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2-12 15:59
[N.Learning] 변화관리의 두 전략: O 전략 E 전략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6,427  
 

많은 변화관리 전략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것은 Harvard 경영대학원의 Beer와 Nohria교수 (2000)가 제시한 E전략과 O전략이다. E전략은 변화를 통해 더 나은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를 구현하려는 전략이고 O전략은 경제적 가치보다는 변화를 통해 조직의 문화와 역량 (Organizational Capability)을 신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이다. 

 

E전략에 의존하는 조직은 주로 상명하달의 방식으로 변화를 진행시킨다. 경영진에서 변화의 모든 골격과 세세한 내용까지 만들어서 전파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O전략을 변화의 전략으로 삼는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참여를 중시한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 전략을 짜는 일에서부터 작은 일상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참여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독려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E전략을 변화전략으로 삼는 조직에서는 시스템구축을 중시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치중하는 반면 O전략 회사에서는 조직의 문화를 바꿀 수 있을 때 변화가 완성되는 것으로 규정한다. E전략 조직에서는 전사적인 변화 계획을 수립하여 전 조직에 일사분란하게 변화를 적용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하는 반면 O전략 회사에서는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나 자발적으로 변화를 시행해보려는 조직단위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변화를 실험적으로 시도해보고 이것이 성공할 경우 비슷한 조직단위에 확산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다. E이론에서 변화가 성공할 경우 받게 될 경제적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반면 O전략에서는 조직이 거두게 될 장기적 가치와 이를 통해서 얻어지는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나 몰입 등을 강조한다. 변화관리를 구현하는데 있어서도 E이론은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능한 변화관리 컨설턴트들을 외부로부터 고용하여 이들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게 하는 반면 O전략의 조직에서는 설사 외부컨설턴트를 고용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은 코디네이터 역할에 머무르게 하고 변화를 실질적 주도하는 역할은 내부컨설턴트에게 부여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E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주주로 이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변화전략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O전략에서는 조직의 역량의 핵은 종업원의 가치라고 보고 종업원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두 회사의 사례


     미국의 Scott paper는 대표적으로 E전략을 취한 경우다. 1994년 Al Dunlap이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대규모의 구조조정과 해고를 감행했다. 그 결과 주가는 94년 30억불이던 것이 95년 90억불로 거의 3배를 증가시키는 개가를 이루어 냈다. 이를 놓고 종업원들은 Dunlap을 전기톱 Al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든 변화도 Dunlap의 주도하에 주주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쪽으로 집중되었고 종업원들로부터의 인풋은 최소한에 머물렀다. 종업원들을 개발시켜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는 시간이 너무 걸리므로 Dunlap는 회사의 거의 모든 기능을 외주로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택했다. 또한 모든 것은 엄격한 계획 하에 Dunlap을 총사령관으로 전쟁터를 방불하게 할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졌고 모든 인센티브 시스템은 주가와 연동시켜서 운영되었다. 또한 문제가 생길 때 보다 외부컨설턴트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했다.

     Scott Paper의 최대 경쟁사인 Champion International의 Andrew Sigler는 Scott Paper와는 정반대의 O전략에 근거한 변화전략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우선 Sigler는 1981년 경영진과 노조, 종업원들을 참여시켜 The Champion's Way라는 장기적 비전을 만들어서 조직의 가치와 목적, 경영원칙을 정립시키는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 갔다. 그는 장기적 목표와 비전을 정립하는데 노조의 역할을 강조하였고 특히 팀워크를 통한 변화를 강조했다. 또한 잘 짜여 진 계획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정신을 강조했다. 또한 회사의 구조도 보사 유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실험할 수 있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바꾸게 되었고 보상은 장기적으로 해고를 자제한다는 정책 하에 목표달성을 중심으로 한 인센티브보다는 주로 종업원들의 기술과 역량의 정도에 따른 보상체계를 구축하였고 회사차원의 이득분배 (gain sharing)이나 이윤분배 (profit sharing)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려고 노력했다.

