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넬의
창업자 코코 사넬은 “세월이 어려워 질수록 진정성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강하게 우리를 강타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샤넬은 어떤 이유로 일 그램의 진정성만이 수만톤의 세월이 부과하는 어려움의 무게를 이길 수 있는 키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진정성(Authenticity)의 정의는 "안과 밖이 같음 (True to Oneself)"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과업이나 일의 목적에 대해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목적이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어떤 사람이 사욕을 챙기기 위해서 어떤 일을 기획할 때 자신에게 솔찍하게 이야기하는 목적은 사욕을 실현하는 것이지만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이런 사욕을 이야기할 수 없으므로 목적을 멋지게 포장해서 비전으로 전달한다.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목적과 도와줄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목적이 진실된 것처럼 포장해 연기한 것이다.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목적과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목적이 다른 것이다.
진정성이란 한 마디로 목적이 투명해서 숨겨진 의도가 없다는 의미다. 목적이 진실한 상태가 진정성의 본질이다. 리더들이 목적의 내용과 크기로 승부를 시도하지만 실제로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목적의 진실성 즉 진정성에 의해서다.
자신의 자원을 동원해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은 장본인이 주장대로 목적의 내용이 같을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진정성의 검증과정을 통과해서 장본인의 목적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진정성은 검증된다. 검증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장본인은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주장하겠지만 장본인 스스로가 강하게 진정성을 주장할수록 사람들은 진정성을 의심한다. 진정성은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이야기의 진실을 받아들일 때 검증된다. 진정성은 장본인이 주장하는 목적이 머리가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친구도 진실된 친구인지 무늬만 친구인지가 검증되는 것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친구가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에 달려 있듯이 진정성에 대한 검증도 좋은 상황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장본인이 취하는 행동과 태도를 통해 검증된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처음의 주장을 포기하고 말을 바꾼다. 말바꿈의 진정성의 파기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순간의 생존에 눈이 멀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정성을 포기한 것이다.
진정성은 처음에 주장했던 목적이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때임에도 이 목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장본인이 측은하게 모든 시도를 다하고 있을 때 구성원의 마음 속에서 태어난다. 이 노력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나라면 저렇게까지는 못할텐데"라는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면 장본인의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여 자신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게 마음을 내준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선언한다. "장본인은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고 이 사람의 주장은 진실이다." 이처럼 진정성은 장본인이 아니라 도움을 주기위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태어난다.
요즈음은 진정성을 연기하는 것이 점점 기술적으로 어려워진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초연결사회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에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에 CCTV가 달려서 녹화되어 말과 행동의 진위가 쉽게 검증되어진다. 기술적으로 투명한 사회로의 기반이 축적되어 옛날처럼 진정성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의도를 숨기거나 주장할 수 있는 시대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한때 승승장구하다가 심하게 추락하는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은 이런 시대적 초연결사회에 CCTV가 가동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대로 진정성을 연기하다 발칵된 사람들이다.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서 태어난 진정성은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된 사람들 사이에서 울림과 공명(synchronicity)으로 기적을 만들어낸다. 내 삶의 서사가 진정성이 소구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면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동시에 울리고 집단적으로 울려진 마음이 나에게 반향으로 돌아오면 기적이 찾아온 것이 된다.
진정성이 만들어내는 기적은 징채를 잡고 징을 울리는 것과 비슷하다.
내 삶이 만든 고유한 내러티브가 내가 잡은 징채이다. 징은 연결된 사람들의 묶여진 마음이다. 묶여진 마음은 목적과 사명으로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공동의 사명과 목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잊고 살던 사람들이 누군가가 휘두르는 징채에 감화되어 마음에 집단적 울림(synchronicity)를 만들어내면 기적이 된다.
우리의 미래는 공동의 목적과 사명이 숨겨진 징이다. 공유된 목적에 집단적 공명과 울림을 만들었을 때 집단적으로 깨워 일으켜지고 이 공명과 울림의 원천을 찾아 집단적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자기조직화 과정이 기적이다. 사회적 지도층이나 리더들이 제시한 사명과 목적이 진정성을 소구받아서 이에 대한 방향으로 국민들의 마음 속에 기적의 징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의 관건이다.
세상의 모든 미래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목적의 진정성 때문에 마음에 울림이 생겨 이 공명이 만든 기적인 셈이다. 어떤 이야기나 주장이든 진정성이 소구되지 못한다면 머리 속에 기억의 수준에서 입력된 것이지 마음에 울림을 만들 수 있도록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아래 박정원의 시를 보면 우리는 누군가가 목적과 사명의 징채를 잡고 진정성으로 자신을 한 방 울려주기를 기다린다. 우리 모두는 한결같이 진정성으로 울려지는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삶의 이야기가 기적을 만드는 이유는 진실된 이야기는 빛보다 멀리가기 때문이다. 빛은 막힌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뚫지 못하지만 진정성이 소구된 이야기는 공명을 타고 사람의 마음과 마음 속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여행한다.
특히 리더는 사람들로부터 진정성의 징채를 위임받은 사람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목격되고 있듯이 사회의 지도층이나 정치적 리더의 이야기가 자신의 탐욕을 숨겨가며 연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울림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고 있다면 리더로서의 존재이유는 없다. 이런 유사리더들이 이끄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미래는 수 만톤의 말잔치가 아니라 리더들이 보이는 일 그램의 진정성을 살려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누가 나를 제대로 한방
먹여줬으면 좋겠다
피가 철철 흐르도록
퍼런 멍이 평생 지워지지 않도록
찡하게 맞았으면 좋겠다
상처가 깊을수록
은은한 소리를 낸다는데
멍울 진 가슴 한복판에 명중해야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는데
오늘도 나는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서쪽 산 정수리로 망연히
붉은 징 하나를 넘기고야 만다
징채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한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모가지로 매달린 채
녹슨 밥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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