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 조사해보면 우리는 모르는 사마리아인보다 아는 악마를 더 선호한다(Better the devil you know).
사람들은 지금 처한 상황을 그리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새로운 상황으로 이동하는 것은 더 싫어 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성향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평소 매 맞는 아내는 항상 매를 맞는 상황은 예측할 수 있지만 매 맞는 상황을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대면하는 것은 더 불안해 한다. 결국 이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면 평생 매 맞는 가정을 탈출하지 못한다.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을 정당화 하기 위해 가정 밖에는 더 무서운 악마가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한다. 이 상상을 현실로 받아들여 탈출하지 못하도록 감옥을 세우고 자신을 가둔다.
정도의 차이지만 이런 매 맞는 아내의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어 우리가 불확실성을 감내해가며 근원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
진성리더십에서 언급하는 정신모형 I은 과거의 성공을 통해 만들어낸 현재의 지도다. 이 지도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따르게 만든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따라하게 함을 통해 삶의 다양한 시도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세상이 바뀌었을 경우다. 더 이상 과거의 성공한 방식이 작동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모형 1의 지도를 의도적으로 업데이트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정신모형 1의 지도에 갇힌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변화해서 정신모형 1의 지도가 세상과 구별되는 감옥으로 전락해도 사람들은 감옥의 창살이 세상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고 감옥을 벗어나지 못한다. 업데이트되지 못한 정신모형 1이 주는 불확실성은 비현실적임에도 사람들은 감옥에서 평생 머무는 토굴맨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의 신세는 탈출하지 못하는 매 맞고 사는 아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성향 때문에 정신모형 1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아무리 잘못된 과거라 하더라도 익숙한 과거를 선호하고 여기에서 만들어 논 행동이나 습관을 더 선호하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확실하다면 그 상황이 나빠지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입장을 고수한다. 정신모형 1의 감옥에 갇혔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과거에 대한 칭송, 변명과 덮어 씌우기, 등을 일삼는 방호기제(Defensive routines)도 현재의 확실한 감옥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몸부림이다. 방호기제는 감옥 창살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망이론(Prospect theory)로 노벨상을 받은 칸느만도 사람들은 안정적인 상황 속에서 더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신모형 1 밖의 세계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맞게 필터링 해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긍정적인 정보로 바꾸다 보면 맹목적 낙관주의자로 전락한다. 맹목적 낙관주의는 자신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어서 세상의 불행과 고통은 다른 사람을 다 거친 후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게 올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진다. 이와 같은 긍정성에 대한 낙관적 믿음은 설사 현재의 정신모형이 감옥이라 하더라도 감옥 안 불확실성이 제거된 현재 상태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현재를 지키는 일에 몰입하게 만든다.
정신모형 1은 네비게이션과 같아서 현재의 상황이 변화하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현실성이 있는 불확실성 제거의 기능을 담당한다. 문제는 미래에서 오는 불확실성의 문제다. 자신이 도달해야 할 미래에서 현재에 이르는 길에 대한 지도가 정신모형 II인데 정신모형 II를 도안하지 못한 사람들은 미래 자체를 불확실성의 대마왕으로 생각한다. 미래를 불확실성의 대마왕으로 생각할 수록 지금 있는 정신모형 1의 안정지대를 절대적 공간으로 생각해가며 정신모형 1을 사수하려고 노력한다.
미래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미래로 인도해주는 나침반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의 나침반을 가진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크게 개념하지 않는다. 미래를 여행하다 길을 잃은 상황에 도달해도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만 제대로 인정하면 나침반을 꺼내놓고 길 잃은 지점의 위도와 경도에 대한 좌표를 제대로 찍어내고 좌표를 중심으로 언제든지 다시 지도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침판을 가진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근원적 자신감(Unconditional Confidence)의 소유자가 된다. 이들은 끊임없이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실험실을 만들어내고 이 실험실에서 미래를 제대로 항해할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해낸다.
진성리더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식은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지도술사의 능력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갭 때문에 생기는 불확실성은 정신모형 1의 지도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함을 통해서 극복하고 미래와 현재 사이의 갭에서 생긴 불확실성은 정신모형 2를 통해 극복한다.
한 마디로 근원적 변화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정신적 감옥에서 자신을 구하는 행위이다. 많은 사람들은 감옥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감옥을 나가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애원하지만 변화는 결국 감옥을 탈출해서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에 근거해 자신의 신화를 찾아가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영웅적 여정이다. 변화는 익숙한 악마를 벗어나서 착한 사마리안을 찾아 나서는 행동이다. 진성리더의 근원적 변화란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 벌거벗은 채로 몸을 던져 착한 사마리언들을 찾아내 사명의 연대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공의의 운동장을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홈스테드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성향이 크다. 한국 사람이 빨리 빨리를 외치는 이유도 불확실한 시도가 확실한 결과를 망치기 전에 결과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줄을 서 있다가 버스가 오면 줄을 포기하고 버스로 달려가는 이유도 확실한 결과를 확보하기 위한 불확실성 회피 전략이다. 엘리베이터에 문 닫음 버튼이 문드러진 이유도 다른 사람들이 타는 것을 기다리다 목적층에 빨리 빨리 도달하는 것을 망치지 않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빨리 빨리"를 인용하지만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불확실성을 극심하게 싫어하는 한국인들만이 가진 병리현상이다.
대한민국이 혈연, 학연, 지연들의 카르텔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들 안에 들어가면 최소한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집단주의 국가가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의 카르텔 공화국이다. 소수의 카르텔 내집단 10%의 구성원들은 나머지 90%의 일반 국민을 적으로 생각한다. 이들이 질서를 좌지우지 하는 동안 이들 카르텔 세력에 의해 국가 전체의 신뢰잔고가 급락한다. 사회수준에서 신뢰잔고의 급락은 예측가능성을 떨어트리고 불확실성을 다시 증폭시킨다.
의대, 법전원에 학생들이 모이고 입학을 위해 비싼 선행 과외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들어가면 최소한 먹고 사는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작동한 것이다.
지금 정체되어 무너지기 직전에 있는 대한민국의 근원적 변화를 다시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성향에 대한 해결점이 제시해야 한다. 사회 각 영역에서 제대로 된 진성리더급의 지도자들이 선출되어야 한다. 진성 리더들이 제대로된 지도술사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적어도 리더라면 업데이트 된 정신모형 I과 미래에 이르는 정신모형 II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지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두려워 하고 있는 불확실성 대부분이 근거 없다는 점이 소구되어야 한다. 극단적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격노하는 허약한 리더가 아닌 국가 전체가 낡은 정신모형의 토굴에서 안정적으로 벗어나는 것을 도와주는 강건한 리더가 세워져야 한다. 가정, 학교, 기업, 정부, 국가, 사회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근원적 변화의 여정을 이끌 수 있는 진성 리더가 세워져야 한다.
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특정 대안적 스타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성리더십도 리더십 프로토타입을 구성하기 위한 얽개를 제공하지만 진성리더십의 본질은 리더십 바로 세우기 운동이다. 쓰러지기 직전인 대한민국에 근원적 변화를 위한 다른 대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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