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0-06 13:06
[N.Learning] 차이와 반복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742  
차이와 반복
변화란?
삶의 본질은 반복을 통해 더 나은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은 급진 거북이 뿐 아니라 철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가장 선두에 선 두 철학자는 <차이와 반복>을 저술한 들뢰즈와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저술한 니체다.
들뢰즈의 반복에 관한 생각은 행동경제학의 반복게임이나 사회학의 일상화 개념과 비슷하다. 들뢰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공간적, 개념적 범주 차이를 극복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변화라고 생각했다. 들뢰즈는 차이의 반복을 통해 더 큰 차이를 창생(蒼生) 하는 변화 철학을 기초했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오늘 지금 한 게임과 같은 게임이 내일도 반복되고 결국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무한 순환 루프 게임이다. 일견 고전 경제학에서 가정하듯 앞의 게임이 뒤의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리셋되는 반복게임과 비슷하지만, 니체의 생각은 이들보다 더 심오하다. 니체가 생각한 영원회귀란 오늘 게임이 죽을 때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마치 오늘 하는 게임을 마지막 게임(End Game)이라고 생각하라는 요지다. 니체는 오늘 게임에서 내린 결정을 중간에 바꿀 수 없고 삶의 마지막 게임까지 똑같이 반복된다고 가정할 때 오늘 삶을 어떻게 최적화해 최상의 게임 결과를 가져오도록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니체는 어려운 상황에서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을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내일로 어려운 일을 미루는 함정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오늘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믿음으로 오늘을 치열하게 경영하라는 까르피디엠 메시지다.
이런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철학은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스티브 잡스도 스탠퍼드 연설에서 매일 아침 거울을 봐가며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살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었다고 고백했다. 사흘 동안 연속적으로 질문했을 때 Yes의 대답을 못 내리면 죽음 쪽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은 것이어서 삶의 전략을 근원적으로 수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종교에서 생각하는 게임은 이승에서의 삶은 앞의 게임이 다음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반복게임이지만 마지막 게임(End Game)에 관한 생각에서는 갈린다. 불교는 이승에서 살았던 게임 결과가 죽음 이후에도 반영되고 환생해서도 반복된다고 가정한다. 이런 게임이 끝없이 무한 반복된다면 결국 최적의 삶은 이승에서도 부처처럼 사는 전략 말고는 다른 전략이 없다. 니체의 영원회귀 철학은 불교의 윤회 사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기독교는 마지막 게임(End Game)이 있다는 가정에 기반했다. 이승에서 선하게 살면 이승에서의 선한 삶을 정산해 죽은 이후에는 천국에 가든지 지옥에 가든지가 결정될 것이고 한번 결정되면 시간과 상관없이 영원히 지속하는 영생을 가정한다. 중세 시대에 영특한 성직자들이 마지막 게임의 함정을 이용해 몽매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면죄부를 판매하는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삼박자 구원과 같은 교리를 외치는 교회는 아직도 변형된 면죄부 판매 행위를 끊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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