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돈이론과 근원적 변화
혼돈이론
21세기는 모든 것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너무 복잡다단하여 20세기 식의 직선적 인과관계의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 혼돈이론 (chaos theory)과 나비효과 (butterfly effect)이다.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주도된 과학은 물체의 운동을 기술할 때 많은 실제적 사실을 무시하거나 단순화 시켜 운동방정식을 세우고 이 방정식을 풀어서 이 물체의 미래 상태까지 예측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왔다. 이때 사용한 방정식이 선형 방정식이다. 선형방정식의 특징은 두 개의 비슷한 값을 대입하면 비슷한 결과를 얻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선형방정식이 20세기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선형방정식의 원리에 의해서 설명이나 예측이 안 되는 현상들이 점차로 많이 발견되고 앞으로는 점점 이런 비선형적 현상이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물이 끓는 현상, 태풍이나, 생명체를 구성하는 개체가 확산되는 현상, 전염병의 퍼짐과 같은 현상이 그 일례에 해당된다. 아무리 슈퍼컴퓨터가 발달하여도 기상상황을 잘 예측 못하는 것이 이와 같은 비선형 방정식의 특성 때문이다. 비선형 방정식으로 설명되는 세계에서는 초기조건의 작은 변화에도 최종적인 결과가 민감하게 바뀌는 현상 즉 카오스 즉 혼돈 (Chaos)현상이 특징이다. 이 카오스의 세계는 단순한 무작위 (randomness)와는 쾌를 달리 혼돈 속에서도 어떤 숨은 질서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믿음을 기반으로 혼돈이론은 안정된 질서를 유지하고 있던 체계가 어떻게 혼돈상태로 전환되는가를 설명하여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하게 하거나 혼돈상태에 내재해 있는 질서의 기제를 파악하여 혼동현상 자체를 통제 가능한 세계로 이끌어 내려는 실용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자유도가 작은 체계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자유도가 높은 복잡계에서는 연구가 아직 초보단계이다. 선진국에서는 혼돈현상의 적용을 시도한 복잡계 과학에 대한 연구가 학제간 연구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나비효과
이와 같은 비선형적 혼돈으로 가득한 복잡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나비효과이다. 이는 미국 기상학자 로랜츠 (Edward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상상적으로 생각해낸 것으로 중국 북경에서 30마일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한 마리 나비가 공기에 작은 펄럭임을 만들면 이 펄럭임이 혼동의 세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태평양에 태풍을 만들고 이 태풍은 다시 메가 태풍으로 진화하여 맨하탄의 건물들을 쓰러트릴 수도 있다는 원리이다. 선형의 세계 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혼돈의 복잡계 속에는 이처럼 초기의 작은 변화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예견한 것이다.
20세기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나비효과는 21세기 글로벌화와 디지털 혁명이 심화됨에 따라 실제 매일매일 일어나는 현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의 글로벌화는 국가 간의 장벽들을 무너트려 적은 비용으로 사람과 물자의 교통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더 큰 복잡계로 통합시키는데 공헌해왔다. 한편 글로벌화 된 세상에서 디지털 혁명은 복잡계 현상에 또 하나의 불을 집힌 결과를 초래했다. 디지털 혁명은 빨라진 정보의 흐름과 민주화를 통해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것이 가능하게 해 정보의 주체 누구든 인터넷망을 통해 세계 어느 곳에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는 나비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왔다.
