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답 없는 세상에서 리더로 살아가기>를 출간한 임창현 박사를 모시고 진성피컬 프랙티쿰(리더 세르파 김웅배)을 진행했다. 임창현 박사는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졸업 도반이고 진성피컬프랙티쿰의 멤버다. 오랫동안 Assessment와 Deep change 관련된 일을 해왔다.

임창현 Changhyun Im 박사가 최근 연구해온 주제는 "리더포비아"다. 리더포비아란 리더로 보임 되는 두려움과 실제로 리더로 보임되었을 때 경험하는 공포감이다.

임창현 박사는 동료의 눈 밖에서 나가며 혼자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볼 때 동료들은 "너는 나중에 팀장이나 되라"고 농담한다고 했다. 지금 시대 팀장은 조소 대상이자 기피 대상 1순위다. 나도 졸업생들로부터 "너는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아서 임원이나 되라"라는 이야기를 동료가 동료를 폄하할 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리더포비아가 현실이다. 지금 시대 팀장이나 임원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에서 실소와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길을 선도해야 할 리더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상황이 오랫동안 방치된 것이 리더포비아를 만든 것이다.

팀장이 리더포비아로 고생하는 이유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초뷰카 시대 때문이다. 상황은 매일 변화하고 있음에도 팀장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한 뉴노멀이 생성되지 않아서 팀장이 맨땅에 헤딩하며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길을 잃고 주저 앉는 운명이다. 또한 경기가 어려워져 옛날만큼 권한과 자원을 주는 것도 아닌데 길 잃은 팀장이 한 실책에 대해서 조직은 꼬박꼬박 책임을 묻는 것도 리더포비아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또한 코칭이 퍼트린 공감적 경청에 대한 압력도 리더포비아에 기여하는 한 요인이다. 길을 잃고 헤매다 가시 덤풀에 찔려 자신도 피 흘리고 있는데 팀장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경청하라는 요구는 자신의 상처를 더 덧나게 하는 감정노동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정답이 없는 세상에 리더로 살아가기> 책을 보면 리더 포비아 현상을 관통하는 많은 인사이트가 데이터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책은 비즈니스와 일의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구성원의 변화 속에서 리더들이 직면하게 되는 14개의 길 잃음 상황을 크리티컬 모먼트로 제시한다. 또한 책은 이런 길 잃음 상황에 대응한 나름의 솔루션도 제시하고 있다. 팀장의 리더십은 불확실성 속에서 이런 솔루션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규정된다.

지금과 같은 변화와 위기가 상수가 되었지만 거기에 맞춘 뉴노멀이 등장하지 않는 초뷰카 시대에 팀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초고속으로 운전하는 경험과 비슷하다. 고갯길을 운전할 때 운전수는 멀미를 느끼지 않지만 조수는 심한 멀미를 느낀다. 심지어 편하게 여행하기 위해 뒤 좌석에 물러 앉은 사람은 멀미의 쓰나미를 경험한다. 어떤 험한 고갯길이어도 운전수가 멀미를 느끼지 않는 이유는 고갯길이라는 맥락(context)에 맞는 지도를 운전과 동시에 그려내기 때문이다. 맥락(Context)는 운전해서 가야 할 길에 대한 Text와 지금까지 운전해온 길에 대한 Text가 지금 운전하고 있는 현재 모멘트에 접속되어 운전과 동시에 지도로 제시될 때 드러난다. 운전수는 이런 맥락을 통해 지도를 그려내고 운전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한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나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이런 맥락의 지도를 그려내지 못한다. 자신의 가고 있는 차의 바퀴가 맥락이라는 땅에 붙어서 운전하는 것이 아닌 마치 허공을 떠 다니는 체험을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리더로서의 운전대를 포기하는 것은 자신을 멀미의 쓰나미로 몰아 넣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리더가 의도하지 않은 자기학대다.

리더는 미래와 과거를 현재로 가져와 지금 이 순간을 관통하는 맥락의 지도를 수시로 그려내는 사람이다. 길 잃음이 상수인 초뷰카 시대 뛰어난 리더는 길을 잃었을 때마다 길 잃었음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구성원들과 협업으로 맥락에 맞는 해상도 높은 지도를 그려낸다. 또한 이렇게 파악한 지도를 장착한 네비게이션을 조직과 다른 구성원에게 제공한다. 이 네비게이션에 따라 구성원들이 일을 처리하면 최적의 알고리즘과 루틴이 생기고 이것들이 누적되어 최적화된 시스템이 생긴다.

리더의 역할은 환경에 피드백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환경이 바뀌면 리더는 시스템에 이입된 노이즈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개입하고 시스템을 공진화 시킨다. 리더도 자신이 그려내는 지도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서 구성원들을 코칭하여 이들의 조언을 얻지만 리더에게 코칭은 하나의 스킬일 뿐이다. 리더는 코치와 다르게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스템에 이입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시스템을 공진화시키고 공진화된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한 번성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코치와 달리 리더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공진화 시켜 조직의 성과와 혁신에 직접 개입해 근원적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시스템을 공진화 시켜 리더가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변화도 물 건너간 일이 된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 스킬을 장착해도 약속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리더의 효과성은 제로다. 리더로서의 존재이유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임창현 박사의 이번 세미나와 <정답 없는 세상에 팀장으로 살아가기> 책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에게 리더로서의 1인분의 역할을 넘어서도록 조언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1인분의 책임과 역할도 있지만 리더가 1인분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의 맥락에 맞게 팀의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행복은 고사하고 최소한 구성원을 멀미하지 않게 만드는 비결을 크리티컬 모멘트로 설명하고 있다. 변한 세상의 맥락에 맞는 팀장 역할은 팀장이 운전하는 차가 맥락의 땅이 아니라 공중을 헤매게 하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팀장이 운행하는 차는 뜬 구름 잡는 미래나 잊혀진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맥락의 땅을 딛고 운행할 때만 과거를 딛고 실제 미래를 향해서 나아간다. 팀이라는 차를 제대로 운행해서 먼저 만난 미래에 대한 체험이 리더포비아를 해결해주는 비밀이다. 행복은 따라가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먼저 본 미래를 체험할 수 있을 때 따라온다. 리더가 멀미를 극복해 궁극적으로 리더 포비아를 극복할 수 있을 때 리더십의 새로운 미래 지평이 열린다. 이런 팀이 가동되어 질 때 구성원의 성장과 행복은 저절로 따라온다.

임창현 박사의 책은 길을 잃고 멀미 때문에 운전대를 놓고 있는 팀장급 리더들이 필독서로 읽었으면 한다. 초뷰카 시대 리더십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임창현 박사를 퍼실리테이터로 모시고 원데이 워크샵을 진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