  비슷한 업종에 있었던 두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회사의 변화관리 전략이 더 효과적이었을까? 답은 놀랍게도 E전략 O전략 모두 실패한 변화관리전략으로 규결되었다는 점이다. 단기적 경제적 인센티브와 종업원에 대한 과도한 목표로 종업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동원하는데 실패한 Dunlap은 Scott Paper를 자신의 경쟁사인 Kimberly-Clark에 팔 수 밖에 없었고 Champion도 장기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실패하여 회사를 핀란드 계열의 UPM-Kymmene에 팔 수 밖에 없었다. 결론은 이 두 전략 중 한 가지 전략에 치중하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단기적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E전략 체제 하에서 종업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길러낼 시간적 여유도 없이 높은 목표달성의 압력으로 번아웃되고 설상가상으로 정해진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고될 것이므로 조직에 대한 장기적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또한 경영진은 단기적 성과를 통한 주가를 높이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므로 이들이 쉽게 택하는 방법이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조직의 경제적 성과가 매출대비 비용의 문제라면 매출은 시장의 문제이므로 자신이 맘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반면 분모에 해당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비용이 인건비이므로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적 성과지표를 높이게 되면 이것이 주가에 반영이 되고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단기 전략으로 종업원들이 번아웃되어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하더라도 경영진은 이와 같은 단기성과와 인센티브를 챙겨서 회사가 어려우지는 징조가 보이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똑 같은 방식으로 부를 축척한다. 이들의 부에 비례하여 해고되어 거리를 헤매는 종업원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E전략의 문제는 경영진과 자본가의 탐욕으로 대변되는 모랄 해저드의 근간이 된다는 점이다. 이 전략은 종업원의 건강한 몰입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 성공을 보장 받지 못한다.

    외견상으로는 정답처럼 보이는 O전략도 문제가 있다. 경영진을 임명하고 해고하는 것은 결국은 주주이기 때문에 조직이 장기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외견상은 더 적절하게 보여도 현재의 지배구조 속에서는 이것을 구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즉 아무리 O전략이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더 효과적이라 하더라도 일단 단기적 성과를 통해서 주가를 높이지 못하면 주주들은 경영진을 교체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버크셔 헤서웨이사의 회장 Warren Buffet이 경영진과 투자자들에게 네브래스카의 현인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Buffet은 자신의 투자 성공비밀을 높은 언덕에서 눈 굴리는 일에 비유한 바 있다. 10년짜리 언덕에서 눈을 굴리는 사람과 하루짜리 언덕에서 눈을 굴리는 사람의 눈은 크기의 차이가 자명할 것이고 이 같은 상식에 기반을 두어 자신은 적어도 10년짜리 언덕에서 눈을 굴려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요 주주가 Warren Buffet와 같은 장기적 투자가치를 아는 현인들로 구성이 되었다 하더라도 경기가 후퇴할 경우 O전략가들은 이런 경기상황에서 사람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구조조정 하는 단호한 결정을 미루게 되고 결국 구조조정에 성공한 회사에 밀려 업계에서 퇴출된다는 점이다.


E와 O전략의 통합


    Beer와 Nohria (2000)의 결론은 두 전략을 통합해서 사용한 회사들만 변화를 통한 성공을 열매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GE의 Jack Welch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1980년 초반 Jack Welch가 GE의 CEO로 취임하자 Jack Welch가 쓴 변화전략은 E전략이었다. 1981년 41만이 넘던 직원 숫자가 1984년에는 29만으로 구조조정 되었다. 또한 기업경영에 대한 평가도 엄격해서 자신의 시장에서 1, 2등이 아니면 팔아버렸다. 사람들은 이런 Jack Welch를 일컬어 중성자탄 Jack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중성자탄이 투하되어도 사람만 죽이고 건물은 온전하게 보전한다는 데에서 지어진 별명이다. Jack Welch가 뜨면 그 회사의 많은 직원들이 해고를 당해서 거리로 내 몰리는데 건물은 멀쩡하게 살아남는 것을 자조적으로 희화한 별명이다. 일단 거대공룡기업의 군더더기들이 제거되자 Jack Welch는 여기서 끝이지 않고 O전략을 시작한다. GE에 내재된 관료주의의 잔재를 없애고 GE를 무경계조직으로 만드는 문화운동을 시작한다. 그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토크쇼 진행자의 David Letterman의 일화는 유명하다. Letterman은 자신이 근무하던 NBC가 GE에 매각이 되자 자신의 야간 토크쇼의 향방이 궁금해서 과일 바구니를 들고 맨해튼의 GE 본사를 찾아온다. Jack Welch를 만나서 축하 겸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유명세 정도이면 Jack Welch를 그냥 선약 없이도 만나 과일바구니 정도는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본사를 찾았던 Letterman은 경비원들의 제지에 걸려서 낭패를 당하게 된다. 경비원들의 이야기는 과일바구니를 받아도 된다는 상부의 허가가 사전에 안 떨어져서 과일 바구니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일바구니를 전달하려는 허락을 받으려면 공식적 루트를 통해서 기안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결국 발길을 돌린다. 이후 Letterman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경비원들이 조직에서 허락받지 않았다고 해서 악수조차도 거부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GE의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영상을 내보낸다. 이 이야기를 들은 Jack Welch는 전 직원에게 이 영상을 보게 하고 관료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연수원의 기능을 강화하여 GE의 무경계조직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용광로의 역할을 부여한다. 또한 GE에서 살아남은 직원들은 받을 수 있는 모든 최고의 교육을 통해서 1당백을 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할 것임을 천명한다. 결국 GE에서 물러나도 다른 회사에서 이 직원들을 채용하기 위해 줄을 서게 될 정도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20년간의 노력이 성공하여 GE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회사로 재탄생했다.

