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의 조건
청바지 꼰데
어느 회사의 대표분과 최근 개발한 이 회사의 리더십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리더십이 수평조직 문화를 진작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에 올려졌다.
요즈음 수평적 조직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다보니 애자일, 스마트, 스피드 등의 강한 용어가 난무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심지어는 회사에서 님자를 붙이거나 옷차림을 바꾸거나 하는 것이 수평조직의 본질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음도 지적했다. 본인이 오랫동안 글로벌 기업이나 굴지의 대기업 근무했던 경험에 근거해보면 정작 수평조직의 진짜 본질인 일하는 방식의 핵심인 보고와 회의 문화라는 것이다. 회의문화나 보고문화는 하나도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무늬만 수평조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해서 수평조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수평조직에 대한 유행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요즈음에는 이런 잘못된 세태를 풍자하기 위해 <청바지 꼰데>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동감하는 바가 컸다. 수평조직인지 아닌지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승부가 갈리게 되어 있다.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가장 면밀하게 연결된 것이 회의와 보고이다. 회의는 문제해결 방식을 찾는 과정이고 보고는 이것의 집행과 관련된 문제해결의 두 축이다. 회사에서 회의와 보고를 보면 초심자가 보더라도 문제해결과 관련없이 낭비성으로 이뤄지는 것이 절반을 넘는다. 평상시 일하는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이 아닌 가짜 일에 힘을 써가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일을 하고 있으니 일이 효과적으로 처리될리가 없다.
회의나 보고에서 문제의 해답을 제대로 찾아내고 이것을 적시에 실행하는 수평조직인지의 문제를 진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피드백 루프가 끊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회의시에도 학연, 지연, 혈연, 권력, 직급, 남여 등과 상관없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곳에서 더 필요한 곳으로 거래비용없이 물흐르듯이 주고 받아진다면 피드백 루프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하버머스가 언급하는 이상적 담론상황이 회의에서 구현되고 있다면 피드백 루프가 끊어지지 않은 수평조직의 회의문화가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버마스는 이상적 회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회의의 외적 조건에 해당하는 권한 연줄 직책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조건은 진리성이다. 사실적인 것이 아닐 경우 즉시 수정되어야 하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은 즉시 교정되는 것을 말한다. 상사가 진리성을 위반해 백조를 흑조라고 이야기하면 부하가 즉시 피드백을 통해 백조라고 고쳐나갈 수 있는 분위가가 진리성의 조건이다. 둘째는 의도의 진정성이다. 상사가 자신의 숨겨진 개인의도를 감추고 겉으로 멋지게 포장해서 거짓으로 이야기 할 경우 부하가 나서서 이 숨겨진 의도와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이 같지 않을 수 있음을 문제로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정당성이다.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조직이 실현시키려는 목적과 정렬되어 있을 때 최고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상사가 자신과 자신 부서의 이익을 챙기고 조직의 사명과 목적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면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에 대해서 피드백 해서 이를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조직의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고양이 목에 누구라도 나서서 방울을 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하버머스도 동감하는 이상적 회의 상황이다. 회의 참여자의 간주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의에서 발언시간과 순서도 직책에 의해서 배분되거나 정해지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수직적 보고에서도 피드백 루프가 자주 끊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회사가 가진 자원들이 회사가 정해놓은 목적을 위해서 최적으로 배분되는 과정을 실현시키는 보고가 수평적 문화에서 이뤄지는 보고이다. 현업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부하가 조직의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어떤 기안을 만들었을 때 조직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보다 자신의 권한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결제를 해주지 않거나 늦추는 행동을 한다면 보고에서 피드백 루프가 끊어진 것이다. 이런 기안이 들어오면 상사가 책임을 지고 다른 곳에서 자원을 끌어와서라도 실현시킨다면 끊어진 피드백 고리는 다시 연결된다. 누가보기에도 비전을 실현시키는 획기적 과제를 들고올 경우 이 문제는 네가 제일 잘 할 것 같으니 내가 책임지고 밀어줄께. 한 번 마음껏 해봐 라고 이야기하는 상사들로 포진된 회사가 수평적 회사이다. 비전의 실현과는 상관없이 누구에게 권한이 있음을 검증하는 보고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좋은 문제해결에 대한 답안을 가지고 있어도 실행되는 것은 요원한 조직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조직에서는 조직설계를 직책 중심에서 역할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또한 역할과 역할들의 중재자를 직책이 아니라 조직이 설정한 사명과 목적을 역할에 내면화해서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다.
수평조직문화의 핵심은 문제해결과 실행을 위한 회의나 보고가 누가보기에도 조직이 설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실행되는 지의 문제이다. 이런 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회의와 보고가 최적화 되어 있다면 옷을 정장을 입고 오던지 평상복을 입든지 님을로 부르던지 직책에 따라 부르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직책자가 이런 핵심에 집중해서 회의와 보고를 실천한다면 이분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직책을 불러주는 것이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직책이나 복장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