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6: 조직의 성패는 대부분이 리더의 역량에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조직의 성패가 모두 리더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러 이러한 믿음은 과도한 믿음이고 심리학적 귀인의 오류에 근거한 잘 못된 믿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세상에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면 이에 대한 설명을 만들어 이해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설명이 잘못되고 잘 되고의 문제를 떠나서 설명을 가지고 있으면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고 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론을 만들어낸다. 모든 성인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들에 대해 이론들을 가지고 있다. 돈에 대한 이론, 사랑에 대한 이론, 건강에 대한 이론, 자식에 대한 이론 등등. 그러나 이와 같은 이론이 반드시 과학적 검증과정을 거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주먹구구식 검증과정을 거칠 뿐이다. 주먹구구식의 검증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론은 한 번 받아들여지면 잘 고쳐지지 않는다.
회사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왜 어떤 회사는 잘 되는 반면, 어떤 회사는 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이론을 갖기를 원한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시스템 문제도 알아야 하고 회사의 직원들의 공과도 평가해야 하고 비즈니스 상황도 판단해야 하고 학문적으로는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이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사람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든다. 모든 변수를 사람과 상황의 문제로 이원화 시키고 상황은 너무 복잡하니까 사람의 입장에서 주로 설명하는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회사의 경우에는 사람의 측면을 CEO가 대표하게 되고 모든 것을 이 사람의 공과의 입장에서 쉽게 설명한다. 즉 회사가 잘 될 경우는 리더가 잘 해서이고 회사가 안 될 경우는 리더가 잘 못해서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경향을 부추기는 것이 매스컴이다. 매스컴에서 기자들도 마찬가지로 설명하고 기사를 쓴다. 한번 매스컴에서 이와 같은 설명이 돌면 일반 개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설명에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 매스컴에서도 자신들과 똑 같이 설명했기 때문에 자신의 설명이 확실하게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설명을 메신저가 되어 확신을 가지고 전파한다. 마인들 Meidl은 이와 같은 입장을 리더십의 로망스 romance of leadership이라고 부르고 있다. 리더십을 너무 좋아 해서 모든 것을 리더 탓으로 돌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 조직이 성공하고 실패하는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리더 역할의 중요성이 다른 중요한 변수를 무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역량도 중요하고 회사의 선진 시스템과 프랙티스도 중요하고, 경영 환경도 중요하다. 리더의 역할은 이 많은 요소 중 상당히 중요한 한 요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모든 요소를 무시해가면서 모든 것을 리더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은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다. 이와 같은 과학적 입장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의 설명에 의존하는 동안 세상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되고 이 왜곡된 시각은 잘못된 의사결정에 이르게 한다.
이와 같은 리더십의 로망스에 불을 붙인 계기는 GE의 잭 웰치 Jack Welch이다. 웰치가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공룡기업을 기사회생시켜 최고의 기업으로 만든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이다. 매스컴을 이를 이용해서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로망스에 불을 붙였다. 회사를 훌륭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의 역량이 필요하고 이 리더의 화신이 잭 웰치로 기사화 시켰다. 훌륭한 기업으로 기업을 변환시키기 위해선 잭 웰치의 리더십이 모범답안이 된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결과들은 일반인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GE도 좋은 회사지만 GE와 같은 급의 회사들도 무수히 많고 이런 회사들의 리더들이 어느 정도나 잭 웰치와 같은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보고하고 있다. 놀랍게도 결과는 잭 웰치의 리더십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은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잭 웰치와 같은 카리스마도 없고 오히려 겸손하고 부드러운 옆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인 SAS의 굳나잇 Goodnight나 종업원에게 웃음을 전파하기 위해 광대역할을 나서서 자처하는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캘르허 같은 스타일의 리더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잭 웰치와 같은 리더십을 행사하는 리더는 월드 클래스 회사들에서는 실패의 지름길이 되어 왔다는 것이 밝혀져서 충격을 주고 있다.
21세기의 월드클래스 기업의 리더들은 일반 사람들의 리더에 대한 열망을 충분히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리더십에 대한 오류의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회사가 잘 될 경우에는 그 공을 종업원들에게 돌리고 대신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는 그 책임을 스스로 짊어진 사람들이 경우가 많았다. 한 회사의 성공의 많은 부분을 리더가 설명할 수 있어도 그와 같은 공과에 지나치게 빠져들 경우 세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잃어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