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에 힐링이 없다:
힐링은 우리 문화의 핵심적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경쟁에 몰입해 왔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상처받고 살아온 점들을 생각한다면 한국사람들이 힐링에 연연하는 이유는 당연한 귀결이란 생각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빨리빨리의 문화나 단기적 성과주의는 상처받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자체를 박탈해왔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행동을 사치스러운 행동으로 치부하며 살아왔다.
문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힐링의 프로세스가 과도한 상업성과 마케팅적인 기법에 의해 채색됨에 의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이런 잘못된 문화적 코드에 편승해서 이를 잘못 전파시키는 경향도 만만치 않다. 힐링캠프가 대표적이다.
원래 힐링캠프의 원조는 오프라 윈프리 쇼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숨겨온 기형아된 성인아이를 키우고 살아왔고 이 성인아이가 가끔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심리적 상처를 받아왔다는 점에 착안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성인아이를 숨기기 보다는 밖으로 공개적으로 드러내 용서하고 사랑하고 껴 안는 행동을 함에 의해서 이 성인아이와 화해하고 이러는 과정에서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쇼의 취지였다. 본인도 그런 경험을 통해서 힐링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힐링이 시작으로 끝나지 않고 의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과 병행해야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을 김난도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출판을 기점으로 힐링이 문화의 대세가 되고 있지만 이렇게 쏟아지는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은 힐링에 대한 책들이기보다는 자기계발서를 힐링이라는 용어로 채색한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내용이 없다. 또한 너무 주관적인 경험에 기반하고 있어서 이들이 주장하는 프랙티스를 지나치게 믿고 받아 들일 경우 그래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또한 종교계에서 발간되는 힐링 책들은 힐링을 너무 신비주의화 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힐링이 과학적인 치료법과 연관되어 치료되지 않으면 개인적인 살풀이로 끝날 수 있고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수도 있다.
둘째, 힐링은 차칫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전가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과 같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상당히 많은 이슈는 사회적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적 문제로 귀인시키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구조적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외면하고 비과학적이고 신비적인 위로에 기대게 만듬에 의해서 젊은이들의 진취성을 훼손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과 합의보다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여 결국 갈등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즉 사회적 문제를 내재화 함에 의해서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외면하고 훼손시키는 측면이 있다.
셋째,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는 힐링 자체가 삶의 목적일 수 없음에도 힐링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둔갑하고 있다. 힐링은 이를 통해 결국 미래의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구현해나가는 여행의 시작이다. 그렇지만 작금에 유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이 힐링자체 머물러서 미래의 행동을 이끌어 내주지 못한다. 아프다고 위로한 사람에게 세상에 대한 무리한 행진을 다시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가 작용해 힐링은 힐링으로 끝난다. 이처럼 살풀이로 힐링을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 상태보다 못한 상태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힐링은 마약과 같이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힐링캠프는 문제가 많다. 한 마디로 힐링캠프에 힐링이 없다. 실제로 힐링을 진행해서 치유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 자랑하고 자기를 정당화 시키는 장소로 변질되었다.
힐링의 시초는 자신의 거울 앞에서서 자신을 성찰해냄으로써 자신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한 병들어 있는 자신을 용서해주고 화해하고 사랑해주는 것은 힐링의 시작이지 끝이 될 수 없다. 세상사람과 소통을 재개하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성인아이를 구해 냄으로써 힐링은 완성된다. 힐링은 살풀이가 아니라 자신을 구해내는 영웅적 변화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