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는 중국 소설가 위화의 소설 제목이다. 이 소설에서 소년 위화는 태양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날이 언제인가를 놓고 친구와 1년 가까이 논쟁을 벌였다. 이 지루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 위화는 문화혁명 당시 사람들에게 정치가이자 선동가인 모택동의 이야기는 믿지 않아도 이 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던 사람인 루신을 인용했다. 루신도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인용한 것이다. 친구는 루신도 똑 같이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날부터 위화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루신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큐장전과 광인일기의 저자이다.
시대적 맥락이 우리가 논의하기를 꺼려하는 문화혁명 당시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말로 전해지는 스토리는 물리적 공간을 그냥 통과하면 되는 빛과는 달리 사람의 마음을 통과해야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잘 살려 표현한 제목이다. 진실한 스토리는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마음의 공간을 통과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 속으로 100년 만년 멀리 전달된다. 우리는 텅 빈 공간을 통과하는 빛과는 달리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 만든 마음 공간을 통과하는 스토리를 통해 역사와 유산과 문명을 만들어 왔다.
빛의 공간과 달리 마음의 공간에서는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이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지에 따라 영향력을 획득한다. 마음 공간에서는 울림을 창출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이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데시빌을 높여가며 크게 소리칠 필요도 없다. 울림을 창출할 수 있는 스토리는 필요한 사람들 마음과 마음으로 거쳐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용하게 전달된다.
간디도 삶을 다 분해해보면 마음 공간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스토리 만 남는다고 규정한다. 각자의 스토리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지에 따라 울림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삶에 진실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소리 높여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설파했다. 스토리가 일으키는 메시지의 파장에 따라 같은 톤으로 이야기 했음에도 어떤 스토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리 소리로 또 다른 스토리는 나팔 소리로 들릴 수 있음을 깨우쳐주었다. 문제는 삶의 진실된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이 발화자가 되어 나팔소리 수준으로 질러대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시끄러운 소음공해이거나 피리소리일 뿐이다. 종편방송이 대표적이다.
나의 경우도 학생들에게 평소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면 조용한 톤으로 말하는 편이지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목소리 데시빌을 높이는 실수를 자주 범한다. 목소리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안에 메시지가 담기지 못했음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하는 실수다.
간디가 영연방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펼치기 위해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여행하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순회 중 식량과 여비가 떨어져서 거리의 낭인으로 전락할 처지에 몰렸다. 수행원들의 걱정은 태산인데 간디는 무사 태평이다. 간디 일행의 소문을 듣고 독지가가 멀리서 찾아와서 간디 일행을 구해냈다. 이 귀인이 임무를 완수하고 간디 일행을 떠나기 전 간디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나타날 것을 알았나요? 간디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하지만 간디는 귀인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사욕을 챙기는 일도 아니고 영연방의 압제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일인데 간디가 거지가 되어 이 일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고 답한다.
간디는 삶의 스토리를 통해 귀인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된 스토리는 빛과 달리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통해 전달되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한다. 간디처럼 울림이 있는 비전을 담은 스토리대로 살고 있다면 이 비전의 스토리는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는 자석과 같은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이 스토리의 담화자가 간디나 루신과 같은 인품까지 갖춘 사람이라면 이 스토리의 진실성에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인품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목소리의 톤을 구성한다. 반대로 양치기 소년처럼 매일 매일이 거짓과 꾸밈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투과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리더가 전달하는 스토리의 울림은 리더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각성사건과 고난사건을 통해 경험한 N번의 부활이 만들어낸 나이테의 울림판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100살까지 천수를 누리고 살았어도 태어난 후 한번도 자기부활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울림판은 없다. 일련의 부활 사건이 만들어낸 조밀한 울림판을 가진 리더의 이야기는 강력한 진동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 마음에 선한 영향력이라는 울림을 만든다.
우리는 자기 부활에 관한 플롯 상자를 가지고 있다. 삶의 어떤 플롯 상자로 구성되어 있는 지에 따라 이 진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고 하고 신선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진부한 이야기는 메신저의 울림판을 울리지 못하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못한다.
진실된 스토리를 잃은 사람이 아무리 외모를 멋지게 꾸미고 명품백으로 치장하고 연출된 사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전파하려고 시도해도 반드시 실패한다. 진정성을 잃었다는 것은 생명을 잃은 것이다. 자신과 주변에게 살아 있는 생명으로 아무런 파장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외침은 죽음의 골자기에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