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3-07 08:06
[N.Learning] 국가가 나설수록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4,424  

국가가 나설수록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태극기와 촛불의 대립

미국과 같은 나라의 경우는 미국시민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미국 국민이라는 이름이 부자연스럽다. 한국은 반대이다. 한국국민이라고 이야기하면 자연스럽지만 한국시민이라고 주장한다면 껄끄럽다. 우리에게 애국을 강요해왔던 국가는 항상 존재해왔지만 국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수록 자율성이 요구되는 시민사회는 그만큼 성숙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맞물려서 촛불을 들고 나서는 사람들과 태극기를 들고 나서는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고 있다. 이 두 집단에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데 이들이 대변하는 실체는 다르다. 태극기를 들고 나서는 사람들은 국가의 정체성이 핵심이다. 반면 촛불을 들고 나서는 사람들은 국가이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서지만 미국 시민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성조기를 들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국가와 시민사회 중 누구의 편일까?

당연히 어떤 체제가 더 다양성을 존중해가며 우리의 삶을 미래지향적으로 공진화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국가는 시민들의 일상적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질적 장면에서는 다 추상적인 대상일 뿐이다.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할 경우 개인주의적으로 경도되던지 국가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너무 개인주의적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국가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삼켜버리는 전체주의로 흐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이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삶의 기반으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성숙한 시민들은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넘어서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개인들에게 폭압을 가할 때는 나서서 항거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주주의는 시민사회가 국가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성숙한 시민사회는 국가와 개인들을 중재시켜가며 민주주의를 이끄는 실질적 힘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국가의 힘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일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앞서는 국력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체제에 의해서 국민들만 길러졌던 중국 국민들이 미국시민들보다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성조기 세력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계시민들이 미국시민들을 존경하는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이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작동되지 못하는 곳에 항상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국가의 압제가 들어서던지 이기적 개인주의가 판치게 된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더 이코노미스트> 가 최근 발표한 ‘2016년도 민주주의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167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분석했다. 한국은 같은 발표에서 2012년 8.13점, 2013년 8.06점, 2014년 8.06점 등을 유지하며 ‘온전한 민주주의’ 국가 등급을 받았지만, 2015년 7.97점으로 추락하면서 처음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2016년도에는 7.92점으로 더욱 하락했다.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동원해 국가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면 할수록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후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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