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84명'이다. 충격적인 저출산 성적표다. 2045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인구가 37%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가 된다.

아무리 로봇과 AI 기술이 발전해도 이런 것을 운용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구가 사라지면 대한민국도 소멸한다. 출산율은 대한민국에 미래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출산율 자체를 늘리기 위한 정책들을 근시적으로 분석해보면 집값, 교육비, 일자리, 양육의 사회화가 가장 큰 변수다.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을 해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없다. 집값이 소득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아이가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려면 비싼 교육비를 감당해야하는데 원만한 가정에서 정상적인 소득으로 아이들 학원보내고 대학보낼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벅차다. 비싼 교육비를 감당해가며 아이를 키워도 재대로 된 안정적 직장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 안정적 대기업에 취업하는 확율이 10%미만이다. 설사 아이를 낳기로 결정해서 아이를 낳아도 아이를 기르는 양육의 부담은 대부분이 여성이 감당해야한다.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대부분의 비공식적 고통을 여성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여성이 생계를 위해 일도 해가며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제약없이 자유롭게 낳아서 양육할 수 있는 계층은 준재벌이거나 이와 비슷한 계층에 해당되는 사람들뿐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일반적 대한민국 가정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고통 중 고통이다.

모든 제약이 없어져서 소득으로 집도 살 수 있고, 대학까지 원한다면 국가에서 무상으로 부담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여성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키워주고, 안정적 일자리를 마련해준다면 인구가 늘어날까?

아니라고 본다.

출생율이 낮은 이유의 본질은 지금 출생율을 높여줄 젊은이들이 보아도 미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자신 아이들에게 불행한 미래를 고스란히 넘겨주는 무책임한 부모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다. 미래가 보인다면 출산율을 책임지는 젊은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이다.

미래는 약속어음이다. 이들 약속어음이 부도날 것이 뻔한데 아이에게 부도난 약속어음을 감당하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부모는 없다. 의도적으로 자식에게 빚을 떠 넘겨줄 부모는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이 해야할 일은 출산율을 높히는 정책들도 필요하지만 상실된 미래를 복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만 복원된다면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다. 미래의 비전을 복원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 리더가 앞장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출산율을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부도수표로 인식되는 것은 사무실에 침입한 코끼리의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신념도 없고 권력에 대한 욕심만 가득한 아마추어들이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는 코끼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고 가정하면 모두가 이 코끼리를 어떻게 몰아낼 것인지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한다. 코끼리는 임박한 위험을 상징한다. 이런 위험이 코 앞에 닥쳐 코끼리가 언제 난동을 부릴지 모름에도 내노남불 정치가들은 코끼리를 못봤다고 서로 싸우고 있다. 내노남불 정치가 정치를 장악한 곳에 미래가 있을 이유가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삼십 년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