한 때 세상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던 사스가 대표적 예이다. 사스는 중국 시골마을에서 호기심 강한 요리사에 의해서 최초로 감염되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요리사의 취미는 다양한 야생동물을 식재료로 하여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하루는 야생 너구리를 재료로 삼아서 요리를 만들다가 이 야생 너구리에 기생하고 있던 사스균에 감염되어 결국은 전 세계를 사스의 태풍으로 몰아넣었다. 만약 이 호기심 많은 요리사가 10년 전에만 이 요리실험을 했었더라면 세상이 아마도 사스의 공포는 요리사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의 회오리바람이나 나비의 날갯짓으로 막을 내렸을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복잡계화한 세상에 나비의 날갯짓으로 시작하여 태풍을 몰고 오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태풍으로 시작하여 메가 태풍으로 진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물론 복잡계 속에서는 모든 것이 선형적으로 예측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태풍으로 시작되었더라도 결국 나비의 날갯짓으로 끝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복잡계라 해도 태풍으로 시작한 바람이 나비의 날갯짓으로 끝날 개연성은 이것이 메가 태풍으로 진화 할 확률에 비해서 개연성이 떨어질 것이다. 심지어 CNN월드 뉴스는 30분 간격으로 나비의 날갯짓이 아닌 태풍 급의 사건이 세상 어디에서 발생해서 어디로 번지고 있는지를 매일매일 생중계하는 것으로 한 밑천을 잡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던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태풍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IMF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을 격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들 무슨 죄를 졌기에 미국의 부동산 거품 때문에 취업의 고통을 격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선형적 세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비선형적 복잡계 속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매일 세계 각국 여기저기에서 미국 판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개발도상국 GDP와 맞먹는 매출을 올리던 회사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메가톤급의 폭풍우가 일어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몇 백만 톤의 폭탄을 퍼붓고 있고 여기서 번질 정치적 폭풍도 나비의 날갯짓으로 끝날 수 있지만 전 세계에 어떤 메가 폭풍으로 번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온실효과를 통한 지구온난화는 한 쪽에 폭우의 재앙을 다른 한쪽에는 가뭄의 한파를 가져오고 있다.
문제는 환경적으로든, 경제, 정치적으로든, 제도, 문화적으로든 메가톤급의 폭풍이 시시각각으로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어서 이것들이 주는 효과를 다른 이보다 정확하게 예측하여 재빨리 변화하지 못하면 조직이던 개인이던 어느 누구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 대항해서 근원적으로 변화하는 일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어 버렸다. 또한 하루가 달리 뜨겁게 달궈지는 불구덩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근원적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은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아니라 필연이 된지가 오래이다. 우리가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이와 같은 냉혹한 현상은 점점 엄연한 현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개구리 실험과 근원적 변화
동물 중에서 환경변화에 가장 능수능란한 동물은 개구로 알려져 있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적응에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개구리가 20-30도씩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개구리를 통해서 환경변화에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실험해왔습니다. 이 실험은 냄비 속의 삶아죽는 개구리 현상이라고 칭해지고 있습니다.
실험을 위해 먼저 개구리를 잡아서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에 집어넣는다. 개구리는 자신의 체온이 있기 때문에 차가운 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크게 개념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몸의 온도가 내려가서 적응을 하게 된다. 이처럼 개구리가 충분히 적응을 할 시간을 주고 다시 온도를 10도 올린다. 개구리는 옛날 온도로 되돌아 온 것을 느끼고 기분이 느긋해져서 가만히 있게 된다. 개구리가 적응할 시간을 주고 다시 10도를 올립니다. 먼저 번의 온도에 비해서 약간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지만 자신의 변온동물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개념 하지 않는다. 이처럼 개구리에게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계속 온도를 10도씩 비등점까지 올려도 개구리는 자신이 적응했다고 믿고 있다가 냄비 속을 뛰쳐나오지 못하고 삶아죽게 된다. 삶아 죽는 개구리와는 정 반대로 처음부터 펄펄 끓는 물에 방금 잡은 싱싱한 산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개구리는 뛰쳐나와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처럼 개구리가 자신은 적응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환경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서서히 죽음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몰아넣은 현상을 서서히 죽음을 맞는 과정이라고 해서 점진적 죽음 (slow death)라고 칭한다면 환경이 펄펄 끓는 물임을 그대로 인식해서 뛰쳐나와서 목숨을 구하는 현상을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삶아 죽는 개구리 실험은 복잡계에서 메가 태풍이 몰아쳐서 주변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자신은 그 온도에 적응했다고 믿고 있다가 결국은 삶아 죽게 되는 즉 변화에 실패한 조직과 개인의 사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퀸 (Quinn, 1996)은 조직 구성원 중 나름대로 조직에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니어들을 개구리로 아직 조직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주니어 사원들을 올챙이로 비유해가며 개구리들과 올챙이들이 냄비의 물의 온도가 높아질 때 일반적으로 구사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한 때는 명성을 구가하다가 세상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조직의 개구리에 의해서 가장 많이 구사된 전략으로 『버티기(peace & pay)』전략이다. 이 전략은 자신이 변화를 하지 않으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뒤늦게라도 감지했음에도 지금 당장은 변화하는 것을 회피하다가 결국은 조용이 삶다 죽는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 이다. 이와 같은 개구리들은 다른 사람들이 배에 작은 구멍이 나서 언젠가는 가라앉을 지도 모른다고 소리치는 것이 자신의 평화로운 마음에 돌을 던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귀를 막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은 지독하게 운이 좋은 사람이어서 어떤 불행도 자신만은 피해갈 것이라는『맹목적 낙관론자 (blind optimist)』인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많은 개구리들에게서 보이는 대표적 유형입니다.
