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초뷰카시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 기업이 약속하고 주창하는 가치에 공동으로 몰입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 몰입(Social Commitment)을 팬덤이라고 사용하고 정의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정치가들이 팬덤의 뜻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보자. 특정의 부류의 사람만 좋아하는 가수와 글로벌에서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BTS를 비교해보면 BTS만 진정한 팬덤(Social Commitment)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BTS가 팬덤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BTS 각 개인 가수들의 매력보다는 이들이 집단으로 설파하는 가치가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젊은이들에게도 통용될 정도로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는 가치보다는 이 가수의 목소리 외모 등등의 특수한 개인적 매력이 사람들을 모은 것이다. 이런 팬덤은 특정 계층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유사팬덤이다.

가치를 설파하는 정치, 종교, 기업을 통해 한국에서 팬덤을 얻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적어도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보편적이라는 것은 이들이 설파하는 가치가 대구에서나 광주에서나, 혹은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나, MZ세대나 X세대에게나, 학벌이 있는 사람에게나 없는 사람에게나 적어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이들의 가치가 혈연, 지연, 학연, 연배를 넘어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주창하는 가치가 한국에서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적어도 다양한 계층에게 진짜 팬덤을 형성할 것이다.

약육강식의 원리를 사회에 적용하는 생물학적 진화론자들이나 진화론을 시장과 경제에 적용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창하는 혈연, 학연, 지연, 세대간 경쟁과 승리라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가치의 보편성이 끌개가 되는 사회적 헌신(social commitment)만 진짜 팬덤이다.

유사팬덤은 이런 가치가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유통되는 경우다. 이들도 가치를 표방하지만 이 가치는 대구사람인지 광주사람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젊은이인지 어른인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런 유사팬덤의 끌개는 가치보다는 이 가치를 주창하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우리가 남인가?>식의 혈연, 지연의 특수성에 기반한 인간적 끌림 때문이다. 가치는 포장이고 특수 범주 사람을 대변하는 동일성에 대한 매력 때문에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이 주창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르게 해석되고 서로의 충돌과 침해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팬덤은 갈등과 분열의 원천이다. 이런 유사팬덤이 무서운 것은 이들은 자신의 부류를 가장 잘 대변하는 특정 사람을 꼭두각시로 세우고 핵관들끼리 모여 우상숭배를 진행한다. 유사팬덤의 종착역은 핵관들이 모여 만든 특정부류의 특정인에 대한 우상숭배다.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인 고객, 협력업체, 정규직, 비정규직 직원, 경영자, 주주, 경쟁사 등에서 이 기업이 추구하는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제품과 가치에 몰입을 동원할 수 있다면 사회적 팬덤을 보유한 지속가능한 기업이다. 요즈음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ESG도 자연 구성원, 사회의 구성원, 기업내부의 구성원에게 기업이 존재이유를 자신의 제폼과 서비스를 통해 소구해서 이들의 공통된 지지와 몰입을 얻어낼 수 있을 때만 지속가능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비싼 광고모델을 동원해 포장하는 기업광고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기업의 존재목적을 가치로 제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부재할 때 총수를 우상화하여 유사팬덤을 만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마치 사람들은 이 총수가 사라지면 기업이 망할 것이라고 믿지만 우상화의 망령이 시킨 것이다. 이런 기업은 미래가치로 팬덤을 만들지 못한 것을 우상화로 감추는 지속가능성이 없는 기업일 뿐이다.

우상숭배가 아닌 이런 진정한 팬덤(social commitment)은 이들이 주창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들의 복제물이 아니라 고유한 최초의 주장이지만 이 주장이 실현될 경우 많은 현안들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당사자에게도 보편적 지지를 받는 경우를 의미한다. 진정한 팬덤은 주체성과 보편성이 서로 직각으로 직조되어질 때 우리가 원하는 지속가능성을 가져다준다.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에게는 콩으로 해석되고 다른 범주의 사람들에게는 팥으로 해석되는 것은 유사팬덤이다. 이들이 자신 범주의 사람들을 동원해 숫자로 세를 과시할 때 등장하는 특정 인물이 이들이 내세운 우상이다. 이들이 주창하는 가치는 포장과 명분일 뿐이고 이 특정인물이 이들을 실제로 통합하는 우상이다. 대부분의 유사팬덤은 위장된 우상숭배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특정인을 우상숭배하기 시작하면 이들은 어느 순간 큰 집단사고로 몰락한다.

우리나라 정치, 기업, 종교는 가치에 대한 몰입이 아니라 우상숭배와 집단사고로 채워지고 있다. 우리의 정치, 기업, 종교가 미래의 희망이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갈등과 분열의 원인으로 전락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