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t to Last: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습관>의 저자 Collins와 Porras는 70년 동안 상장 기업 평균보다 15배 이상 기업가치를 키워온 기업들을 찾아서 이 기업들 성공의 비밀을 밝혔다. 또한 <Good to Great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에서는 비교적 안 알려진 신생중견기업들에도 비전너리 기업들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포라스와 콜린스의 영향으로 한 때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도 비전을 세우는 것이 열풍이 되었다.
문제는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지고 성장의 동력이 사라지자 이들이 비전너리 회사로 등재되었거나 위대한 회사들의 목록에 있었던 회사들이 무너져내렸다. 노키아, 모토롤라 등등 이들이 비저너리 회사로 확립했던 회사의 대부분이 무너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규명하는 책이 <How the Mighty Fall? 강한 기업은 어떻게 무너졌나>이다. 이 책에서는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 받았던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몰락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큰 성공을 맛보아야 한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공을 맛보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첫 단계는 자신이 거둬들인 성공을 자신의 시스템의 우수성이나 종업원들의 뛰어난 협업능력 아니면 운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100% 자신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자만심(Hubris)의 작동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겸손하지 못함이 모든 몰락의 첫 단추다. 자만심이 목적에 대한 시각을 가리는 먹구름으로 드리운다.
둘째는 자만심으로 목적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면 탐욕과 사욕이 살아나 목적의 자리를 채운다. 사욕과 탐욕이 목적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큰 것을 위대한 것으로 착각한다. 둘째 단계에 있는 기업이나 리더들은 자신을 근시안적으로 눈이 먼 골리앗으로 만든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유 자원을 총 동원해 회사의 업과는 무관한 큰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벌린다. 큰 것을 위대한 것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목적에 대한 불안을 큰 목표로 막아보려는 시도다. 이 단계에 진입한 회사에 다니는 구성원들은 영혼을 잃어버린 불안을 숨기기 위해 말마다 영혼을 끌어당긴다는 의미의 "영끌"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 시작한다.
셋째는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여기저기 제시되고 있음에도 자기방어시스템을 가동해서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방호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옳다는 방호기제의 믿음에 갇히면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상을 적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믿음의 감옥에 갇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편견의 원천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넷째 단계는 명백하게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도 인정하고 큰 한방을 찾는 단계이다.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카리스마 CEO를 외부로부터 영입하거나 모든 실패를 만회해줄 수 있는 한방을 찾는 단계다. 한 곳에 올인한다는 것은 전략이 상실되었음을 자인하는 행위다. 전략이란 여러 대안을 검토해 최선을 택하지만 최악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을 잃은 기업들은 모든 것이 한방에 의해서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 단계는 결국 죽음 직전에 이르러 소생(Redemption)의 기미가 안 보이는 단계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단계이다. 다른 모든 대안들은 사라지고 희망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은 단계다.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인 희망을 살려내서 소생시킨 경우도 있다. 2차대전 중 패망의 기색이 짙게 드리울 때 처칠이 영국을 소생시키는 것도 희망의 끈을 다시 움켜쥠을 통해서 였고, IBM이나 MS가 죽음 직전에 소생한 것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고 겸손함을 되찾아 소생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을 급진적 거북이 방식으로 시작해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근력을 회복했다.
이런 원리는 기업이 소생하고 망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지만 한 때 잘 나갔던 리더가 몰락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갑자기 성공하는 리더로 벼락 출세 하는 경우는 대부분 시절 운이 받쳐준 경우다. 시절 운에 의해서 리더가 되었음에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자만심이 몰락을 자초하기 시작한다. 첫째 단계의 시작이다. 자만심에 눈이 멀면 초심으로 가졌던 목적도 사라지고 목적이 사라진 자리에 큰 숫자의 목표를 대체해 비전이라고 제시한다. 원래 의미의 비전은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으로 발견한 세상이라는 의미인데 이런 숫자로 경도된 비전을 색안경으로 끼게 된다. 무조건 숫자로 큰 것이 비전이라고 믿고 눈 먼 골리앗이 되어 여기저기 투창을 던진다. 눈먼 근시안이 던진 투창이 목표에 도달할리 없다. 둘째 단계다. 셋째 단계는 실패의 징후가 여기저기 데이터로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다. 몰락하는 리더는 이런 데이터가 잘못되었고 자신들이 옳다고 방호한다. 방호기제가 작동하는 단계다. 내노남불이 판을 친다. 대부분의 내노남불은 확증편향의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공격한다. 넷째 단계는 실패가 기정사실화되어 점점 궁지에 몰리는 단계다. 이때 큰 마지막 큰 한 방이 등장한다. 마지막 큰 한방은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길에 마지막으로 크게 올인하는 것이어서 결국 크게 몰락하는 길에 들어선다. 결국 무너진다.
이런 몰락의 시작은 목적이 없는 사람을 마치 목적이 있는 사람으로 추앙해서 세운 것의 문제다. 이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연기해서 리더십을 획득한 리더도 문제지만 조직이나 사회 자체가 목적을 잃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목적이 있는 것처럼 연기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리더로 세우면 니체의 예언이 현실이 된다. "목적을 잃으면 사람들이 온갖 미친 짓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목적을 잃은 리더는 큰 재앙으로 치닫는 탈로한 기차다. 목적을 잃으면 숫자가 목적을 대체하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달성할 수 없는 천문학적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남발한다.
살아 있는 목적은 떨리는 나침반의 문제다. 세상이 변화하면 살아 있는 나침반은 떨림을 멈추지 않고 북극을 찾아낸다. 세상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데 시대에 뒤떨어진 믿음을 더 강하게 믿는 것은 죽음을 재촉한다. 필연적으로 나침반을 부러지게 만든다. 성공했던 기업들이 길을 잃어버린 계기가 성공에 대한 믿음에 취해서 목적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것이었다. 목적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순간 자신의 Know Why는 무조건 맞다는 믿음에 갇혀 더 이상 Why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삶과 일에서 Why에 대한 질문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의 나침반이 죽었음에 대한 증거다. 나침반이 죽으면 비전은 목적의 눈이 아닌 숫자로 채워진 색안경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리더십의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리더십 혼돈은 이분이 선거 유세 중 손에 임금 왕자를 쓰고 나왔을 때 목적을 상실하고 오직 왕이 되려는 사욕에 찬 리더였음을 알아보지 못한 죄 값이다. 이 분은 최근 선거로 큰 질타를 받았음에도 아직도 어퍼컷을 날리는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이 리더가 겪고 있는 지금 단계는 자기방호를 넘어서 마지막 한방이라는 넷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마지막 한방으로 제시된 석유 산유국의 꿈은 마치 박근혜 시절 통일 대박에서 제시된 마지막 한방과 이명박의 자원외교 스캔들 때의 한방 냄새, 산자부발 양평고속도로 2탄 카르텔 냄새가 짖게 풍긴다. 브라질 혹은 카타르에 버금가는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은 경제가 파탄난 작금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마지막 한방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탄소제로로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화석 연료로 희망의 불을 지피겠다는 아이디어가 기시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떤 경로로 이런 아이디어를 도출했는지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남은 것은 유일한 선택지는 처칠의 조언대로 마지막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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