둘째 전략은 좀 더 현명한 개구리들에 의해서 구사되는 전략으로 『적극적 탈출 (active exit)』전략이다. 현명한 개구리들은 조직을 둘러싼 환경의 온도가 서서히 높아짐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직이 어떻게 되든 자신만 열심히 하면 살수 있다는 가정 하에 순전히 개인적 생존전략을 구사한다. 자신의 시장가치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운동도 하고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개인적 학습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다가 온도가 뜨거워지거나 배가 침몰하는 기미가 보일 때 적극적으로 탈출해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 이런 개구리들의 전략은 첫 째 전략보다는 이점이 있으나 문제점은 이런 능력 있는 개구리들의 이기심 때문에 같이 노력하면 살 수도 있었던 조직이 결국 일정한 시점에서 급락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이들의 행동과 태도는 세상을 이끄는 일류 조직들로 부터의 기피대상 일호여서 결국 이들은 한 두 번의 개인적 성공을 거둘 수 는 있는지 모르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니어 경력시점에서부터는 더 이상 개인적 성장을 구가할 수 없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셋째 전략은 대개 임원들이나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전략으로『도덕적 침해 (moral hazard)』 전략이다. 임원이나 회사의 고위층으로써 회사가 뜨거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이 조직에 머무는 동안 혹은 길게는 정년퇴임 하게 되는 기간까지는 배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 이후에는 남들의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배가 침몰하는 것을 나서서 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게 된다. 이 전략은 얼마 전 사라진 엔론 (Enron) 임원들에 의해서 구사되어서 윤리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엔론에 근무하던 대부분의 임원들은 자신들의 비윤리적 회계부정으로 회사가 망해간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이에 대비해 퇴직금이나 많은 상여금을 미리 챙겨 놓고 자신의 살 궁리를 마련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들만 믿고 열심히 일만 하던 대부분의 순진한 개구리들은 오갈 데도 마련하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고 죽게 되었다는 점이다. 조직에는 아직 개구리 상태도 되지 못한 상황이 더 나쁜 올챙이들도 많을 수 있고 임원들에 의한 이와 같은 전략은 이들 순진무구한 개구리나 올챙이 모두에게 치명적이 된다.
마지막 전략이 죽어가는 조직을 일류로 뒤 바꾸어 놓은 조직에서 보이는 우리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현해야 할『근원적 변화 (deep change)』전략이다. 딥체인지 전략은 과감하게 근본적 변화를 위해 비전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 자신 있게 자신의 몸을 던지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지금까지 믿어왔던 "우주가 돈다"는 생각에서 새롭게 "지구가 돈다"는 쪽으로의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코페르니쿠스 전략이라고 칭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일류조직이나 세상에 족적을 남긴 체인지 챔피언들은 딥체인지의 전도사들이었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환경을 염두에 둔다면 조직이던 개인이던 우리 모두는 냄비 속의 개구리이고 조만간 우리는 점진적 죽음을 택할 것인지 근원적 변화를 향한 딥체인지를 할 것인지의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