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목적이 없음에도 목적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을 넘어서 긍휼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기하지 않은 진실한 긍휼(True compassion)의 상태에 대한 논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진실한 긍휼은 어떤 상태를 이야기할까?

진실한 긍휼을 행사한 위대한 대왕으로 솔로몬을 꼽는다. 솔로몬은 어떻게 진실한 긍휼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솔로몬이 현능한 정의의 대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대왕의 존재목적이었던 공정성의 태아가 솔로몬이 가진 긍휼의 태반에서 법적 판단을 넘어 공의로움으로 키워졌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자기 아이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누가 진짜 엄마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긍휼의 시험을 보게 했다. 아이를 반쪽으로 나눠가지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 명령에 두 여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았다. 아기를 포기한 여성이 긍휼의 시험을 통과해 아기 엄마임을 입증했다.

대한민국에도 지금 리더가 치뤄낸 긍휼의 시험 결과를 놓고 논쟁이 분분하다. 채상병과 사단장의 아픔 중 누구의 아픔을 먼저 돌봐야 하는지 시험에서 국민이 세운 리더는 아쉽게도 자신의 측근인 사단장을 선택했다. 리더가 진짜 국민에 대한 긍휼감을 가진 엄마가 아니라 가짜 엄마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리더가 보일 수 있는 진실한 긍휼은 지위 고하가 아니라 억울하게 죽은 채상병과 더 큰 고통에 쓰려져 있는 채상병 부모에게 향해있어야 맞았다. 성경에도 예수는 제자들에게 100마리 양 중 길 잃은 양 한 마리가 있으면 적어도 리더라고 불리려면 99마리 양을 돌보는 일보다 한 마리 길 잃은 양을 시급하게 찾아 나서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예수가 기독교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예수의 타고난 긍휼의 태반에서 자라났기 때문이다. 아인쉬타인이 양자역학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뉴튼의 지식이 아인쉬타인의 긍휼의 태반에서 통찰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총명한 세종이 한글까지 창재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의 타고난 총명이 백성을 향한 긍휼감 속에서 수태되었기 때문이다. 만델라가 흑백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긍휼의 공동체로 전환시켜 여기에 인간다운 삶이라는 존재목적의 씨앗을 잉태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진실한 긍휼의 태반이 없었다면 이들의 찾아낸 목적은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이 될 수 없었다.

진실한 긍휼은 정서를 감성팔이 하는 수준인 공감(Empathy)과 위로(Sympathy)를 넘어 아픔으로 쓰러져 있는 자신과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원인의 수준에서 파악해서 쓰러진 자신과 타인을 치유해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행동을 의미한다. 근원적 수준에서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치유해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면 긍휼은 아니다. 아무리 연기력을 발휘해서 공감과 위로를 표현하는 사진을 많이 찍어 배포해도 그냥 긍휼에 대한 천박한 연기일 뿐이다. 이런 연기된 긍휼은 화장품 회사의 감성팔이 광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작 사진으로 하는 코스프레는 장본인에게 긍휼의 잔고가 말라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동이다. 리더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긍휼이 없는 상태에서 공감과 위로로 긍휼을 연기할 때이다. 긍휼은 자신과 상대를 치유해 공동 운명의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진실한 긍휼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긍휼(Compassion)이라는 말을 한층 더 깊이 분석해보면 이 단어 속에는 Passion(열정), Compass(나침반), Com(공동체)라는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다.

Passion의 어원에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열정과는 달리 고통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열정은 고통을 해결했을 때 느끼는 희열을 의미한다. 성급한 사람들은 열정이 고통을 해결되었을 때 나오는 정서라는 것을 무시하고 그냥 희열만 채용해서 열정의 의미로 잘못 쓴다. 열정의 파이프라인이 고통의 관정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희열은 고사하고 그냥 텅 빈 수도관일 뿐이다.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열정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잘못된 조언이다.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섣불리 숨기지 말고 고통을 직면하는 용기를 가지고 고통의 정체를 이해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Passion 앞에 붙어 있는 Com은 고통을 해결하는 문제를 같이 해결해 공동의 주인으로 선다는 의미다. 공동체라함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 고통의 문제를 연결해 같이 해결하고 치유하는 환대의 결사체를 의미한다. 고통의 문제가 아닌 고통을 잊기 위한 진통제를 주거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결사체를 공동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냥 치료해주는 척하고 결국은 돈을 요구하는 이익단체일 뿐이다.

Compassion에 담겨있는 Compass(나침반)는 긍휼이 단순히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함께 행동하는 것을 넘어서 올바른 방향(진북, 진실)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최고의 지침이라는 더 심오한 명령이 담겨있다. 진성리더는 정치적 편을 들어가며 남을 재단하고 편견을 휘두르는 것을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규정하지만 굳이 편을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긍휼감이 이끄는 방향대로 가장 아픈 사람의 편을 든다. 설사 존재목적이라는 태아의 씨앗을 알지 못해도 Compassion 속에는 Compass(나침판)가 들어 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비바람과 천둥번개가 내리쳐 북극성이 보이지 않을 때는 긍휼이 명하는 아픈 사람에 대한 치유가 북극성의 진실을 담고 있다.

긍휼감의 태반이 없는 리더가 공감이나 위로 등으로 마치 긍휼감이 있는 것처럼 연기할 수는 있으나 자신에게 배태된 씨앗을 진실이 담긴 근원적 변화로 키워내지는 못한다. 긍휼감은 고사하고 공감과 위로 능력조차도 없는 리더가 재능만 가지고 있을 때는 소시오 패스의 성향을 가진 독성리더가 된다. 이런 리더를 추앙하고 있는 사회는 사회적 재앙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소시오 패스급의 리더를 연구해보면 십중팔구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자신에 대한 긍휼감조차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진실한 긍휼의 종착역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서 서로를 삶의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주임됨이다. 남들을 주인으로 세우는 일을 온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아픔을 자기긍휼(Self compassion)로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치유되고 주인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픈 사람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여 환대할 때 환대는 고된 일과 힘든 의무로 전락한다. 리더의 자기긍휼은 리더의 산소 마스크인 셈이다.

긍휼은 기독교에서는 사랑, 불교에서는 자비, 유교에서는 측은지심으로 모든 종교의 보편적 원리이다. 종교는 진실한 긍휼을 찾아 세상의 태반을 만들어내는 제도적 장치다. 진실한 긍휼은 이들 종교가 머리를 맞대고 협업할 수 있을 때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