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앤의 <콘덴싱이 옳았다: 우리 아빠는 요>가 한국광고학회에서 주관한 ‘제 25회 올해의 광고상’ TV광고 부문 대상, ‘15회 서울영상광고제 은상’, ‘제 26회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2018 에피어워드 코리아(2018 Effie Award Korea)’ 가구 및 인테리어 부문 금상과 브랜드 재활성화 부문 은상 등 광고상을 휩쓸고 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이 <우리 아빠는 콘덴싱 만들어요>라는 대사가 다양하게 패러디 될 정도로 콘덴싱보일러의 광고 인지효과는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매스컴 광고는 회사가 정한 내용을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밥을 떠 먹여주듯이 억지로 떠 먹여주는 형태여서 지금처럼 소통이 민주화된 시대와는 역행하고 결국 점점 영향력이 사라져가는 추세이다. 미국에서도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던 매스컴이나 신문들이 사라져가는 추세가 이런 경향을 대변한다. 아무리 좋은 내러티브를 담고 있어도 이런 기업 광고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한국 회사는 경동나비앤이 마지막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의 고객에 대한 영향력은 광고가 아니라 팬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회사가 물건을 팔려는 속셈이 그대로 간파되는 매스컴 광고에 사람들이 노출되자마자 보이는 첫 반응은 짜증이다. 광고와는 달리 팬덤은 자기와 같은 입장에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체험으로 수평적 조언을 전달하는 형태다. 팬덤은 내부고객인 종업원에게서 시작된다. 종업원 팬덤을 형성하지 못하는 회사가 파는 제품과 서비스는 유사제품과 유사서비스다. 어떤 회사가 내부 고객을 넘어 외부고객의 팬덤을 실현시킬 수 있는 회사인지는 종업원들이 쓴 그 기업의 평판을 조회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경동나비엔을 종업원들이 평가한 사이트를 보면 종업원은 자신 회사를 30% 정도만 자신의 친구나 친척에게 추천한다. 회사의 경영진에 대한 믿음은 45%다. 반이 넘는 종업원이 현재의 경영진이 교체되기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다른 평가항목도 일관성있게 낮다. 결론적으로 회사는 종업원들을 자신의 회사에 팬으로 만들기는 커녕 적으로 만든 것이다. 경동나비앤이 광고하는 <콘덴싱이 옳았다>는 광고매체에 돈을 주고 회사가 틀렸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이미지 세탁 Window Dressing이었다.
이미지 세탁 Window Dressing이란 회사가 나쁜 짓 많이하고 그 죄를 씼기 위해 준법감시기구를 만들던지 수재의연금/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많이 내는 행동하고 다르지 않다. 회사의 내부고객에게 비춰진 모습과 광고를 통해 회사의 외부고객에게 비춰진 모습이 분절된 진정성이 떨어지는 위장회사라는 증거다.
구글은 매체에 대한 독점을 통해 나쁜 회사를 광고로 이미지 세탁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해서 돈벌게 하는 사악한 매스컴의 영향력을 박멸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구글이 앞장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시대는 어떤 방식이든 회사의 내부진실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진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광고가 아니라 종업원들을 내부의 팬덤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종업원도 자신 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는 회사의 제품을 고객에게 광고를 통해 밀어내기 한다는 것은 사기행각이다.
내가 경동나비앤의 경영진이라면 광고에 쓰는 천문학적인 돈을 종업원을 자기 회사의 팬으로 만드는데 쓸 것이다. 이런 일 이전에 매스컴 광고가 먼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내 기우가 기우로 끝날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