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기업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을 넘어서서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사회의 문제를 같이 풀어 나가도록 요구받고 있다. 알고보면 기업은 사회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역량은 있어도 이익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혁신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회가 초연결사회로 편입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이윤도 결국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정도와 연동된다는 것을 깨달기 시작했다. 이 원리를 먼저 깨달은 리더기업들이 사회적 혁신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모든 혁신의 뿌리는 결국 사회적 혁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초일류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깨달기 시작한 것이다. 요즈음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공유가치 (CSV)에 대한 논의도 사회적 혁신에 관한 논의의 일부일 뿐이다.
사회적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어떤 기업들일까? 이들은 어떻게 사회적 혁신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인간이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는 인간들에게 내재한 고통을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결과이다. 기업들은 돈이 되는 부유한 사람들의 고통만 골라서 해결해주었지만 일반사람들의 숨겨진 고통은 사회의 문제로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기업에서의 큰 혁신의 뿌리도 추적해보면 돈이 안 되는 평범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고통에 대한 이해에서 발원되었지만 기업들이 이 메카니즘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고통은 오랫동안 돌보지 않으면 곪아서 문제로 터진다. 사람들은 고통이 곪아터져서 문제로 발현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외면한 고통만큼이나 문제의 해결수준은 이 문제가 터진 것의 원인을 파악하기 보다는 이 문제가 곪아터져서 구더기가 생긴 것에다 거적을 덮어놓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고통의 원인인 뿌리의 수준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수준에서 고식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거적을 덮어논 문제가 더 곪아서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경우에 사람들은 비로소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질문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따지고 보면 숨겨진 고통도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고통이 생기게 된 뿌리가 문제의 원인인 것이다. 지금 현안으로 보이는 모든 문제는 이 고통의 뿌리에서 시작해서 발현된 것이다.
사회적 혁신을 일으키는 리더들은 이 문제의 근원인 고통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고통의 뿌리를 볼 수 없다면 사회적 혁신이란 고식적 처방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혁신가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것을 행위의 수준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성향인 긍휼감 compassion 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리더에게 긍휼감이 없다면 문제의 본질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로 긍휼감이 있는 지도자를 세우자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저절로 해결된 경험을 하고 있다. 그간 선거 때만 되면 서민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재래시장을 찾았던 정치인들도 따지고 보면 서민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감추기 위한 코스프레에 집중했던 것이다. 이번에 퇴출된 서민출신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의 고통이 무엇인지 조차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을 개연성이 높다. 문제의 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처방이란 다 추상적이고 뜬 구름잡는 허망한 해결책으로 종결된다.
요즈음 사회적 혁신의 방법으로 디자인 사고가 각광받는 이유는 문제의 근원을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서 시작하고 이 인간들이 가진 고통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때문이다. 디자인 사고의 핵심은 디자이너들이 주장하듯이 정서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인 공감 empathy가 아니라 숨겨진 고통을 찾아내 이해하고 이것을 행동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긍휼감 compassion이다.
세상은 너무 많은 문제들에 대해 거적을 덮어놓은 상태여서 리더가 긍휼감이 없다면 문제의 본질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긍휼감이 넘치는 리더를 세워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을 넘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 수 있는 근원적 문제해결능력 때문이다.
기업의 총수가 정말로 사회적 혁신을 통해 기업의 초일류적 가치를 만들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에게 고층건물의 성같은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거리를 헤메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 구본무 회장이 어디로 가시는지는 몰라도 인화원 근처에서 수행비서 없이 동네 버스를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