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胡蝶之夢)은 장자(莊子) 내편의 제물론(齊物論)에 등장하는 우화다. 흔히 나비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장자가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꾼다. 꿈속에서 장자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꽃에서 꽃으로 옮겨가며 향긋한 꿀을 빨아먹고, 세상 모든 걱정과 고민을 잊고 행복하게 지낸다. 잠에서 깨어난 장자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과연 자신은 꿈에서 나비가 된 사람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호접몽은 초윌을 체험할 때는 현실과 꿈,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을 설명하는 은유다. 꿈 속에서 장자가 느꼈던 행복과 자유는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꿈과 현실의 구분이 불분명한 디지털 의식 세계의 경험으로 해석 하기도 한다.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호접몽을 통해 장자가 제시하려는 논지는 경계의 초월을 통한 온전한 주인됨이다. 주체가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경계의 초월이라는 변태과정을 거쳐야됨을 설명한다. 주체가 경계를 초월하며 자신의 몸, 마음, 정신의 주인됨을 성취할 때 온전한 자유의 체험인 물아일체(物我一體)에 도달한다. 물아일체는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라는 의미다.

꿈 속에서 장자는 사람 몸이라는 경계를 탈피하고 마음의 경계도 탈피하고 의식의 경계도 탈피하는 변태에 성공했을 때 비로소 나비가 되어 자유를 구가할 수 있었다. 탈피는 경계의 껍질을 벗는 행위다. 우리가 나비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살면 살수록 경계 속에 경계를 만들어 자신을 가두고 경계 밖의 세상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계 밖의 세상이 변화하면 자신을 보호했던 안전지대로서 경계는 더욱 고착화되고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외부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방호, 자기변호, 자기변명, 꼬리자르기, 내노남불이 가세하기 시작하면 경계 안에 경계를 만들어 탈출이 불가능한 견고한 성을 만든다.

애벌레가 누에가 되고 다시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나비로 변태하여 자유의 종착역에 이르려면 누에고치라는 집이 필요하지만 이 집이 자기방호와 자기기만 자기학대 자기착취로 두꺼워지면 번데기는 누에고치를 뚫지 못하고 사산된다.

아마 장자의 호접몽도 장자 스스로가 번데기 상태에서 나비로 변태하는 비몽사몽 시점에 꾸었을 것으로 보인다.

세상과 소통하는 경계는 자신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주체의 집이지만 자기변명과 자기방호로 두꺼워진 경계는 집을 노에들의 감옥으로 바꾸고 결국 여기서 삶을 종결하는 운명을 선사한다.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N번의 경계를 벗어나는 변태 즉 되어감의 체험이다. 진정 나비가 될 수 있는지는 죽음에 직면해서야 판명된다. 죽는 순간에 호접몽이 더 이상 꿈이 아님을 각성하는 사람들만 "비로소(始)" 진정한 주인됨의 자유를 체험한다.

오늘은 찐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꿈을 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