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국회 입법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공인들이 집단으로 등장해 국가를 뒤집어 놓고 있다. 이종섭 전국방부 장관, 신범식 전국방부차관, 임성근 사단장이 그 장본인이다.

거부이유는 이번 입법 청문회에서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상 보장된 근거에 따라 증인 선서를 거부하겠습니다.” (이종섭), “청문회 발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선서는 하지 않고….”(신범철), “특검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그릇된 사실관계와 논리 판단으로 공소 제기를 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임성근)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에서 공인들의 담론을 파레시아 (παρρησία)라고 불렀다. 파레시아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공인들이 공익을 대변해 진실에 입각해 용기 있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었다.

그리스 민주주의 뿌리였던 파레시아의 정신은 현대에 들어와서 재판이나 청문회에서의 선서로 정착되었다. 선서 속에 포함된 파레시아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용기 있게 진실을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이다. 진실을 말함으로써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이다.

둘째, 진실에 대해 말함을 통해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셋째, 시민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공인을 넘어서 진실을 수호하는 의무를 다 하겠다는 뜻이다.

넷째, 권력 남용이나 부정 부패를 고발함을 통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선서는 그냥 선서가 아닌 파레시아 선서라는 엄중한 뜻이 담겨 있다.

일반시민도 아닌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던 장성들이 파레시아 선서를 거부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자신의 생존이 충돌할 때 자신의 생존을 더 우선적으로 지키겠다는 의사표명이다. 선서거부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진성리더의 책무를 연기해왔던 유사리더였음에 대한 커밍아웃이다. 대한민국은 이런 사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유사리더에게 국가의 안위를 위한 공직을 맡긴 근거없는 나라였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파레시아를 말하고 있는 박정훈 대령은 이런 근거없는 나라와 수많은 공복들에게 위증의 잠재적 범죄자를 만들어낸 정점에는 파레시아를 거부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파레시아를 말하지 않아 근거가 사라지고 믿을 수 없는 나라가 된 국가의 재난은 예견된 일이다. 국가가 하는 일을 믿고 따르는 심리적 울타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증언거부 사건을 통해 박정훈 대령이 항명수괴가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파레시아 선서를 거부하도록 교사하고 있는 주범이 따로 있음이 밝혀진 셈이다. 이 주범이 국민의 명령인 파레시아를 거부하는 항명수괴라는 것이 폭로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