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진행하고 있는 수업 <경영리더십>에 신한 DS 조경선 대표를 모셔 특강을 청해 듣고 학생들과도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부에 잘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조경선 대표는 신한그룹에서 여성으로는 전설적인 경력을 개척한 분이다. 여상을 졸업한 후 1983년 신한 공채 1기로 입사해서 40년을 신한에 있었다. 신한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인 쉬어로즈 1기로 발탁되어 리더십 훈련을 받았다. 신한그룹의 최초의 여성 CEO다.

본인은 언론이 남성 지배적인 금융권 문화에서 이렇게 성장한 것을 놓고 유리천장을 깬 여성이라는 수식어로 대서특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적어도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남성 여성의 문제를 넘어서 누가 더 큰 가치를 세우고 이 가치를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혈연, 지연, 학연, 성, 세대를 넘어서 제품과 서비스로 헌신하게 할 수 있는 지가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도 회사 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남성 여성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협업해서 하다 보니 어느 날 여성 지점장도 되었고 대표도 되어 있었다고 고백한다. 여성 지점장, CEO가 되어보겠다는 야심을 경력의 끌개로 사용한 적은 단연코 없었다고 고백한다. 대표가 되고 보니 자신이 여성이었다는 것이 부각되어 최초로 유리천장을 깬 사람으로 치켜세워졌지만 이것은 사후적 설명이라는 것이다. 자신도 한 구성원으로 회사의 목적을 위해 남성 여성 모두와 편하게 협업할 수 있는 회사를 원했지만 유리천창을 깨기 위해 대표가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다.

직장인으로 계열사의 대표가 되는 것을 굳이 성공이라고 부른다면 자신의 성공은 그냥 성심껏 열심히 일하다 보니 따라온 것이지 따라가서 잡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점장이 되었을 때도 지점장이라는 보통명사에 안주하기보다는 지점의 목적을 찾아서 고유명사 작업에 돌입해 사명을 정했다. 직장을 퇴사한 직원들에게는 퇴임 후에도 보고 싶은 지점장으로 남을 것이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조경선 지점은 출근하고 싶은 지점이 될 것이라는 사명을 정했다.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일을 최적화 시키다보니 어느 순간 성과도 따라오기 시작했고, 리더도 많이 길러졌고, 문화도 만들어졌다. 문화가 만들어지니 지속가능성이 생겨, 재무적 성과도 지속되었고, 직원을 리더로 육성하는 일도 탄력을 받았고, 문화도 공진화 했다. 사명을 중심으로 일을 최적화 시키다 보니, 성과와, 직원 육성, 문화를 만드는 과제가 세 가지 다른 일이 아니라 그냥 남들이 투자하는 시간과 일을 통해서 달성되는 기적이 따라왔다. 사심을 넘어서 목적과 사명에 중심에 두고 전체 최적화를 위해 일하다 보니 남성과 협업하는 일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성공은 자신이 노력해서 따라 잡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조경선 대표는 성공은 절대로 따라 간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목적과 사명을 끌개로 세우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하는 일을 정성껏 했더니 성공은 어느 순간 자신을 따라와 뒤어서 밀어주는 밀개가 되어 있었다고 설명한다. 조경선 대표는 진성리더십에서 주창하는 사명과 목적을 달성할 것에 대한 믿음에서는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이것을 달성하는 방법에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한 울타리로 정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 거북이처럼 묵묵히 실행한 급진적 거북이의 전형이다.

미국의 전경련인 BRT에서도 2019년 8월 19일 기업의 성공에 대한 정의를 바꾸었다. 그간 성공의 지배적 개념은 경쟁에서 이겨서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는 것을 성공으로 규정하는 신자유주의식 성공이었다. BRT는 이런 시장의 무한경쟁을 통한 성공이 일시적 성공을 가져오는 것처럼 보였으나 토양을 산성화 시켜 반기업정서를 키우는 신기루였음을 늦게 나마 깨닫고 1997년부터 20년 여 년 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성공의 개념을 바꿨다. BRT가 규정하는 기업의 성공은 "존재목적을 세우고 존재목적을 실제 사업을 통해 실현함을 통해 재무적 성과가 따라오게 만들 수 있을 때"이다. 존재목적이라는 끌개와 재무적 성과라는 밀개가 선순환 구조로 정렬될 때 지속가능한 성공이 따라온다고 본 것이다. 각 기업에서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실패도 목적과 정렬되어 있으면 모두 학습으로 전환되어 결국 성공을 불러 온다고 주장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목적 있는 성공과 목적 있는 실패만이 지속가능한 번성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기업이 문제를 겪는 이유는 경영의 끌개도 재무적 성과이고 밀개도 성과를 계산해서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재무적 변수로 설정한 재무 순환론 때문이다. 이런 순환론은 경기가 좋을 때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뱀이 자신의 꼬리를 먹는 우로보러스 현상을 일으켜 회사를 무너트린다. 지금과 같은 L자 불경기에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에서 목격되고 있는 비극이다.

고전에서 성공을 가장 잘 정의하는 이야기는 사마천 사기에 등장하는 이광 이야기다. 이광이 살았던 삶을 사마천은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고 묘사한다. 이광이 가꾸었던 배와 복숭아 나무 과수원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여기서 풍기는 향기가 만 리까지 퍼져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들었고 많은 이들이 찾아오자 과수원에 이르는 길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성공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 찾아오는 것이라는 은유를 담고 있다. 운좋게 따라가서 만든 성공은 자신의 성공이 아니어서 시도 때도 없이 달아난다. 성공을 따라가 잡는 것은 운이 받쳐줄 때 한 두번이다.

"도이불언 하자성혜" 방식의 성공을 생각하면 인맥을 만들기 위해 명함 돌리는 것도 허망한 일이다. 인맥도 결국은 목적을 가지고 성공 체험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서로의 성공을 돕는 방식이 생겨서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비싼 유명인들을 앞세워 설탕 범벅의 광고 제품을 포장해 비싸게 파는 마케팅 기반 회사라면 아무도 이들의 성공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런 회사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고객은 없다.

코로나로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지만 우리 연구실은 이화여대와 매경의 후원으로 남성과 여성이 협업하기 좋은 기업들을 평가해서 매년 시상을 진행했었다. 매년 평가에서 신한그룹은 양성이 협업하기 좋은 기업의 독보적 1위였다. 남성 여성을 비롯해 어떤 협업이든 협업이 가능하게 위해서는 협업 참여자를 포용할 수 있는 존재목적의 울타리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조경선 대표는 신한그룹에 입사하지 않았어도 대표가 되어 있겠지만 아마 대표가 되기 위해서 지금 고생했던 것보다 적어도 몇 배는 더 고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조경선 대표에게 신한그룹은 키다리 아저씨이다.

신한그룹과 같은 키다리 아저씨 기업들이 많아져 여성을 넘어 능력 있는 소수 배경의 인재들이 유리감옥에서 해방되어 리더로 세워지고 이들을 통해 기업도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오늘도 목적 있는 성공을 기원해가며 목적 있는 실패에 투자해보자!

#신한DS #신한그룹 #조경선_대표

#목적있는_성공 #목적_있는_실패

#경영리더십 #유리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