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지성 작가의 국힘당 강연 후폭풍이 거세다. 지금 국힘당에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움, 젊음, 여성이라는 요지를 강조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김건희, 배현진, 나경원을 아름다운 여성으로 나머지 국힘당 모든 여성의원을 아름답지 못한 여성으로 갈라치기한 인용이 문제가 됬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부인이자 당구선수인 차유람을 앞의 세 사람과 달리 아름답기도 하지만 젊은 사람으로 인용함으로 다시 나이든 여성과 젊은 여성을 갈라치기하고 있다. 전 당대표가 유권자들을 젊은 여성과 젊은 남성으로 갈라치기하는 정치공학에 성공해서 정권을 얻었다가 지금처럼 파탄을 당하는 후폭풍을 또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계발서 작가들은 인문학을 선택적으로 인용해가면서 팬덤을 유지한다. 이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부모로부터 재능과 머리와 외모 등 유전자 복권을 물려받지 못했어도 이런 열세를 자신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전자복권에서 배제된 불행한 사람들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에 비교되는 성공과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나름 진정성 있게 입증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자기계발서 작가들도 타고난 재능이나 머리없이 노력만으로 모든 성공을 걸머쥘 수 없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기 때문에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희망고문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력을 강조하는 분별력을 사용한다.
문제는 타고난 것이 없어도 간절한 꿈과 간절한 노력이 정말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케이스를 인용하는데 과도하게 욕심을 부린다. 이런 욕심에 눈이 멀어서 노력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유전자 복권을 타서 성공한 사람의 사례도 이지성 작가가 강연에서 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사례로 은근슬쩍 끼워넣는다. 자기계발서 시장이 이런 인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검증하는 시장이 아니라서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지만 이런 사람들이 유명세를 타고 정치에 관여해가며 욕심을 부릴 때 이번처럼 사건사고로 터진다.
일말 진정성 있는 자기개발서 작가였다면 끝까지 아름다움을 이런 유전자복권을 타서 쉽게 얻어낸 아름다움이나 돈으로 성형해서 만든 겉모습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스로가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인용했어야 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온전한 사람이 진실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우리가 미덕으로 추구하는 진선미에서도 미는 진과 선이 달성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삶의 목적에 대해 고유한 진실성(진)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선한 영향력(선)을 끼치고 이들이 도움으로 진실에서 주장하던 것이 온전하게 현실로 드러나게 완성했을 때 우리는 아름답다(미)라고 선언한다.
아름다움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사자성어는 공자(孔子)가 인용하는 회사후소(繪事後素)이다.
회 繪는 그림 회, 사는 事 일 사, 후는 後 뒤 후, 소는 素 흴 소로 그림 그리는 일은 흰 여백이 있는 것을 전제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속 뜻은 모든 일에는 본질이 있는 연후에 꾸밈이 의미가 있다는 공자(孔子)의 말씀이다. 속은 탐욕으로 가득차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데 성형과 같은 꾸밈으로 아름다움을 포장한 것은 거짓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다.
자신의 본질을 꾸밈을 통해서 온전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낼 때 쓰는 말이 "답다"이다. 살아가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너답다"이다.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가지고 이것을 구현하는 제대로 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럽다"는 본질은 없는데 꾸밈만 존재하는 카피일 경우에 사용한다. 참 너스럽다라는 이야기는 최고 수위의 욕이된다.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실제 본질에서도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는 디커플링 된 추한 삶에 대한 경고다.
우리 말에도 "아름답다"라는 말은 자연스러워도 "아름스럽다"라는 말이 부자연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진실된 의미의 아름다움이란 자신만의 진실된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사람이 이 내러티브를 실현시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속과 밖이 꽉찬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때이다.
우리도 우리 내면의 품성을 완성해주는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스토리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밈에만 연연해 왔다면 우리도 아름다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삶은 나다움의 본질을 주체적으로 구현하는 멋스럽고 아름다운 삶일까? 나다움을 구현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에 변화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삶일까?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용한 성군은 세종대왕이다. 조선의 왕중 세종대왕이 "아람답다"라는 가장 많이 사용했다. 세종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사용한 맥락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감춰진 품성이 고요하고 아름답다거나, 속과 밖이 똑같거나 꽉차 있어서 조화로운 상황이 연출될 때 사용했다.
이번 사건은 이지성 작가가 스스로 진실된 자기계발서 작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음을 자기고백한 사건이다. 이런 분을 당의 주요행사에 추천한 국힘당의 정신세계도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는 거리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치, 나라, 사람, 작가들에게도 진실된 아름다움이 많아지는 세상을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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