    문제는 이와 같이 E전략을 먼저 쓰고 이어서 O전략을 쓰는 연계전략의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시간상의 어려움을 염두에 둔다면 결국 E와 O의 전략을 동시에 쓸 수 있는 회사만이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두 전략을 동시에 쓰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겠지만 몇 가지만 예로 든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위로부터의 변화와 아래로 부터의 변화를 결합하는 방식으로는 소목과 대목의 역할 분담을 통해서 집을 완성하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회사가 앞으로 나가야 할 큰 골격 해당되는 대목의 경영진에서 시작하는 반면 소목에 해당되는 일은 종업원들에게 일임하는 방식이 한 예이다. 임원진들이 회사의 전략이나 비전에 대해서 큰 그림의 밑그림을 만들었다면 붓을 과감하게 종업원들에게 넘겨주어 종업원들이 이 밑그림을 바탕으로 화단도 꾸미고 집 내부도 꾸미게 만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 작업을 통해 종업원들과 경영진은 자신들이 미래에 대해서 똑 같이 심리적 소유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둘째, 시스템의 하드웨어적 측면과 문화의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명백히 결합할 수 있다. 하드웨어 시스템으로 ERP를 도입하던 식스시그마를 도입하던 팀제를 하던 많은 돈과 자원을 동원해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프로그램이 정착하지 못하고 무늬만 있는 ERP, 무늬만 팀, 무늬만 식스시그마로 변질하는 궁극적 이유도 결국은 이것들이 조직의 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적 시스템이 변화의 씨앗이라면 이 씨앗이 발아되는 토양인 문화를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의 문제도 처음부터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많은 경영진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조직을 더 낫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많은 돈을 투자해 도입한 합리적 시스템인데 이 새로운 시스템을 열열이 환영할 것이라는 순진한 가정이다. 이와 같은 순진한 가정에서 벗어나서 변화의 챔피언들은 한 손에는 물 조리개를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이 새로운 시스템이 토양에 잘 뿌리를 내려 묘목으로 자라고 결국에는 꽃과 열매를 피울 수 있을 때까지 돌보아 주어야 한다. 시스템적 변화는 항상 이 시스템이 조직의 문화적 토양에 뿌리를 내리게 도와주는 변화관리 프로그램과 같이 진행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셋째, 계획과 실험의 균형에 관해서도 변화의 장기적 방향과 로드맵, 최종 목적지를 정하는 일에서는 면밀한 전사적 계획과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한데에서 가장 시급한 곳에서 구성원들이 원하는 부서에서부터 실험적으로 성공하는 케이스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조직에서 변화에 실패하는 또 하나의 이유 중 하나는 전사적 계획을 세운이상 이를 구현하는 일에도 전사적으로 한 사람, 한 부서도 빠짐없이 일사분란하게 구현하여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넷째, 금전적 인센티브가 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발성과 내재적 가치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설계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즉 개별적 인센티브를 통해 모든 변화를 유도할 경우 이 인센티브에 잡히지 않는 내용들은 변화시키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모든 행위에 다 인센티브를 걸 수 있을 정도로 재정적으로 넉넉한 기업도 없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인센티브가 사라지면 변화된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변화의 내용을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가치와 연동시켜 전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조직의 변화목표가 재계 순위 20위에서 10위권 내로 진입하는 것이라면 이 조직이 변화에 성공할 경우 개인들이 성장한 모습들을 찾아서 비전닝을 한다면 이때의 효과는 큰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내게 된다. 이와 같은 내재적 보상의 결과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 성과를 강화시키기거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연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재적 보상에서 얻어진 성과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자발적 동기를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유명 회사의 외부컨설턴트에 의존하는 것은 어린애에게 밥을 떠 먹여주는 습관을 길러 조직을 아동화 시키는 주범이다. 구성원들 스스로 변화를 통한 학습과 성장을 일구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컨설팅에 의존해야 할 경우 내부컨설턴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변화를 진행하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부컨설턴트를 육성해주는 것을 계약의 조건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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