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0-06 12:50
[N.Learning] 또 다시 부패국가?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782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나라
또 다시 부패국가?
권력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분의 부인이 받은 명품백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인권위의 판결로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또 다시 뇌물과 선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부패국가로 전락할 운명이다.
특히 법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이해충돌로 손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상식적이고 윤리적 판단을 위해 설치된 권익위도 법조항을 핑게로 비상식적 결정을 내려 사명을 가지고 투철하게 일했던 안타까운 담당 공무원을 잃는 비극적 사건의 주체가 되었다. 권익위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해 존재감을 상실한 국가기관으로 전락했다.
국제투명성 기구(Transparancy Internation)는 매년마다 공공부문의 부패정도를 부패인식지수(Curruption Perception Index CPI)로 발표한다. 점수가 최소한 60점 이상이어야 부패 국가의 오명으로부터 벗어난다. 100점이면 부패가 없는 완전히 투명한 국가다. 23년 1위인 핀란드의 점수가 87점이다. 북한이 17점, 중국이 42점이다.
점수가 60점 이하여서 부패국가로 인식되면 거래비용이 있는 나라로 인식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투명성은 시장 거래에서 발생하는 마찰력과 같다. 실제 물건 가격에 뇌물 등이 반영된 거래비용 거품이 끼어 있다고 평가되면 가성비가 평가절하 된다. 똑 같은 물건을 수출해서 팔아도 이런 주관적 인식이 작동하면 투명한 국가에서 만들어낸 제품과 경쟁해서 이길 방법이 없다. 부패지수는 그만큼 국가가 산출해서 수출하는 제품의 경쟁력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사회에서 아직도 중국제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뇌물과 선물의 경계에 있는 관시비용이 모든 물건 값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이 만든 공산품을 국제사회에 팔 수 없는 이유도 북한의 투명성 지수가 17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부패지수 순위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김영란 법(청탁금지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던 2012년부터다. 이때부터 점수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김영란 법이 국회에 통과된 2016년에서부터 제도적으로 정착된 2019년에 부패국가의 마지노선인 59점(39위)을 통과한다. 2020년에 61(33위)점으로 처음으로 부패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난 쾌거를 달성한다. 그후 매년마다 1점씩 올라 2021년에는 62점(32위), 2022년에는 63점(31위), 2023년 63점(32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쉽게도 김영란 법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다양한 전관, 정치 카르텔, 토건 세력에 의해 이해충돌이 지켜지지 않는 전조가 발생하고 있고, 고위 공무원과 검찰에서 김영란 법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결재가 만연되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검찰의 불투명한 특활비 사용도 큰 이슈로 등장했다. 최근 청문회장에서 폭로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카드 사용 내역도 큰 이슈가 되었다. 방통위는 언론의 공정성과 투명성의 보루이어야 한다.
국가부패인식 지수가 적어도 70점을 넘어 80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규범이 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 부인의 명품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결과 인권위 판결은 대한민국의 어렵게 올려놓았던 투명한 국가의 지위를 끌어내릴 예정이다. 김영란 법은 아무도 지킬 필요가 없는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했다.
30여년 동안 대한민국이 존경받는 선진국 진입을 열망하며 투명성의 정도를 표현하는 선물과 불투명성의 지표인 뇌물을 연구해온 한 연구자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선진사회란 거래의 마찰력을 높이는 뇌물이 사라지고 윤활류에 해당하는 선물이 넘치는 사회다.
사회에 존재하는 공동체의 건강한 관계를 개선하는 선물은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선물이 된다. 첫째, 서로가 신뢰하는 돈독한 관계가 선물 교환 이전에 존재해야 한다. 친구, 이웃, 오랫동안 거래해온 파트너가 돈독한 관계다. 단순한 소비자와 판매자처럼 시장거래관계는 돈독한 관계가 아니다.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주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다. 둘째, 선물은 이 돈독한 관계 자체의 가치를 서로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야 한다. 생일에 꽃을 준다던지 케익을 준다던지 관계의 상징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비금전적 선물이 선물이다. 분에 넘치는 금전적 선물은 뇌물이다. 마지막 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선물은 돌려받을 것에 대한 조건이 없다. 친구끼리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도 선물인데 선물을 받자마자 나도 도와 주었으니 너도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선물도 언젠가는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지만 기한을 정해서 언제까지 곧바로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살면서 가장 기분 나쁜 일은 선물이라고 무엇을 준 사람이 곧장 무슨 일을 부탁할 때이다. 한 마디로 사기 행각에 넘어간 것이다.
