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17 09:47
[N.Learning] 초뷰카시대 경영자 역할과 책무 유리창 닦는 CEO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2,330  
초뷰카시대 경영자 역할과 책무
유리창 닦는 CEO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매 여름방학 동안 머물던 미국 시골 마을에 유명한 베이클 집이 있었다. 작은 동네이긴하지만 마을에 대여섯개의 직영점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고용된 인원들만 파트타임머를 포함해 이백명이 넘는다. 매출을 보나 규모로 보나 시골 동네인 점을 고려할 때 이 베이클 집은 동네 재벌인셈이다.
이집 매장을 방문하면 파트타이머건 정규직이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종업원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종업원(從業員)이란 말 그대로 업(業)을 쫓아(從)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員)들을 지칭한다. 맡겨진 직책을 돈을 받은 만큼만 수행하는 직원(職員)이라는 말과는 다른 의미다. 종업원이 존재목적에 따라 역할을 만들고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직원은 맡겨진 직책을 돈받은 만큼만 책임지고 수행하는 사람이다. 종업원을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업을 세워야 하지만 직원을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봉과 복지를 바꿔쥐야 한다. 직원과 종업원을 규제하는 심리적 계약이 다르다.
HR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던 R&R(Role & Responsibility)란 종업원의 역할과 직원의 책임을 분명하게 해서 예측가능하게 일하라는 말이지만 요즈음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상시적 길잃음을 경험하는 회사가 예측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회사들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정해진 직책과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게하는 R&R 방식은 시효가 다했다고 본다.
변화가 상수가 된 요즈음과 같은 초뷰카시대에 글로벌 기업들은 R&R 보다는 R&A 경영을 더 선호한다. R&A는 Role역할과 Accountability 책무성의 약자이다. 회사의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종업원이 스스로 스크립을 쓰도록 하고 자신이 쓴 역할로 회사의 존재목적과 길잃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받으면 설명(Account)할 수 있는 상태가 책무성(Accountability)이다.
이 베이글 집의 종업원들은 정규직이든 파트타임머든 항상 고객과 눈을 마주쳐가며 한 마디라도 대화하려고 시도한다. 심지어는 내가 항상 오이절임을 사이드로 더 달라고 하는 것을 지켜본 종업원은 어느 날부터는 내가 주문하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오이절임을 두쪽 세쪽씩 덤으로 넣어준다. 메뉴의 골격은 유지되지만 MZ세대의 취향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새로운 메뉴가 추가된다. 종업원은 주인이 생각하는 업의 개념을 자신의 역할에 내재화 시켜서 수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따지고보면 모두가 주인급 종업원인 셈이다. 이들의 일터는 업의 울타리를 둘러놓은 놀이터이자 운동장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건 정규직으로 일하건 일하는 동안 이들 얼굴에는 자부심과 활기가 넘친다.
종업원을 관리하고 감독할 필요가 없는 이런 놀이터에서 주인은 무슨 일을 할까가 궁금했는데 어느날 궁금증이 풀렸다.
아침 7시가 되니 부부가 같이 와서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매장이 많으니 이들 노부부에게는 돌아가면서 유리창을 닦는 일도 한 나절 일거리일 것이다. 유리창 닦고 마당 쓰는 일만으로도 사업을 이 정도로 일군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매장에 사명의 울타리가 단단히 둘러져 있고 CEO는 업의 울타리를 보수해가며 종업원들이 성숙한 어른으로 업의 명령에 따라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은 매장에 사명의 울타리를 둘러 종업원이 어디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경영진과 종업원 사이에 이 베이글 점과 같은 심리적 계약이 실행된다면 경영진은 종업원이 일을 열심히 하는지를 감시하고 감독하는데 드는 관리비용이 사라진다. R&A 경영의 목적은 관리비용을 제로로 만들고 여기서 저축한 비용을 업을 세우는 일에 투자해 여기서 얻어진 과실을 종업원과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관리비용을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회사를 관리자가 없는 수평조직으로 만드는 비결이기도 하다. 업에 대한 심리적 계약이 없어서 관리비용이 놓은 회사가 아무리 서로를 님으로 부르게 하거나 자율복장, 자율 출퇴근제를 강요해도 수평조직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거나 다른 회사로 직원을 뺴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과도하게 임금을 올려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없다. 심리적 계약을 실현함을 통해 신나게 일하는 체험을 제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영방식이 있는데 이런 경영을 못해 과도하게 임금과 복지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것은 경영자가 회사의 재무적 자원에 대해 배임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엉뚱한 곳에서 매를 맞고 와서(신나게 일하는 체험을 제공하지 못함) 엉뚱하게 분풀이 하는 경영(복지와 연봉이라는 돈쭐로 혼을 내주는)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자의 자질은 회사와 종업원에 대해 Why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대한 답으로 고차원의 심리적 계약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여 얻어진 더 나은 재무적 성과를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Why가 앞에서 드라이버가 되어 이끌고 공정한 보상은 뒤에서 밀어주는 강화제로 사용한다. 대부분의 회사가 종업원을 직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앞에서 이끄는 드라이버도 재무적 성과이고 뒤에서 밀어주는 것도 돈으로 생각해서 종업원을 시지포스 돌굴리기라는 강제노동에 동원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경영을 돈놓고 돈먹기 게임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Why가 이끌고 공정한 보상이 뒤에서 밀어주는 원칙에 따라 종업원이 일하는 회사는 다른 경쟁사보다 재무적 성과가 월등하게 높다. 회사는 재무적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해서 종업원과 고객에게 돌려준다. 이런 시대적 심리적 계약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다른 회사보다 현금이 있다는 구실로 직원들이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이직율이 높아지면 현금과 복지로 문제를 쉽게 해결을 시도하는 경영자들은 새초뷰카 시대 경영자로서 R&A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역설적이지만 임금과 복지로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과도한 인플레를 주도해 국가경제에 주름을 만든 장본인 셈이다.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랄 해저드로 국가의 번성에 해를 끼치는 요주의 경영자다.
이런 경영자들은 재무적 관점에 취해 종업원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고용된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사의 생존을 넘어 자신의 고유성을 찾아 번성을 갈구하는 인간이기도 한 관점을 놓친 사람이다.
지금도 제빵사들은 천막농성장으로 내몰고 있는 파리바켓트와 SPC 경영진에게 이곳을 반드시 방문해보라고 권면해보고 싶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시대는 경영자에게 직책과 책임을 넘어서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역할과 책무를 경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글 집의 사장님처럼 유리창 닦는 일만해도 종업원과 고객에게 엄청난 재무적 비재무적 과실을 돌려줄 수 있는 경영자가 최고수준의 Authentic 경영자다.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