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01 18:15
[N.Learning] 개별화된 사회에서 사회적 헌신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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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회>에서의 결국 사회는 해체되지 않을까?
개별화된 사회에서 사회적 헌신

다음소프트에서 2020년을 예측하는 단어로 내어놓은 것이 "혼자사회"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싸를 구성하고 끈끈함 없이 시크하게 흩어지는 사회를 지칭한다. 들뢰즈가 예측하고 있듯이 개인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간 차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보여준다. 개인들의 취향을 중심으로 급격한 사회적 해체가 진행된다. 개인중심으로 국가도 해체되고 사회도 해체되고 조직도 해체되는 수순을 겪는다.

코넬대학의 Lawler교수, USC의 Thye교수와 나는 초연결디지털 사회의 진화와 함께 사회적 해체 현상이 미래의 기본적 추세가 될 것임을 <Social Commitments in a Depersonalized World>에서 제시한 바가 있다. 책은 2010년에 초판이 출간되었으니 이미 10년전 일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던진 질문은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개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해체되는 과정이 진행되면 공동체는 과연 살아남을까? 공동체가 사라진다면 개인들은 자신이 당연하게 향유한 울타리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해서 스스로도 부메랑을 맞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했던 전통적 사회의 구성과 달리 모든 사람들이 탈개인화된 국면에서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사회적 헌신(Social Commitments)는 가능한 일인가? 디지털 사회에서 사회적 헌신은 어떤 원리에 따라 동원되는가?

우리가 제시했던 원리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회적 경계을 다시 확장해 정의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새롭게 정의된 사회적 경계에 이미 해체된 개인들을 이어주는 방식이다.

우리는 울타리 없는 세상을 살 수는 없다. 모든 울타리가 제거된다면 우리는 그냥 동물처럼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에 몰입해야한다. 모든 울타리의 해체는 자연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이 변화하면 여기에 맞는 울타리를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 경계의 원리에 따라 전통적 사회를 구성하는 울타리는 지속적으로 해체를 경험해왔다. 이미 인구 저출산으로 전통적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해체되었고 고용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의 울타리도 해제되었다. 기업이 제공하던 일자리도 해체되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GiG 단위로 전환되었다. 조직이나 제도를 해체시켜 플랫폼 울타리로 확장시키는 사람들의 이유를 추적해보면 플랫폼이 개인이나 조직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울타리라고 주장한다. 플랫폼의 경계로 경계가 확장되는 이유가 바로 개인이나 조직이 실현시켜야 할 자신의 고유성인 목적을 실현시키는데 자원을 가장 자유롭게 동원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사회적 헌신을 위해 새롭게 제공되어야 할 울타리는 바로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 내에서 사람들은 조직과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을 가장 정렬된 형태로 실현시킬 수 있는 운동장을 얻는다.

둘째는 이렇게 해체된 사람들을 새롭게 제시된 울타리 안에 사회적 헌신을 위해 이들을 모으는 힘이 무엇인가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긍정적 만남을 통해 체험하는 정서에서 답을 찾았다. 사람들이 만남을 통해 느끼는 긍정적 정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긍정적 정서를 넘어서서 윤리적 정서라고 주장했다. 윤리적 정서를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체험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대표적 윤리적 정서는 감사(gratitude), 고양(elevation). 긍휼감(compassion), 자부심(pride)이다.

감사가 사라진 개인화는 자신을 고립시켜 독자적 섬으로 만들거나 개인을 흩어지기만 하는 모래사막으로 만든다. 감사의 부재는 공동체 파괴의 주범이다. 감사는 내가 만들어낸 내 개별성도 결국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현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의 표현이다. 감사는 개인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결국 나와 다른 사람들이 존재를 전제하고 이들의 격려를 통해 내가 나다름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깨달게 한다. 둘째는 고양의 정서이다.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을 유지함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플랫폼이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더 자유롭게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는 감정이 고양이다. 사회가 더 큰 의미를 찾아서 긍정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수축하기만 한다면 고양은 사라지고 공동체는 소멸한다. 공동체가 자신을 고양시키지 못하니 개인들이 나서서 스스로를 업글시킬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다. 긍휼감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 해서 협업으로 풀어가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긍휼감은 최고의 사랑의 상태를 의미한다.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야 사회를 구성하는 상대가 나와 달리보이고 이들도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주인공이 되는 삶을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제공되고 지속적으로 확장되어가는 사회의 새로운 울타리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미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독제사회도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무너진다면 그대로 붕괴의 수순을 겪는다.

<혼자사회>에서 개인들은 끈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가며 자유롭게 만나고 유연하게 헤여짐을 경험한다. 개별화된 맞춤이 용이해진 디지털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이다. 이런 개별화되고 탈 개별화되는 구성원들이 뛰어노는 디지털 세상 운동장의 경계와 이들이 이 안에서 사회의 공진화를 위해 어떻게 뛰어놀게 만들 수 있을까가 우리가 <Social Commitments in a Depersonalized World>에서 던진 핵심질문이다. 가설적으로 제안한 것은 먼저 목적의 경계로 울타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개별화된 구성원들이 이 속에서 자신이 업그레이드되는 성장을 통해 윤리적 정서를 체험하게 되면 이들은 이 윤리적 정서를 공동체에 귀인시키게 되고 이 귀인이 지속적이고 내재적으로 사회적 헌신을 만들어내는 힘이된다는 주장이다. 울타리를 목적의 경계로 확장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운동장에서의 만남을 통해 자부심 긍휼감 고양 감사을 집단적으로 체험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대의 리더로 등장한다.

Social Commitments in a Depersonalized World는 2012 미국사회학회에서 <James Coleman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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