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공화국 일본의 명성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토요타, 혼다, 스스키, 마쓰다, 야마하 등 일본 자동차 업계가 품질 인증에 부정 공모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상당 기간 동안 데이터를 조작해 자동차 품질 인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시작은 토요타다. 토요타의 자회사 다이하쓰 공업이다. 이 회사는 2023년 12월 에어백 충돌 테스트에 허위 데이터를 사용하다가 적발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국토 교통성이 전수조사에 나서자 이런 인증 부정이 토요타 뿐 아니라 혼다, 스즈키, 마쓰다, 야마하의 38개 차종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인증에서의 품질 부정은 자동차 산업에 만연하고 있고 이들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서로 묵인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소비자에게 고통도 주고 약도 주는 처방인 대량 리콜이 예정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의 업이 모빌리티로 옮겨가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전통적 선도기업들이 업의 전환을 선도하고 정당화 시킬 수 있는 존재목적을 공진화 시키지 못했다. 오랫동안 목적의 진공 상태를 유지해왔던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의 업이 모빌리티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자동차 기업들이 새로운 업의 전개에 맞는 존재목적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불경기를 이기기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서게 되고 생존을 위해 불가능한 이윤 목표가 제시되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품이 저가 품질의 제품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데이터 조작으로 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미다 발각된 것이다. 얼마 전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연비 조작 사건의 재연이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은 먼 과거 뿐 아니라 가까운 과거의 사건도 잊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도 신자유주의의가 붕괴되는 조짐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과 경쟁을 통해 무한 성장할 수 있다는 전제를 통해 세워진 신자유주의는 경기가 지금처럼 L자 불경기로 전환되면 필연적으로 우로보러스 현상을 초래한다. 우로보러스란 뱀을 오랫동안 굶기면 뱀은 환각에 빠져 자신의 꼬리를 먹어가며 생존을 유지하다가 결국 죽는 현상이다. 높은 재무적 성과를 끌개(Attractor)로 삼고 재무적 보상을 밀개(Reinforcer)로 삼는 신자유주의의가 주창하는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재무 순환론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자신의 살을 파 먹다가 결국 무너지는 비극의 주인공을 양산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사건에 대해 "인증 부정이 일본 차 신뢰에 상처를 줬다"며 "품질을 무기로 세계에서 사업을 확대한 일본 차에 동요가 일고 있다"고 논평했다.
모빌러티 산업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천금의 기회이지만 대한민국이 낙관적 미래를 예언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하청업체들을 가격 경쟁시키고 이들의 이윤을 쥐어 짜서 대기업이 이윤이 만들어지는 이윤창출 구조자체가 우로보러스 비극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면 하청 업체가 먼저 도산하겠지만 자연히 이들을 딛고 있는 원청도 무너지게 되어 있다.
니체는 누구나 존재 목적을 상실하면 살아남는 것이 목적으로 전치되고 살아 남기 위해 다양한 미친 짓을 정상적인 짓인 양 몰입하기 시작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변화와 혼돈의 쓰나미 시대인 초뷰카시대 존재이유를 상실한 길 잃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우로보러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사실 오래 전부터 우로보러스에 발을 담가와서 지금은 무너지기 직전으로 보이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을 움직이는 신자유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근원적 반성과 전환이 없다면 기업 도산으로 대한민국이 쓰러지는 비극도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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