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도반들과 바디우의 <사도 바울>을 읽고 있다. 바디우가 탐구하는 주제는 예수 부활의 주체를 누구로 생각하는지의 문제다. 기독교가 태동하던 시대 바울이 예수부활의 주체였듯이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예수의 부활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예수가 죽음으로 남긴 복음을 우리 몸 속에 받아들이고 품어서 나를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지가 주체성 질문의 본질이다.

열두 해 동안 하혈이 멈추지 않았던 여인을 고쳐주시며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라고 선언한다. 여리고에서 눈 먼 이에게 빛을 되찾아주었을 때도(마가 10,52), 갈릴리 인근에서 나병 환자를 낫게 한 뒤에도 (루가 17,19)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선포한다.

예수는 예수에 대한 삼인칭 믿음이 여인과 맹인과 나병환자를 고친 것이 아니라 여인과 나병환자가 "너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복원함으로 너희를 고쳤다고 선포한다. 교회는 아직도 "내 안에 하나님의 권능이 임재해 있다는 것"에 대한 "나의" 일인칭 믿음이 아니라 예수님이 자신들이 선포한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는 삼인칭 믿음으로 이들을 고쳤다고 설교한다.

예수가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강요하는 바리새인들의 삼인칭 믿음을 해체하여 일인칭 믿음으로 바꾸려고 한 시도는 부활에 대한 제자들의 삼인칭 믿음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작 예수 몸의 부활을 맹목적으로 믿었던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다. 영의 부활을 제대로 이해하고 믿었던 사람은 매일 예수곁을 지켰던 마리아뿐이다. 다른 사람은 예수의 부활을 삼인칭 믿음으로 받아들여 죽기 전의 예수 몸의 환생을 기다렸다. 죽기 전의 예수와 부활한 예수가 같은 몸일 것이라는 몸의 부활을 신봉한 이들은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부활을 일인칭으로 받아들인 마리아만이 결국 예수의 부활을 목격했다.

아직도 교회는 예수의 부활을 몸의 부활로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이것에 대한 삼인칭 믿음만을 강요하고 있다. 예수께서 남기고 싶었던 부활의 메시지는 예수의 부활을 믿음으로 이것을 너의 몸과 영의 부활로 승화시키고 너를 통해 예수가 남긴 세상에 대한 생생한 메시지를 세상에 전파하여 부활의 유업을 수행하라는 정언명령이다.

예수의 죽음을 나의 부활을 위한 일인칭 믿음으로 살려내지 못한다면 나는 예수를 다시 한 번 장사지내는 사람일 뿐이다. 삼인칭 믿음과 일인칭 믿음이 통합되지 못하고 겉돌기 시작하면 나의 크리스쳔의 삶도 선테이 크리스쳔으로 전락할 것이다.

부활의 주체는 일인칭 나다. 예수가 죽음으로 남긴 복음을 내 몸과 정신과 마음의 알로 품어 나의 삶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시킬 때 나는 온전한 부활의 주체로 거듭난다. 예수가 남긴 진리를 내 몸으로 증거하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