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유전자의 본능은 복제이다. 자신의 DNA를 복제해서 자손을 번성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이 생물학적 유전자는 다분히 이기적이다. 유병우처럼 유전적으로 머리가 좋아서 얻어지는 모든 영광을 부모가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는 않는다. 경쟁의 시작점이 달라도 경쟁의 결과로 얻어지는 모든 이득을 다 자기 것으로 챙길 수 있다. 이처럼 유전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의 속성은 이기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유혹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이것이 자신 종족의 번성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이기적 유전자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는다.
국가의 안위가 달려 있는 왕들에는 자손의 번성이라는 목적이 국가가 명맥을 유지하는 일과 연결되어 있어서 수많은 후궁들을 허락했고 여기에서 복제의 도구인 아들이 태어나면 후궁들의 지위가 변했다. 하지만 시대가 진화하면서 일부일처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복제를 위한 전략이 수정되어야 했다. 일부일처제 상황에서도 다산에 의해서 복제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있었으나 이렇게 복제해놓은 자손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제대로된 복제를 위해서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이런 교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재벌 밖에는 없다.
흔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이다. 자신의 복제를 책임지는 것은 조상이 아니라 자식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식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이런 본능은 동물에게서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에 절대 순응한다.
이런 상황에서 명문가는 어떻게 탄생하나?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가족이나 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도 복제에 성공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자기만 잘 살겠다고 날뛰는 집안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복제의 성공은 유전자의 생물학적 이기심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철학을 어떻게 내재화하는지에 달려있다.
불란서의 사회학자 보르도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자본은 유전인자의 이기성을 극복하고 복제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자원을 밖에서 동원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이 자원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 달성되는데 하나는 배우자이다. 배우자 집안이 가지고 있는 자본이 내 복제를 위한 자본으로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보다는 배우자 집안의 배경과 조건에 그리 신경을 쓰는 것은 다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이다. 조건보다는 사랑을 택한 결혼의 경우는 부부의 금슬과 철학이 자식의 이기적 유전자를 중화시키는데 더 큰 역할을 수행한다.
보르도가 지적하는 다른 한 가지는 조부모들의 철학이다.
복제에 눈이 먼 부모들은 자식을 성공시켜 복제자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희생한다. 이런 점에서 부모도 남 자식보다는 우선 자기 자식이 잘 되게 하고 싶은 이기적 속성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부모와 달리 복제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조부모들은 자신의 철학으로 손주들에게 더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조부모가 손주들을 위해서 어떤 철학을 전수해주고 이 철학이 이기적 유전자의 속성을 어떻게 중화시킬 수 있는지가 손주들에게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된다. 또한 맞벌이 부모들의 경우 손주들의 양육을 책임지는 것이 조부모들일 경우가 많아서 손주들은 부모의 생각보다는 조부모의 생각을 복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유전인자가 비슷하다면 명문가를 결정해주는 것은 부부의 금슬과 조부들이 가진 철학과 사회에 대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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