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위험성 제대로 알자!
온전한 자아 만들기
일전에 상당히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분이 MBTI를 거론하며 자신의 전형적 성향을 여기에 맞춰 설명하는 것을 보고 놀랬다. 조직행동 수업시간에 학생들도 MBTI 언어를 과학적 진리인 것처럼 사용해서 곤혹스러웠는데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분도 MBTI로 자신을 판단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이었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개념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렇게 판단된 범주를 자신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신의 주체성과 고유성과 온전성을 끊임없이 쪼개고 분절시켜 결국은 사라지게 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글로벌 HR에서 최근에 부각되는 주제 중 하나가 이런 사회 시스템이나 평가에 의해 분절되는 자신을 회복하여 온전한 통합된 주체(Wholesomeness)로 태어나게 하는 종업원 체험이다. 글로벌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와 재택근무 때문에 깨달은 점이다. 이들은 회사에 와서 몸따로 생각따로 마음따로 분절시켜가며 8시간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온전한 주체성이란 의무적으로 몸만 와서 8시간 일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시간을 일하더라도 몸, 마음, 정신이 통합된 온전한 자신을 가져와서 일할 것에 대한 주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MBTI에 대한 잘못된 신봉이 온전한 주체성을 왜곡하는 무기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했다. MBTI는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지 자신을 이 유형의 한 유형이라고 판단해 여기에 가두면 자신이 재산으로 가지고 있는 다른 성향들이 잘려나가 사라져 버리는 비극을 초래한다.
마치 희랍신화에 나오는 신인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비극을 자초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다 자신이 만든 침대에 눕히고 이 침대보다 길면 손 발을 자르고 침대보다 작으면 다리 늘려 죽였다. 대부분의 인간은 MBTI에서 규정하는 모든 속성의 반 이상은 가지고 활동함에도 이원론에 기반해 만들어 놓은 MBTI를 맹신해 자신이 어렵게 개발했던 다른 한쪽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한다.
실제 리더십 연구에서 뛰어난 리더는 본질적으로 MBTI의 모든 속성에 대한 근력을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고 이 프로토타입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리더란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오랫동안 훈련을 통해 통합된 온전한 자신을 만들어내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을 유연하게 동원해 쓸 수 있는 자신만의 프로토타입이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외향(Extraversion)과 내향(Introversion)은 리더에게 모두 필요한 속성이다. 밖에 관련된 연결을 위해서는 외향이 요구되지만 자신과 연결해서 성찰하기 위해서는 내향이 요구된다. 외향은 밖으로 멀리 뛰기할 수 있는 근력이지만 내향은 안으로 깊이 뛰기 할 수 있는 근력이다. 리더는 때에 따라서는 밖으로 멀리뛰기도 하지만 안으로 깊이 뛰기할 수 있는 균형된 양발잡이 근력이 필수적이다.
경험에 의존하는 것을 감각(Sensing)이라고 하고 이론에 의존하는 것을 직관inTuition이라 분류한다. 리더는 당현히 미래지향적으로 이론을 중시하는 직관론자(N)성향이다. 하지만 리더는 이런 이론적 직관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는 경험주의자(Sensing)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이론체계인 정신모형을 발전시키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낸 데이터를 반영해 자신의 정신모형을 확장시킨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있을 수 있으나 Sensing만 하거나 inTuition에만 능한 리더는 없다.
사고(Thinking)과 감정(Feeling)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중요한 과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업의 결과와 원인에 대해 인과적 관계를 따져가며 철저하게 사고하지만 일단 이렇게 만들어진 과제는 혼자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동료들과 협업해서 달성한다. 동료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정서와 감정의 흐름을 잘 읽고 서로 감정의 온도차가 다를 경우 이 감정을 연결시킬 수 있는 관계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고가 기관차의 방향을 정해준다면 기관차를 움직이는 연료는 정서와 감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리더다.
판단(Judging)과 인지(Perceiving)도 마찬가지다. 한 쪽만 발달된 사람이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판단을 잘 해서 적시에 의사결정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판단의 조짐이 보일 때는 이것을 잘 포착해서 수정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요구된다. 계획을 세운 후 세상이 바뀌었는데 계획에 따라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강요하는 리더는 더 치명적이다. 요즈음 요구되는 리더십 전략은 총쏘고 대포쏘기 전략이다. 물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계획을 세웠다고 처음부터 대포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총으로 영점을 맞추고 맞으면 대포로 공격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대포로 공격하는 것이 판단을 잘 하는 사람의 전략이라면 총으로 영점사격을 제대로 하는 전략이 인지전략이다. 결국 뛰어난 리더는 계획을 세우고 판단하지만 이 계획을 상황에 따라 수정하고 실험해서 프로토타이핑을 발전시키는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다.
MBTI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실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MBTI의 모든 기준에서 이쪽인지 저쪽인지가 구획이 안 될 정도로 팽팽하게 나눠진 사람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 유형이 자주 바뀌는 사람이다. 각 차원의 모든 역량을 다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량을 선택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MBTI가 이런 것을 반영해 제대로 된 리더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
MBTI를 했을 때 자신이 전형적인 어느 집단에 속했다고 생각되면 이것을 기반으로 다른 쪽의 역량을 육성해 자신을 더 온전하게 만드는 지침으로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나 MBTI를 신봉하기 시작한다면 자신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프로크루우테스의 침대를 운용해가며 자신의 손발을 잘라내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진성리더라면 자신의 존재목적을 자신의 진실의 씨앗으로 자신 몸에 배태시켜 MBTI에 재단되지 않은 온전한 통합된 자신을 길러낼 수 있는 사람이다. MBTI에 제시된 성향은 유전적 요소인 Trait도 들어 있지만 오랜 시간동안 훈련하면 모두가 길러낼 수 있는 State 역량이기도 하다. 훈련을 통해 길러내는 요소가 아니라 유전적 선택의 요소로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 뿐 아니라 남을 범주로 재단하는 편견의 사람으로 전락한다.
PS: 담배를 판매할 때 담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처럼 MBTI를 기획해 서비스하는 회사는 이런 위험성을 경고한는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