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성품, 성격, 인격의 쓰임새를 오해하고 있다.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비슷한 용어가 정확한 의미가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어서 사용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격, 인격, 품성 등은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들이다. 성격은 영어의 personality에 해당하고 성품은 영어로 character이다. 품성의 실제 잔고를 의미하는 용어는 인격(Personal Integrity)이다.
성격
personality 은 가치중립적 용어이다. 미네소타 대학의 일란성 쌍동이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된 성격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성격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50% 양육되는 부분이 50% 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성격은 주로 청소년기까지 완성되는데 이때까지 양육을 책임지는 대부분의 역할이 부모이다. 따라서 비슷한 유전자의 부모가 가진 성격이 그대로 양육 나머지 50% 부분에도 전수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 성격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처럼 보인다. 성격의 내용은 다 부모에 의해서 채워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적 연구결과는 타고난 부분 50% 양육된 부분 50%이다. 타고난 50%는 절대로 고칠 수 없지만 부모가 양육시킨 나머지 부분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다시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모의 양육에 의해서 채워진 50%는 부모와 독립해서 삶을 살게 될 때 자신의 삶의 가치관이나 삶의 존재이유, 철학, 정체성에 의해서 다시 주체적으로 바꿔질 수 있다. 성품 character란 부모가 양육시킨 부분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바꿔서 만들어냈을 때를 지칭한다. 성품이란 자신이 채워 넣을 수 있는 50%의 부분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채워 넣은 경우를 말한다. 자신이 만든 자신만의 성품이다. 좋은 인성의 부모에 의해서 길들여졌다 하더라도 자신의 철학, 가치관, 목적 등이 자신의 삶에 내재화되어 자신의 믿음으로 공고해지지 못했다면 좋은 성격은 있어도 성품은 없는 것이다. 성품은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삶의 목적에 의해서 스스로 내용이 만들어진 인성의 부분을 지칭한다. 좋은 인성은 좋은 토양일 뿐이다. 품성은 이 좋은 인성의 토양에 목적과 철학의 씨앗이 뿌려져서 자신만의 고유한 나무를 키웠는지의 문제다. 품성은 이 과일나무가 산출하는 꽃의 향기라면 인격은 이 과일나무가 생산한 과일이 썩은 과일이 아니라 믿을 만한 과일인지의 문제다.
좋은 철학, 목적, 가치관 등을 말로는 할 수 있어도 이것을 내재화하여 믿음으로 공고하게 만드는데 실패해서 행동이나 태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없을 때 성품은 분절된다. 성품이 온전하게 길러져서 말과 행동이 같아진 정도가 인격(Personal Integrity)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유는 성품의 과일나무가 좋은 인격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 부끄럼 없이 카르텔을 결성하거나 정치행위를 통해 남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문제가 되는 강압적 리더십을 통해 구성원에게 불신을 만드는 리더는 인격이 없는 리더다. 인격은 자신의 품성과 인성이 통합되어 흠집이 없는 다이아몬드가 된 정도다. 자신의 품성의 나무가 길러낸 사과가 썩은 사과가 아닌 정도가 인격이다. 인격은 품성의 잔고이다. 인격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좋아 보이는 성품은 포장이거나 연기에 불과하다.
리더가 함축한 사람됨의 크기는 성품과 인격을 만들어내는 밀알인 내재화한 철학이나 내재화한 삶의 목적의 크기이다. 이 철학이나 삶의 목적이 내재화되었다는 것은 이것이 믿음으로 체화되었다는 것이다. 믿음으로 체화된 목적은 삶의 국면 국면에 파고들어 이 사람의 존재감을 형성한다. 리더의 존재감의 원천은 결국 성품과 인격의 문제일 것이다.
인격과 성품을 가지지 못한 리더가 장악한 조직은 한 가운데 큰 쓰레기 하치장 하나를 유치하고 있는 격이다. 리더가 좋은 성품과 인격을 가지고 있을 때 조직의 한 가운데에는 산소가 펑펑 품어져 나오는 숲을 가진 셈이다. 이 숲은 구성원들을 활기차게 할 뿐 아니라 좋은 인재와 사회적 자본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좋은 리더를 고르는데 능력과 전문성은 상수이다.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능력을 가졌다면 좋은 리더의 충분조건은 리더의 성품과 인격이다. 이런 성품과 인격이 집단적 전염을 일으켜 분위기와 문화를 만든다. 문화와 인격에 관한 ASA(Attraction-Selection-Attrition) 이론이 지적하듯 품격 있는 조직 문화의 씨앗은 리더의 성품과 인격에 의해 결정된다.
산업화 시대 리더를 뽑는 것도 아닌데 리더십의 필요충분조건을 능력과 전문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지금 시대는 능력과 전문성은 로봇이나 AGI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성품이나 인격이 전문성과 능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게 만들어주는 지를 결정한다. 리더가 인격과 품성이 떨어질 때 구성원들은 리더의 의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에 시달린다. 리더의 인격이 떨어질 때 구성원은 리더를 못 믿고 리더의 의도를 면밀히 감시한다. 리더는 항상 자신이 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을 보라고 주장하지만 구성원은 항상 손가락만 본다. 방향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가 장악한 조직과 사회는 영원히 불확실성을 벗어날 수 없다. 시대적 맥락에 맞지 않은 리더를 뽑은 죗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