대통령 부인에게 디올백, 고급양주, 화장품을 공여한 최재영 목사와는 오랜 친구 관계가 없었다. 선친과의 친분은 최재영 목사가 뇌물을 선물로 포장하기 위해 끌어들인 이야기다. 또한 금액이 상징성을 무너트릴 정도로 넘쳤고, 댓가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선물이 아니라 분명한 뇌물이다. 정작 가장 선물다운 선물이었던 책은 본인이 판단하기에 뇌물로서의 현금성과 댓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지 받자마자 폐기처분했다. 본인도 뇌물은 선물로 포장해서 받고 진짜 선물은 거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번의 판례로 300만 원에 상당하는 뇌물이 선물로 인정되면 대한민국에서 모든 계약서를 성사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거래비용 표준이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최소한 국가와 공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00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낼 수 있어야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성사시킨 계약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정도 금액이 감당 안되는 일반 국민은 더 이상 국가나 공무원과의 정상적 거래에 참여할 수 없다.
뇌물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용으로 제공한 당사자는 이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보전하기 사회의 기간망을 부실화한다. 검찰이나 인권위 등 국가의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명백한 뇌물을 선물로 만드는 것은 국가가 앞장서서 국가의 신인도를 무너트리는 행위를 공모한 것이다. 삶의 윤활유로 선물을 주고 받아가며 일상적 행복을 누리면서 살던 일반 국민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자 국가 경쟁력을 국가가 스스로 낮추는 일탈이다.
예를 들어 건설회사가 아파트 건축을 위해 이런 거래비용을 냈다면 회사는 품질이 안되는 싼 부품을 사용한다든지, 싼 바다모래를 사용한다든지 날림으로 공사한다든지, 순살 아파트를 시공한다든지 등등의 방법으로 무차별적으로 거래비용을 보전한다. I파크가 무너지고, 주차장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건은 뇌물로 공여한 거래비용을 공여자가 과도하게 죄의식 없이 청구한 결과다. 뇌물과 선물이 구별이 안되어 거래비용이 치솟는다면 결국 사회 곳곳에서 골간이 무너지는 일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
뇌물이 거래를 부실하게 만들고 사회의 근간을 부순다면 선물은 지금까지 어렵게 만든 관계를 더 튼튼하고 행복한 관계로 만드는 윤활유로 인간 문명 최고의 발명품이다.
직장 안에서도 동료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기 일 제쳐 놓고 도와 준다면 물건을 주고 받지 않아도 선물이 되어 동료 간의 우애가 높아진다. 동료가 요구한 것보다 한발 더 가며 동료를 도와주는 것도 선물이다.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조직이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발 벗고 헌신적으로 나서는 일이다. 조직이 번성하면 이 혜택이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선물을 받는 셈이다. 이처럼 번성하는 나라, 사회, 조직, 공동체에서는 뇌물이 만든 마찰력이 사라지고 선물이 만든 윤활유를 통해 모든 거래가 더 쉽고 투명하게 만들어서 참여자 모두가 오직 약속으로 정해 놓은 존재목적에 헌신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선물은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해가며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사회 보험이다. 제대로 된 선물로 구성원 모두가 보험을 든 사회의 구성원만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헌신하는 생생지락하는 공동체를 만든다.
검찰과 인권위의 명품백 처리 사건은 국민들이 땀 흘려 마련한 보험금을 국가가 나서서 부도를 낸 것이다. 질서를 지켜야 할 국가가 무법천지의 국가를 만드는 일에 앞장선 것이다. 최소한의 보험도 없이 맨땅에 헤딩해가며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일반 국민의 미래는 점점 팍팍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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