 위의 성공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리더십의 핵심은 새로운 정신모형을 제시해 그것을 기반으로 현실을 새롭게 해석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프레이밍의 능력이다. 프레이밍이란 리더가 나서서 주변의 상황을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정신모형의 틀을 제시해줌에 의해서 무너져 버린 의미의 틀을 복원하는 일이다. 새로운 정신모형을 통해 위기를 통해 무너진 현실을 의미 있는 현실로 즉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능한 현실로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이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다가 재난을 당하는 경우 새롭게 맞닥친 위기 상황에서 당황해서 프레이밍을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현실을 해석하는 패러다임들이 전혀 의미 없는 것으로 판명 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넋을 놓고 있다가 재난을 당하는 반면 나름대로 상황을 의미 있게 재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전략을 세우는 경우는 재구성한 현실이 상황과 괴리가 있다 하더라도 생존해나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소방관들의 목숨을 잃는 것은 대부분이 인재라는 해석이다. 알프스 산맥에서 길을 잃은 수색대원들의 이야기도 프레이밍 자체가 있다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잘 이야기해준다. 비록 이들이 발견한 지도가 알프스 산맥의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다 하더라도 이를 알프스 산의 지도라고 믿는 순간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정신모형과 프레이밍의 틀이 생긴 것이다.

섀클턴의 목표는 남극대륙을 횡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적지인 남극을 불과 150km 앞두고 1915년 4월 4일 이들이 타고 온 인듀어런스 호는 남극의 얼어붙은 바다에 갇혀버리자 선천적으로 낙천적이고 진취성이 있는 대장 섀클턴은 절망하지 않고 바로 명령을 내린다. "가장 가까운 육지는 600km 떨어져 있고 날씨는 영하 39도. 항상 그랬듯이 과거는 이미 지난 일에 불과하다. 물품이 없어졌으니 이제 우리는 집으로 간다" 그리고는 성경에서 기도문이 쓰인 여백 지와 시편 23편이 들어 있는 페이지를 뜯어내었다. 또 다음 구절이 적혀 있는 욥기에서도 한 페이지를 뜯었다.

"얼음은 뉘 태에서 났느냐 공중의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물이 돌같이 굳어지고 해면이 어느니라."(욥 36:29~30).

섀클턴은 위기의 상황에 처하자 재빨리 목표를 남극대륙에서 무사생환으로 다시 프레이밍해서 대원들이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새로운 정신모형에 근거한 새로운 프레이밍을 제시해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현실을 재구성하고 팀원들이 이 새로운 프레이밍에 기반을 두고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독려한다. 또한 섀클턴은 자신 앞에 끝없이 펼쳐진 눈 덮인 부빙들을 바라보며 그것은 역시 그가 믿는 하나님의 창조물이어서 우리가 아직 하나님 인도 아래에 있다는 해석을 내린다. 나머지 섀클턴이 보여준 모든 리더십의 행동전략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재해석과 이를 통한 목표의 재설정을 통해서 보다 대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과정에 해당된다. 또한 섀클턴이 보여준 모든 상징적 행동은 본인이 재구성한 현실과 일치하도록 다시 프레이밍 하는 과정이고 이 과정을 통해 그가 재구성한 현실은 단단한 실제적 현실로 변하게 된다.

위기는 한편으로 지금까지 지켜왔던 정신모형을 검증해서 단단한 믿음체계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타이레놀 위기가 닥치자 경영진은 문제가 된 시카고 지역에서만 제품을 회수하라는 당국의 권유에도 종업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감수해가며 미국 전역의 제품을 회수한다. 이에 대한 이유를 J&J은 회사의 신조를 기반으로 설명한다.

의사 간호사 병원 어머니들 그리고 우리의 제품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책임을 진다. 우리는 항상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우리는 항상 제품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주문은 신속히 처리되어야 한다. 우리의 물건을 취급하는 사람들은 정당한 이익을 얻어야 한다.

우리의 또 다른 책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자비로우며 정당한 세금을 부담하는 선량한 시민이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사회 재산을 유지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시민계몽, 보건, 교육, 자치단체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활동을 통해 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이러한 규정을 완수할 수 있도록 언제나 신의 가호가 함께 할 것이다.

이처럼 위기를 통해서 검증된 J&J의 크레도는 이후 단순한 약속이나 가정이 아닌 J&J 사람들의 신념으로 전환되었다. 종업원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주주들도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들이 J&J 사람들은 이 신조를 지킬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이 회사의 제품을 구입한다. 뿐만 아니라 J&J의 신조는 경영대학원에서 차세대 경영자들이 반드시 수강해야하는 윤리경영과목을 정착시키는데도 공헌하였다. 자신의 신조를 검증한 것을 넘어서서 많은 회사들에게 신성한 족적을 남긴 것이다. 이처럼 신조가 약속이나 가정을 넘어서서 신념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은 위기상황에서 이것에 대한 검증을 통과한 경우이다. 위기는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모형을 검증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현실성이 있는 새로운 정신모형은 위기상황에서 잘못된 현실인식을 하게 하는 맹목적 낙관주의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된다. 맹목적 낙관주의는 현실적 낙관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반대로 근거 없이 낙관에 빠져 있는 경우이다. 자신은 운이 좋아서 불행은 다른 사람들이 다 겪고 난 다음에 마지막으로 맞게 될 것이라고 믿고 지금 상태를 그래도 장밋빛으로 해석하여 유지하고 변화하지 않고 있다면 맹목적 낙관주의의 희생물이 될 개연성이 많다. 현실적 낙관주의는 낙관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 낙관주의이다. 지금 내 앞에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그 구덩이를 바위로 막아 놓았다고 할 경우 결국 바위를 들치고 구더기를 직시해가면서 구더기를 없앨 수 있는 낙관적인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재해석 해나는 용기가 현실적 낙관주의이다. 현실적 낙관주의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해결점을 마련할 수 있는 단련된 정신모형에서 생긴다. 2차 대전 중에 포로가 되었던 미국의 스톡데일 장군은 자신이 그 많은 고문과 고통을 이겨내고 포로수용소에서 살아 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을 무시하기 보다는 용감하게 직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희망을 도출할 수 있는 정신모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런 정신모형 없이 맹목적으로 조만 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믿고 전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이 맹목적 낙관론이 달성되지 않는 것에 낙담한 병사들은 살아남지 못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마디로 조직이던 팀이던 팀리더는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정신모형을 제시할 수 있어야 위기에 처한 조직이든 팀이든 구할 수 있다. 팀이 가지고 있는 정신모형의 요소인 비전, 미션, 가치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희망의 지도역할을 하기도하고,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정신모형을 검증해서 가정이나 단순한 약속을 넘어선 신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기도 한다. 또한 팀원들에게 이와 같은 정신모형은 현실적 낙관주의의 기반이 되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초석을 제공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