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기방호의 갑옷을 입고 산다. 자기방호는 마치 연체동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른 두꺼운 껍질이다. 적과 경쟁자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한다면 남의 취약점을 호시탐탐 이용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한 마디로 자살행위이다.
자기방호의 기제는 동물의 왕국에서 부모로부터 유전적으로 받은 재능과 강점을 통해 만든 방패다. 예를 들어 사자에게 쫒겨가며 자신이 뛸 수 없다는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한 가젤의 운명은 죽음이다. 가젤은 자신이 사자를 능가해서 달릴 수 있다는 유전적 우월성을 입증하는 한 자신의 생존을 유지한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더 이상 뛸 수 없는 가젤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이 쉽지 않다.
인간들이 지배하는 동물의 왕국인 리더십의 세계는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취약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임을 연기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도 자신의 취약점을 가장 잘 감추며 살아온 사람들이 차지하는 자리다. 자신들 중에서 가장 나은 사람이라고 뽑아 놓은 리더가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한다는 것은 동물의 세계를 상상하며 사는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리더가 동물왕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면 자신의 취약성을 감추는 일에 제일 능수능란해야 한다.
이 취약성을 감추는 일에 동원된 기제가 방호기제이다. 이런 동물의 왕국을 가장한 인간 세상 속에서는 설사 리더의 결점에 대해서 진솔하게 피드백 하는 부하들은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리더는 이런 부하의 더 아픈 곳을 공격해서 상대를 제압하여야 리더의 자리를 보존한다.
방호기제는 조직이라는 전쟁터에서 리더가 입고 있는 갑옷이다. 리더는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갑옷으로 무장한다. 갑옷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리더의 민첩성은 점점 떨어진다. 이런 리더에게 맡겨진 조직은 학습을 중단하고 모두 자신의 갑옷을 만들고 조직내에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토굴을 판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젊은이들도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스팩이라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상태로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리더가 먼저 갑옷을 벗어던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원리가 유지되는 한 회사가 동물의 왕국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젊고 건강한 사자들이 득실거리는 약육강식의 장에서 리더가 스스로 먼저 자신의 약점을 노출한다는 것은 의도는 순수할런지 몰라도 무모한 일이다.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의 강점을 개발해 이것으로 리더십의 창과 방패로 삼은 리더는 자신이 부모가 물려준 생물학적 유전적 재능이 강점으로 꽃피고 결실을 맺는 순간까지만 성장한다. 이런 강점에 기반한 성장은 길어야 40대 중반을 넘지 못한다. 40대 중반이 넘으면 부모로부터 받은 우월한 유전인자의 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강점으로 부하를 공격했던 상처 때문에 부하들은 리더의 고쳐야 할 점을 봐도 제대로된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울림과 공진이 끊어지고 세상으로부터 고립된다. 어느 순간 퇴출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를 넘어서 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한 유전인자의 갑옷에 갇혀살고 있던 취약한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열어놓는 취약성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리더가 먼저 상처받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구성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상황이 성장을 위한 공진성(synchronicity)을 구성한다. 이야기가 피드백의 형태로 오고가는 형태인 공진성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가 큰 반향과 공진을 일으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기적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큰 반향과 공진은 자신에 대한 물적지원과 함께 찾아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적은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큰 피드백의 메아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울림과 공진의 메아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열린 피드백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기적으로 불릴 정도의 울림과 공진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명의 울타리가 있을 때만 가능해진다.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둘러진 사명의 울타리가 공유되면 파트너들은 약점에 대한 공격대신 심리적 안정감을 만끽하며 상대의 약점에 대해서 자유롭게 피드백해주고 이 피드백을 받아들여 상처를 치유해가며 성장을 구가한다. 사명의 울타리가 심리적 안정감의 기제로 작동할 때만 피드백 루프가 복원되어 진정한 학습과 성장이 시작된다. 조직에 학습과 성장이 멈춘 이유는 이런 사명의 울타리가 사라져 조직이 약육강식을 내세우는 동물의 왕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동물의 왕국에서 서로간 피드백 루프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피드백 루프를 벗어던지고 모두 자신만의 방호기제로 무장하고 싸우다가 실패하면 자신이 파놓은 토굴로 숨는 삶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조직의 성장이 멈춘 것이다.
피드백 루프가 복원된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리더가 행하는 첫번째 임무는 먼저 자신의 취약점을 노출하는 일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이 취약성을 노출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고 결국 다른 사자들에게 잡혀먹히고 장렬하게 전사할 수 밖에 없는 만용이지만 사명의 울타리가 둘러진 운동장에서 리더가 자신의 취약성을 노출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의무이다. 리더가 우리 회사는 사명의 울타리가 울림과 공진의 반향판이라는 것을 보인 것이다. 리더가 보여야 하는 자기취약성을 노출해야 하는 의무는 사명의 울타리가 가동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명의 울타리가 복원되지 못한 장면에서 리더나 구성원들이 자신의 약점과 취약점을 노출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진성리더는 사명의 울타리를 복원함을 통해 자신의 취약점을 노출하는 것이 용기가 아닌 의무로 바꾸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명에 대한 울타리를 공유하고 있다면 이 울타리 속에 개인들은 자신의 스토리가 이 울타리를 통해 큰 메아리로 돌아오는 삶을 체험하고 이 체험을 통해 성장한다. 사명의 울타리가 이 울타리를 공유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울림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