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개념이 문화다. 문화만큼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혼동을 틈타서 문화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 정의해서 새롭게 바꾸려는 운동이 유행하기도 한다. 회사의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바꾸고, 홈페이지도 바꾸고, 회사의 메인광고도 바꾸고, 영어이름도 만들고, 복장도 자유화하고 출퇴근도 자율로 정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실행한다고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문화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행동양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성원들이 회사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가 관련된 행동양식을 바꾼다고 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뿌리없는 나무에다 멋진 조화 나무를 엮어 놓은 것과 같다. 이런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을 바꾸는데 치중하는 문화운동은 반드시 실패한다. 우리 기업들의 문화바꾸기 운동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회사에서 특히 문화에 대해 혼란을 경험한다. 구성원은 회사에 가야 식당도 이용하고 동료들과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고 회사가 제공하는 공간적 혜택을 맛볼 수 있는데 재택근무가 문화를 박탁했다고 주장한다. 팬데믹 때문에 문화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문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고유한 가치가 없었던 회사가 경험하는 비극이다. 앙꼬없는 진빵을 문화로 규정했던 기업들이다.

제대로 된 문화를 가진 회사는 회사를 다른 회사와 차별적으로 정의해주는 고유한 Way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된 회사의 Way는 회사의 Know Why(존재목적), Know How(비즈니스 모형), Know What(회사의 업)이 한 몸으로 정렬되어(Coupling)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now Why란 자신의 회사가 자신의 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 차별적 존재이유를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회사도 할 수 있는데 반드시 우리 회사를 통해 이 사업이 이뤄져야만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이다. 목적은 회사의 나침반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차별적 존재우위를 결정해준다.

Know What이란 이런 존재우위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떤 비즈니스와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지 즉 회사의 업에 관한 문제이다. Know What을 가진 회사의 구성원은 자신이 벌리는 일이 먹고 살기 위한 루틴한 일이 아니라 사명을 실현하는 일이라는 것을 각성하고 있다.

Know How란 이 업을 수행하는데 자신만의 차별적이고 혁신적 방식과 전략이 있는지의 문제이다. 자신만의 경쟁우위를 가지고 수행하는 자신만의 혁신적 방식이 있는지가 Know How이다. Know How가 없는 회사들은 일을 근원적 원인의 수준에서 찾아서 혁신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남들이 하는 방식을 베껴서 일한다.

Know Why, Know What, Know How가 우리 회사 구성원들에게 일관되게 한 몸으로 정렬되어 통합된 상태를 보일 때 우리만의 Way를 가지고 있는 것이 되고 이런 Way를 가지고 있을 때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Way가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에서는 진행하는 일들이 구성원들에게 서로 공명을 일으켜 징소리를 들려준다. 구성원들이 몰입하고 있는 일은 업으로 징채가 된다. 업을 통해 징을 두드릴 때 Know why와 know how가 공명을 일으키면 구성원들은 일을 통해 징소리를 듣는다. 징소리의 울림은 구성원의 가슴을 동시에 두드려 분출시킨 공진(Synchronicity)의 에너지이다. 공진성의 수준이 문화가 제공하는 에너지 레벨이다. 문화가 살아 있는 회사는 이런 공진성이 작용해서 일하는 과정이 즐겁게 왁짜지껄한 놀이터의 상태를 재연한다.

미래를 창출하는 방식을 책임지고 있는 know why가 제대로 되어 있지만 know how가 공명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징소리가 아니라 시끄러운 피리소리를 듣는다. Know how만 제대도 작동하고 know why가 작동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은 징소리가 아닌 피리소리를 듣는다. Know how를 결정하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엡데이트가 되지 않고 Know why를 결정하는 존재목적도 극성을 잃은 회사에서 구성원들이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이들은 시끄러운 나팔소리만을 듣는다. 집중할 수가 없다.

구성원들이 일을 통해 징소리를 듣는 회사가 제대로 된 Way를 가진 회사이다. 본인이 설정한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 회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Way는 공명이 사라진 홈페이지 속에 곱게 안장되어 있는 죽은 Way이다. 문화의 삼 요소 Why, How, What이 따로 따로 분절되어 있어서(Decoupled) 징소리는 안 들리고 시끄러운 피리소리와 꽹과리 소리만 들리는 회사이다.

문화에 대한 과제는 CEO가 다른 영역에게 위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CEO가 직접 챙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Know Why, Know How, Know What이 정렬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징소리를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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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징>

누가 나를 제대로 한방

먹여줬으면 좋겠다

피가 철철 흐르도록

퍼런 멍이 평생 지워지지 않도록

찡하게 맞았으면 좋겠다

상처가 깊을수록

은은한 소리를 낸다는데

멍울 진 가슴 한복판에 명중해야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는데

오늘도 나는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서쪽 산 정수리로 망연히

붉은 징 하나를 넘기고야 만다

징채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한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모가지로 매달린 채

녹슨 밥을 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