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한 오래된 언명인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의 뜻은 그 맥락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델피 신전에 새겨진 8번째 속담으로 <네 자신을 알라>는 맥락 상 <네 분수를 알고 제대로 처신해라>라는 의미로 들린다. 요즈음 말로 현타 혹은 겸손을 강조하는 꼰대의 이야기로 들린다.

꼰대가 되기를 거부했던 소크라테스가 그 당시 젊은이들을 모아 놓고 했던 <네 자신을 알라>는 델피 신전에 새겨진 속담과 의미가 다르다. 겸손이라는 미덕으로 억누르는 삶에 대한 주문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남이 설정한 규범적 이야기에 휘둘려가며 삼인칭 객체의 정체성에 갇히지 말고 일인칭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라고 젊은이들에게 주문한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일인칭 정체성에 대한 주문은 데카르트의 고키토를 거쳐 하이데거와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자들과 윤리적 주체를 설파한 푸코에 의해 계승되었다. 진성리더십의 자기 정체성은 이런 철학자들이 전통을 이어받아 자기이해, 자기규제, 자기긍휼이라는 세 가지 원리로 정착시켰다.

진성리더십에서 정체성 탐구의 여정의 시작되는 지점은 자기긍휼이다. 진성리더들은 자신에게 부가된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지난한 고통 속에서 자신이 꼭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 지에 대한 질문이다. 정체성 여정은 살아야만 하는 이유인 자기이해로 이어지고 이렇게 드러난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이 자기규제다. 자기이해가 정체성의 머리라면 자기규제는 몸통이다.

진성리더들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자신에 대한 긍휼에서 시작한다. 자기긍휼이 없는 리더의 정체성은 아무리 화려해도 유사 정체성이다. 유사 정체성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복권의 자기편애에 빠진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자기긍휼이란 핍박 받고 숨겨져 유령처럼 살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인 성인아이가 겪는 고통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행위다. 자기긍휼을 깨달은 사람들만 다른 사람들이 미운오리로 치부하는 숨겨진 자신을 황금알을 낳는 백조로 키우는 용기를 발휘한다.

성인아이 혹은 미운 오리새끼는 유전자 복권으로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는 자아의 그늘 속에서 세상의 문제를 풀지 못한 모든 잘못에 대해 덤탱이를 씌워가며 숨어 사는 자신을 비유한다. 이 성인아이 혹은 미운 오리새끼를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온전하게 사랑하는 것이 자기긍휼이다. 자기긍휼로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만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자신을 일으켜 세워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 여정을 시작한다. 유전자 복권의 편애에 빠진 사람들은 부모가 물려준 것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는 짝퉁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을 긍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자신의 분수에 갇혀 자신을 다른 주인공의 조연 배우나 노예로 세우는 일에 익숙해진다. 자신을 긍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일인칭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철저하게 삼인칭 객체로 사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긍휼이 없다면 자신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워지지도 못하고 결국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아픔조차 사랑하는 자기긍휼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삶의 주인공이자 주체로 내세우려는 용기를 얻는다. 이들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공으로서의 내러티브를 작가가 되어서 만들어 간다. 진성리더는 자신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이 목적을 거울이자 지도로 이용해 자기성찰과 자기이해에 도달한다.

진성리더의 자기 정체성은 자기규율로 완성된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각성하는 것과 이것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진성리더의 자기규제는 자신의 스토리를 자신의 삶으로 내재화 시켜 삶속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 스토리는 자신과의 언약인데 이 언약을 실현시켜 이 언약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자신이 약속한 진실을 실현시켜 진실을 직면함으로서 느끼는 완벽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자기 규제라는 근육 때문이다. 자기규제의 근력이 마련되지 못한 정체성은 내용이 없는 속빈 강정의 정체성이다.

진성리더는 자기긍휼, 자기이해, 자기규율로 자신의 온전한 정체성을 완성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한 진성리더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도 자기긍휼과 자기이해와 자기규제를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한 온전한 인간으로 되어감을 돕는다. 진성리더는 더 큰 공동의 목적을 세워 자아실현이라는 영토를 뛰어넘어 타아실현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긍휼, 자기이해, 자기규제라는 정체성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자신의 존재목적을 긍휼로 사랑해 키워낸 품성의 나무다. 이 품성의 나무를 키워내는 과정은 여정이다. 사람들은 이 품성의 나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진실을 증명한다.

정체성이란 미운 오리 새끼를 황금알을 낳은 백조와 거위로 키우는 여정이다. 자기긍휼이 없다면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로 키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평생 숨겨야 할 부끄러운 자신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